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e라벨 확대 속도내는데…“전자 설명문, 종이보다 불편”

의약품 효능과 주의사항 등이 기재된 전자 설명문이 종이 문서보다 가독성과 이해도가 낮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정부가 휴대전화 등으로 의약품 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e라벨' 확대를 추진하고 있지만 기존 종이 문서를 단순히 PDF로 전환해 제공하는 방식으로는 이용 편의성을 높이는 데 한계가 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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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식품의약품안전처)

권경희 동국대 약대 교수와 이재성·양진욱 씨 등 연구진은 해열·진통 효과가 있는 덱시부프로펜 성분 의약품의 종이 첨부 문서와 전자 설명문을 비교하는 독해 실험을 실시해 이 같은 결과를 얻었다고 9일 밝혔다.

연구진은 30명을 두 집단으로 나눠 각각 종이 문서와 의약품안전나라에 게시된 전자 설명문을 읽고 관련 질문에 답하도록 했다. 참가자 대부분은 대졸 이상 학력을 보유했으며 문서 작업에 익숙한 직업 종사자였다.

정보 추적 여부와 검색 소요 시간을 5점 척도로 평가한 결과 종이 첨부 문서 집단은 3.33점을 기록했으나 전자 설명문 집단은 2.92점에 그쳤다.

문항별 정보 추적 속도에서도 종이 첨부 문서 집단은 1.47∼4.87점이었으나 전자 설명문 집단은 1.4∼4.27점으로 더 낮았다.

전체 15개 문항 가운데 9개에서는 종이 첨부 문서 집단의 이해도가 전자 설명문 집단보다 높았다. 3개 문항은 전자 설명문 집단의 이해도가 높았고, 나머지 3개 문항은 두 집단의 이해도가 같았다.

연구진은 전자 설명문이 종이 첨부 문서보다 가독성이 떨어지고 정보를 찾는 데 더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고 분석했다.

특히 실험 참가자들의 학력 수준이 전반적으로 높고 스스로 건강 상태를 긍정적으로 인식하고 있음에도 전자 설명문의 가독성이 떨어진 원인으로 기존 종이 문서를 그대로 PDF 파일로 전환하는 방식이 지목됐다.

실제로 '의약품안전나라'에서 일부 덱시부프로펜 성분 의약품을 검색해 문서를 내려받으면 작은 글자가 촘촘하게 배열된 PDF 파일이 제공된다.

일부 실험 참가자는 QR코드를 촬영해 전자 설명문에 접근하는 과정 자체도 불편하다고 평가했다. 전자 설명문에 검색 기능을 제공하고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등 기기 화면에 맞춰 레이아웃이 자동으로 조정되는 기능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연구진은 디지털 기술 발전에 맞춰 가독성과 편의성 높은 전자 설명문을 제공하려면 표준화된 플랫폼과 사용자 중심 인터페이스 개발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다만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의약품안전나라에서 일부 의약품에 한해 일반 소비자 눈높이에 맞춰 핵심 정보만 추린 'e약은요' 페이지를 운영하고 있다. 일부 제약사는 글자 크기를 조절하거나 검색 기능을 갖춘 e라벨을 제공하고 있다.

이번 연구 결과를 담은 논문은 한국사회약학회가 발간하는 학술지 '한국사회약학회지' 최신호에 게재됐다.


배옥진 기자 withok@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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