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정보 규제에 비대면 금융 '퇴행'…업계 금융위에 대책 요구

Photo Image
사진=생성형 AI

AI 시대에 정부 규제로 비대면 서비스가 다시 '서류 제출' 방식으로 후퇴할 위기에 놓였다. 개인정보보호법 시행령 시행이 2주 앞으로 다가오면서 마이데이터 사업권이 없는 핀테크와 플랫폼 기업들이 공공정보를 활용하지 못하는 규제 사각지대에 놓였기 때문이다.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마이데이터 사업권이 없는 기업들이 최근 금융위원회에 '비자격기관 지원방안' 마련을 요청했다. 오는 20일부터 시행되는 개인정보보호법 시행령에 따라 공공기관 정보를 스크래핑하려면 자격 갖춘 기업은 정보보유기관과 사전협의를 거쳐야 하지만, 마이데이터 사업자가 아닌 기업은 이 절차에 참여할 수 없기 때문이다.

스크래핑은 이용자 동의를 받아 국세청과 건강보험공단, 대법원 등 공공기관에서 필요한 정보를 자동으로 가져오는 기술이다. 대출 심사에 필요한 소득·재직·가족관계 정보뿐 아니라 사업자 확인, 세무, 차량 정보 조회 등 데이터 기반 플랫폼 서비스의 핵심 인프라로 활용돼 왔다.

대형 금융사들은 마이데이터 사업자로서 개별적으로 정부 부처와 사전협의를 신청하고 있다. 사전협의가 승인되면 API가 구축될 때까지 기존 스크래핑 방식을 유지할 수 있다. 반면 PG사와 오픈뱅킹 이용기관, 세무·자동차 플랫폼 등 마이데이터 사업권이 없는 기업은 협의 대상이 아니어서 시행 이후 공공정보를 사용할 수 없다.

금융 플랫폼 자회사도 사업에 큰 타격을 받는다. 금융사가 마이데이터 사업권을 보유하더라도 자회사는 사업권이 없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토스는 마이데이터 사업자지만 자회사인 토스인컴은 국세청 정보를 활용하기 어렵다. 금융사가 자회사를 중심으로 플랫폼 사업을 확대하는 상황에서 금융권 전반에 서비스 질 저하가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

공공정보를 기반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플랫폼 기업 전반이 영향을 받는다. 국세청 정보는 대출비교와 세무·환급 플랫폼, 사업자 확인 서비스에 활용되고, 국토교통부 차량정보는 중고차 플랫폼, 복지부와 건강보험 정보는 금융 심사와 소득 확인에 쓰인다.

마이데이터 사업자도 서비스에 문제가 생긴다. 대법원은 사전협의를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오는 20일부터 가족관계증명서와 혼인관계증명서 등 가족관계등록정보 스크래핑을 차단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비대면 주택담보대출과 개인사업자대출, 미성년자 계좌 개설, 상속예금 지급 등은 이용자가 직접 관련 서류를 발급받아 금융회사에 제출해야 한다.

업계는 이번 규제가 단순히 공공정보를 조회하는 방식이 바뀌는 문제가 아니라고 본다. 이용자 동의를 받아 수집한 정보를 서버에 축적한 뒤 이를 학습해 AI 추천과 맞춤형 분석 서비스를 제공해왔다. 사업자 서버에 데이터를 남길 수 없게 되면 장기간 축적된 데이터를 활용하는 AI 서비스 모델 자체가 성립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용자 경험도 악화될 전망된다. 사업자가 미리 데이터를 받아 저장한 뒤 이용자가 앱에 접속하면 즉시 결과를 제공했지만, 앞으로는 서비스 이용 때마다 원천기관에서 정보를 다시 받아와야 한다. 이 과정에서 반복적인 본인 인증과 정보 제공 동의 절차가 추가되고 서비스 응답 속도도 떨어진다.

개인정보위는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스크래핑을 API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업계는 데이터 표준화와 시스템 개발, 보안 검증 등에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고 금융 마이데이터도 표준 마련에만 4년이 걸린 만큼 공공정보를 단기간에 모두 API로 전환하기는 어렵다고 지적한다. 기관별 예산도 확보되지 않은 상황에서 법령 시행이 먼저 이뤄져 상당 기간 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런 우려는 국회에서도 제기됐다. 서일준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28일 국회 정무위 회의에서 “대법원이 스크래핑을 차단하면 인터넷은행 이용자들이 비대면 서비스를 이용하지 못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에 송경희 개인정보위원장은 “대법원에 애로사항이 있다고 협의를 드렸다”며 “현재로서는 (대법원의) 입장이 없는 상태”라고 답했다.


박두호 기자 walnut_park@etnews.com

  • 놓치면 아쉬운 정보AD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