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에서 생성형 인공지능(AI)으로 구현된 가상 쇼트드라마 배우가 실제 인플루언서보다 높은 광고료를 받는 사례가 등장했다.
9일(현지시간) 중국 경제매체 차이롄서에 따르면 광고 플랫폼 싱투에 등록된 가상 배우이자 모델 '팡타오즈'는 60초 이상의 광고 영상 출연료로 25만8000위안(약 5500만원)을 책정했다. 이는 상당한 규모의 팔로워를 확보한 유명 인플루언서들의 광고 단가와 비교해도 높은 금액이다. 팔로워가 100만명 안팎인 왕훙은 물론 일부 1000만명 규모의 인플루언서보다도 비싼 수준으로 전해졌다.
팡타오즈는 중국 AI 쇼트드라마 '해고당한 소녀'에서 중심인물로 등장한 가상 캐릭터다. 작품 공개 이후 광고 모델로 영역을 확장하면서 하나의 독립적인 콘텐츠 IP로 자리 잡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특히 더우인에서는 활동을 시작한 지 두 달이 채 되지 않아 41만2000명의 팔로워를 모았다. 작품 역시 높은 관심을 받으며 지난달 말 기준 누적 조회수 2억2000만회, 관련 온라인 언급량 8억회를 기록했다.
제작진은 작품이 끝난 뒤에도 캐릭터의 활동을 이어가는 방식을 택했다. 별도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을 운영하면서 집과 직장에서의 생활, 음식 만들기, 반려견과 보내는 시간 등을 콘텐츠로 공개하고 있다. 극 중 설정에 머무르지 않고 실제 유명인처럼 팬들과 지속적으로 교류하며 하나의 '가상 연예인'으로 육성하는 전략이다.
이 같은 사례가 등장한 배경에는 중국 AI 쇼트드라마 시장의 급격한 확대가 있다. 가장 큰 장점으로 꼽히는 것은 제작비 절감 효과다. 실제 배우를 기용하는 유료 쇼트드라마는 한 작품을 만드는 데 평균 150만위안(약 3억1000만원)이 필요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해고당한 소녀'에는 약 11만위안(약 2300만원)이 투입된 것으로 전해졌다. 같은 예산으로 여러 작품을 제작한 뒤 시장 반응을 확인하는 방식도 가능해진 것이다.
관련 산업의 몸집도 빠르게 커지고 있다. 차이롄서는 데이터 업체 데이터아이의 자료를 인용해 올해 상반기 중국 AI 쇼트드라마 시장이 220억위안(약 4조6420억원)을 넘어섰다고 보도했다. 연간 시장 규모는 400억위안(약 8조44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체 중국 쇼트드라마 시장이 올해 1000억위안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AI 기반 작품이 약 40%를 차지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중국인터넷시청각협회 자료에서도 이러한 확산세가 확인된다. 올해 1분기 제작된 전체 신작 12만8000편 중 AI를 활용한 쇼트드라마가 12만2000편에 달해 비중이 95%를 웃돈 것으로 집계됐다.
반면 전통적인 실사 촬영 방식의 쇼트드라마 산업은 타격을 받고 있다. 중국 현지 매체들은 정저우와 시안 등 주요 제작 지역에서 영상 제작업체들이 배우와 촬영팀을 활용한 방식에서 AI 생성 콘텐츠 중심으로 전환하면서 촬영장과 스튜디오의 수요가 감소하고 있다고 전했다.
과거 제작 인력이 몰렸던 일부 촬영장에서는 하루 일정 동안 촬영팀을 찾기 어려운 상황까지 나타난 것으로 알려졌다. 관련 업체의 문을 닫는 사례와 함께 배우, 촬영 스태프 등 현장 인력의 일자리도 줄어들고 있다. 한때 쇼트드라마 출연으로 이름을 알렸던 일부 배우들이 생계를 위해 배달업에 뛰어들거나 채소 판매 등에 나서는 사례까지 현지에서 전해지고 있다.
이원지 기자 news21g@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