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 시대, 극한재난 1년에 하루→닷새…'폭우 뒤 폭염' 더 잦아진다

최근 4년 폭우·폭염 복합재난 강도, 과거 30년의 3배
극단적 위험 발생일 1.1일→5.2일…4.8배 급증
충북·강원·제주 강도 2배 이상 상승
연구진 “드물던 극단적 재난 앞으로 더 자주 나타날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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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한 폭염이 연일 이어진 지난 8일 서울 용산구 문배동에서 한 어르신이 고물을 줍고 있다. 연합뉴스.

기후위기가 심화하면서 집중호우 직후 극한 폭염이 덮치는 '복합재난'이 빠르게 늘고 있다. 과거 1년에 하루 정도 발생했던 극단적인 폭우·폭염 복합재난이 최근에는 연간 닷새 이상 나타난 것으로 분석됐다. 연구진은 온난화가 진행될수록 폭우와 폭염 사이의 급격한 전환이 심화하면서 과거 매우 드물었던 극한재난이 앞으로 더 자주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10일 그린피스가 김형준 KAIST 문술미래전략대학원 교수 연구팀에 의뢰해 분석한 '한국 폭염·폭우 복합재난 위험도 변화' 결과에 따르면 최근 4년(2021~2024년) 국내 폭우·폭염 복합재난 강도는 과거 30년(1991~2020년)의 3배 수준으로 높아졌다.

연구팀은 폭우와 폭염이 일정 기간 안에 연이어 나타나는 위험을 측정하기 위해 '28일 복합기후극한강도지수(CI28)'를 활용했다. 1991~2024년 국내 여름철(6~9월) 강수량과 최고기온을 분석해 1991~2020년과 최근 4년을 비교했다. 분석에는 유럽중기예보센터(ECMWF)의 ERA5 재분석자료가 활용됐다.

분석 결과 과거 30년간 CI28 중앙값은 0.55였지만 최근 4년에는 1.65로 3배 상승했다. 중앙값이 크게 높아졌다는 것은 특정 시기의 이례적인 극단값이 전체 수치를 끌어올린 것이 아니라 최근 발생하는 복합재난의 전반적인 강도 자체가 과거보다 높아졌다는 의미다.

연구팀은 “폭우와 폭염 같은 두 가지 현상이 함께 발생하는 빈도가 늘어나면서 복합적으로 위험이 커지고 있다”며 복합재난이 구조적으로 심화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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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도별 복합재난강도(CI28) 평년 대비 최근 4년 변화. 자료 출처 : 그린피스

특히 재난이 극단적일수록 증가폭은 더 컸다.

과거 30년간 CI28 상위 10% 수준에 해당하는 복합재난은 연평균 12.2일 발생했지만 최근 4년에는 25일로 약 2배 늘었다. 상위 5% 수준은 5.5일에서 14.2일로 2.6배 증가했다.

가장 극단적인 상위 1% 수준에서는 증가폭이 4.8배에 달했다. 과거에는 연평균 1.1일에 불과했지만 최근에는 5.2일로 늘었다. 과거 1년에 하루가량 경험했던 극단적 복합재난이 최근에는 닷새 넘게 발생하고 있는 셈이다.

김 교수는 “1년에 하루 정도였던 극단적 위험이 최근에는 5일 이상 나타난 것”이라며 “매우 드물게 발생하던 극단적인 재난이 앞으로 더 자주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뜻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가 주목한 것은 폭우나 폭염이라는 개별적인 극한기후뿐만 아니라 두 재난이 짧은 시차를 두고 연이어 발생하는 위험이다.

CI28은 하루 강수량을 14일 단위로 누적한 'Pr14'와 일 최고기온을 14일 단위로 평균한 'Tx14'를 각각 산출한 뒤 평년 대비 정규화한다. 이후 각각 28일 구간에서 나타난 최댓값을 곱해 지수를 산출한다. 폭우와 폭염이 반드시 같은 날 발생하지 않더라도 28일이라는 제한된 기간 안에 근접해 발생하면 복합적인 위험으로 포착하는 방식이다.

한국과 일본 같은 몬순 기후권에서는 여름철 '집중호우→극한 폭염'으로 급격히 전환되는 패턴이 최근 반복적으로 관찰되고 있다.

북태평양고기압과 남아시아저기압, 몬순저기압 등의 영향으로 만들어진 정체전선이 집중호우를 일으킨 뒤 정체전선이 소멸하고 북서태평양고기압이 강화·북상하면 하강기류와 지표 온도 상승으로 곧바로 폭염으로 전환될 수 있다.

같은 대기순환 체계가 불과 2주 만에 호우를 유발하는 구조에서 폭염을 일으키는 구조로 바뀌는 셈이다. 연구팀은 이 때문에 폭우와 폭염을 서로 독립적인 두 재해로만 볼 수 없으며 온난화가 진행될수록 폭우와 폭염 사이의 급격한 전환 역시 심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복합재난 강도 상승은 전국적인 현상으로 나타났다. 전국 모든 지역에서 과거보다 복합재난 강도가 높아졌다. 특히 충북과 강원, 제주는 최근 4년 복합재난 강도가 과거 30년과 비교해 2배 이상 상승했다.

복합재난이 잦아지면서 기존 재난 대응체계에도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폭우 피해가 끝나기도 전에 폭염이 시작되면 수해 이재민과 복구 작업자 등이 연속적인 위험에 노출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7월에도 집중호우에 이어 무더위가 찾아오면서 수해 이재민과 복구 작업자들이 수해에서 회복하기도 전에 폭염에 노출됐다.

강성원 그린피스 캠페이너는 “이번 연구는 기후위기로 재난이 이전과는 다른 양상으로 오고 있음을 보여준다”며 “폭우나 산불 등 한 가지 재난에만 대응하는 현 체계로는 복합재난을 대비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복합재난의 규모와 빈도를 고려한 사전 대비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준희 기자 jhlee@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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