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현의 테크와 사람] 〈105〉추운 인공지능 겨울이 다시 온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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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장현 성균관대 교수

'안불사난 패후회(安不思難 敗後悔)'라는 말이 있다. 편안할 때 어려움을 생각하지 않으면, 실패한 뒤에 후회한다는 말로, 잘 나갈 때일수록 어려울 때를 대비하라는 뜻이다. 인공지능(AI)의 사회적 열풍이 하늘을 찌르고 있는 요즈음 우리가 한 번쯤 곱씹어 볼 말인 것 같다. AI는 늘 화려한 미래를 약속하는 기술처럼 보였지만, 역사를 되짚어 보면 그 봄은 그다지 오래가지 못했다.

첫 번째 겨울은 1970년대 중반 무렵 찾아왔다. 당시 사람들은 컴퓨터가 곧 인간처럼 언어를 이해하고 번역하며, 복잡한 문제도 스스로 해결할 것이라 믿었다. 그러나 현실은 달랐다. 여전히 퍼셉트론 기반의 학습에 머물렀던 AI는 단순한 문제만을 능숙하게 풀어냈고, 언어번역과 같이 추론이나 해석이 필요한 문제를 주면 버벅거리기 일쑤였다. 퍼셉트론은 여러 입력값에 가중치를 곱해서 더한 합이 일정 기준을 넘으면 1을 내고, 넘지 못하면 0을 내는 기초적인 신경망 의사결정 도구였다. 초기 AI가 활용했던 퍼셉트론의 한계가 드러나고 있음을 지적한 영국의 라이트힐 보고서와 미국의 연구비 축소가 겹치면서 정부와 기업이 앞다퉈 투자계획을 철회했다.

두 번째 겨울은 1980년대 후반부터 이어졌다. 의사와 변호사가 의존하는 체계화된 의료지식과 법전, 판례 등을 학습하면 AI가 전문가의 역할을 대체할 수 있을 것이라는, 꽤 그럴듯해 보였던 기대때문에 엄청난 투자가 이뤄졌지만 현실은 그렇게 되지 않았다. 실제로는 규칙기반으로 작동하는 AI가 다양한 현실문제에 맞춰 사고하는 유연성을 갖추지 못했기에 점점 비싸고 불편한 도구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어쩌면 봄은 다시 오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비관적 예상도 고개를 들었다.

2010년대 이후 불어닥친 AI 열풍은 과연 이전의 그것과 다를까. 세 번째 겨울은 오지 않는 걸까. 지금까지 인류가 개발한 대부분 기술의 전례를 보면, 겨울이 다시 올 가능성은 높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요즘 AI 열풍의 주변을 살펴보면 막대한 눈 먼 돈이 횡행하고, 장밋빛 기대가 넘실대고 있으며, 성질 급한 투자자들의 성과를 내놓으라는 압박이 심해지고 있기에 또 한 번의 겨울을 예상하는 것은 어쩌면 자연스런 수순이라고 하겠다.

하지만 이번의 AI 열풍은 신경망을 고도화한 딥러닝의 눈부신 발전에 의탁하고 있으며, 그러한 핵심 기술이 각 산업 분야에 급속도로 침투하고 있는 AI정의사회(AI-defined society)로 향하고 있다는 점에서 예전의 AI 봄날에 비해 스케일이 크다. AI가 단순한 도구를 넘어 사회의 정치, 경제, 문화, 일상 전반을 설계하고 작동시키는 핵심 인프라가 된 사회가 새로운 비전으로 등장했기에 AI 기술 발달의 속도는 줄어들 수 있어도 그 파급효과는 전방위적으로 오래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 그리고 AI 시대를 이끌어 가는데 산업의 쌀이라고 불리는 반도체 등 하드웨어의 뒷받침이 필수적이라고 볼 때, 만에 하나 AI의 겨울이 다시 찾아온다 할지라도 기초체력 즉, AI를 구현하는 하드웨어와 적용하는 소프트웨어 역량의 중요성은 잦아들지 않으리라 생각한다. 우리는 다시 다가올지 모를 겨울을 무사히 버텨낼 수 있도록 지금부터 차근차근 더 준비해야 한다. 충무공 이순신 장군이 난중일기에 인용했던 예기(禮記) 한 구절인 사예즉립 불예즉폐 (事豫則立, 不豫則廢), 즉 모든 일을 미리 준비하면 이루어지고, 미리 준비하지 않으면 실패한다는 말씀은 지금의 우리에게도 필요한 조언이리라.

김장현 성균관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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