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한국이 제조업 강국을 유지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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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규 광주과학기술원(GIST) 기계로봇공학부 명예교수.

최근 한국의 반도체, 방산·조선·원자력·발전소·중기계·제조기계·전자부품들이 세계 경제무대에 미치는 영향력은 가히 놀랄만하다. 증권가에서는 이러한 종목들이 많은 국민의 관심을 받고 있으며 혹자는 제2의 경제부흥시기를 논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외양과는 달리 산업의 주요 기능을 담당하는 핵심 부품이나 제조장비들은 아직도 상당부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이를 해결할 고급 기술인력은 태부족 상태의 모순을 보이고 있는 데, 일반인들은 알아차리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이미 20여년 전부터 대학캠퍼스에서는 전공지망 학생 부족으로 시작해 급기야는 교수요원 고갈형태로 나타난 뒤 지금까지 지속되고 있다. 반대로 소프트웨어(SW)·바이오·제어·그래픽·수치해석 분야와 같은 이른바 투여한 노력 대비 논문발표에 유리한 분야는 학생과 교수요원이 넘쳐난다.

제조공학은 새로 탄생하는 제품의 실용성·신뢰성·생산성을 제공하기 위해 새로운 재료, 더 복잡하고 더 얇아진 형상을 제조하기 위한 기초기술과 동 시대의 첨단 제조기술을 결합해 끊임없이 개척해 가는 분야다. 따라서 고급 인력부족 현상을 이대로 방치한다면 현재 한국의 제조업이 수년 내에 쇠퇴하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학생들이 수학적으로나 과학이론적 방법론에 기반해 우수한 논문발표가 용이한 분야로 몰린 반면 복합적인 학문으로 많은 실험을 수행하는 제조공학분야는 기피하고 있다. 그 결과 웬만한 중견 제조기업에서도 제조공학 분야의 인력부족 현상을 겪고 있다. 대학에서는 해당 분야의 교원 충원을 하려고 해도 구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이러한 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이유는 제조기술과 관련한 공학 분야가 전통적으로 기계공학과·전자공학과·화학공학과·재료공학과 등과 같이 편성돼 학생들이 볼 때 소위 3D분야로 보이는 제조공학 기피현상에 그대로 노출돼 있기 때문이다. 이를 바로잡을 수 있는 방법은 기계공학·전기전자공학·재료공학·화학공학·생명공학 분야 가운데 직접적인 제조기술과 관련이 깊은 세부 분야를 분리해 '제조공학'의 인력양성 구조로 개편하는 것이다.

요즘 인기있는 대기업과 대학의 단기적인 프로젝트 형식인 '반도체계약학과' '디스플레이계약학과' 등의 각종 계약학과 영역을 제조공학과나 제조공과대학의 통합체제로 개편해 다양한 분야의 기술을 결합헤야 한다. 이론해석과 실험을 자유로이 넘나드는 창의적인 발상에 익숙한 인재를 집중적으로 육성해야 교수 요원과 학생 확보가 지속 가능하고 제조기술 발전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중국 제조기술이 급속도로 발전하게 된 이면에는 제조공학 독립학과 중심의 인력양성 체제가 일찍부터 편성돼 있기 때문이었다. 필자는 최근 20여년간 관여해온 제조공학분야 국제학술지 심사과정에서 중국 공학도들의 발표 논문 수준이 한국 대학 논문에 비해 훨씬 깊이 있으면서도 탄탄한 실험과 해석모델링으로 발전하고 있음을 목격했다. 그 결과가 지금의 중국 제조강국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한국은 급성장 과정에서 급속히 팽창하는 규모 경제에 보조를 맞추느라 기초기술을 제대로 쌓을 여유가 없었다. 해외로부터 도입한 기술을 바탕으로 추가적인 노력을 보태 외견상 제조강국의 모습을 띠게 됐다고 할 수 있다.

문제는 지금까지는 이러한 모습이 가능했지만 미래는 암울하다는 점이다. 이미 여러 국가들이 기초기술과 고급 제조장비를 전략기술과 물자로 지정하고 철저히 관리하고 있다. 제조 인공지능(AI) 시대의 핵심 기술을 효과적으로 개발하는 인력을 지속적으로 배출하기 위해서는 대학과 정부가 지금의 현실을 눈여겨 분석하고 심도있는 논의를 시작해야 할 때다.

이선규 광주과학기술원(GIST) 기계로봇공학부 명예교수 skyee@gist.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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