
2020년 도입된 뒤 한 번도 시행되지 못한 가상자산 과세가 다시 갈림길에 섰다. 국민의힘에서는 과세 자체를 없애자는 폐지안과 시행을 3년 더 미루자는 유예안이 나온 반면, 정부와 더불어민주당 주요 의원들은 내년 1월 예정대로 시행하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 민주당이 과거에도 과세 시행을 고수하다 막판에 유예로 선회한 전례가 있어 향후 국회 논의가 변수다.
11일 국회에 따르면 국민의힘은 최근 시행 시점 유예와 폐지 등 가상자산 과세의 다른 해법 두 가지를 내놨다. 전날 정성국 의원은 2027년 1월 과세 시행 시점을 2030년 1월로 3년 늦추는 개정안을 내놨다. 앞서 상반기에는 송언석 의원이 가상자산 과세를 폐지하는 내용의 소득세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금융투자소득세가 폐지된 상황에서 가상자산에만 별도로 세금을 매기는 것은 형평성에 맞지 않다는 게 주요 근거다.
반면 정부는 예정대로 시행한다는 입장이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지난달 국회에서 내년부터 가상자산 소득과세를 시행하겠다는 방침을 재확인했다. 손실 이월공제가 허용되지 않는 등 현행 과세체계를 보완해야 한다는 지적에도 우선 제도를 시행한 뒤 필요한 부분을 손보겠다는 입장이다.
민주당도 현재까지는 과세 시행 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 여당 간사인 오기형 의원은 가상자산 과세를 예정대로 시행하는 것이 기본 입장이라고 밝혔고, 안도걸 의원도 내년 과세 시행 방침에 변화가 없다는 방침을 밝혔다.
다만 민주당의 입장이 연말까지 유지될지는 지켜봐야 한다. 가상자산 과세는 지금까지 세 차례 연기되는 과정에서 시행 직전 정치권의 입장이 바뀐 전례가 있다. 특히 2024년 민주당은 과세를 예정대로 시행하되 기본공제액을 높이자는 입장을 고수했지만, 시행을 불과 한 달 앞두고 정부·여당의 2년 유예안을 수용했다. 이에 따라 과세 시점은 2025년에서 2027년으로 다시 미뤄졌다.
정치권 결정과 무관하게 국세청은 현행법상 시행을 전제로 준비해왔다. 국세청은 관련 시스템 구축에 지속 예산을 투입해왔다. 국세청은 첫 과세를 준비하던 2021년 가상자산 관리시스템 개발에 4억7536만원을 책정했다. 2024년에는 가상자산 통합분석시스템 관련 예산으로 3억4700만원을 편성했고, 정부의 2025년도 예산안에도 1억4800만원이 반영됐다.
내년 과세를 앞둔 올해는 투자 규모가 더 커졌다. 국세청은 29억9811만원 규모의 '가상자산 통합분석시스템 구축 사업'을 입찰 진행했고 이미 발주했다. 거래소가 제출하는 거래자료와 블록체인 정보를 통합해 납세자별 거래내역과 자금 흐름을 분석하고, 탈세나 변칙 거래 등을 추적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사업이다.
가상자산 과세가 다시 유예되거나 폐지될 경우 관련 인프라와 추가 행정비용을 둘러싼 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과세 시행 시점은 2022년에서 2023년, 2025년, 다시 2027년으로 세 차례 미뤄졌지만 과세당국의 준비 비용은 계속 발생해왔다.
업계 관계자는 “현행법상 내년 과세가 예정돼 있는 만큼 국세청으로서는 과세 준비를 계속할 수밖에 없다”며 “문제는 정치권 판단에 따라 시행 시점이 다시 바뀔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송혜영 기자 hybrid@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