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형우 분당서울대병원 흉부외과 교수 “비만 심각한 질병…GLP-1 치료 문법 바꿨다”

Photo Image
장형우 분당서울대병원 흉부외과 교수

비만 치료 문법이 격변하고 있다.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GLP-1) 계열 비만치료제가 체중 감량을 넘어 심혈관 질병 자체를 줄인다는 결과가 임상연구로 입증되면서다. 이 변화를 수술실·본인 몸으로 동시에 증명한 의사가 있다. 장형우 분당서울대병원 심장혈관흉부외과 교수다.

장 교수는 심장을 수술하는 흉부외과 의사이자 몸무게 116㎏ 비만 환자였다. 비만대사수술·비만치료제를 모두 거친 후 '의사이자 환자'였던 경험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가 전한 메시지는 비만 그 자체가 어떤 약 부작용보다 훨씬 위험하며, GLP-1 제제는 단순히 살을 빼는 약이 아니라 사람의 건강을 바꾸는 약이라는 것이다.

전문가가 수술실에서 본 비만은 삶의 불편함 그 이상이다. 장 교수는 “마취 유도 과정에서 자발호흡이 사라지면 의료진이 마스크·공기주머니로 대신 숨을 쉬어줘야 하는데, 고도비만 환자는 이 단계부터 공기가 폐로 제대로 들어가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혈관 확보도 어려워 돌발 상황에 대처할 마취과 의료진이 보통 체중 환자보다 여럿 붙어야 하는 고위험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의 감량 여정은 현재 비만 치료 선택지 축소판이다. 처음 시도한 삭센다는 저탄수화물 식이요법을 병행하던 시기라 추가 감량 효과를 보지 못했다. 이후 위소매절제술(이하 수술)로 116㎏에서 90㎏까지 빠졌지만 102㎏까지 되돌아왔고, 위고비로 10개월간 97㎏에서 81㎏까지, 마운자로로 11개월간 78㎏까지 감량해 현재에 이르렀다.

각 치료 역할도 명확히 구분했다. 그는 “가장 강력한 치료는 수술로, 30~40㎏을 빼야 하는 고도비만 환자라면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면서 “약물만으로 어렵기에 수술과 약은 대체재가 아니라 감량 목표에 따라 역할이 나뉘는 치료 옵션”이라고 설명했다.

대중 부작용 공포에는 과학적 기준의 최신 논문을 근거로 들었다. 그는 “췌장염 발생률은 극도로 낮고, 담낭염은 연구 결과가 엇갈려 뚜렷한 결론이 없는 수준”이라며 “정작 위험한 것은 비만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약의 잠재적 부작용을 걱정하기 전에, 비만이 이미 심혈관계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약을 끊으면 다시 찐다'는 요요 통념에 대해서는 질문 자체가 틀렸다고 반박했다. 고혈압약을 끊어 혈압이 오르는 것을 요요라 부르지 않듯, 만성질환 치료제를 중단하면 질환이 재발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했다.

근거로 두 건의 연구를 제시했다. 환자 670명을 대상으로 GLP-1 제제 투약 후 절반을 위약으로 전환한 이중맹검 연구에서 중단군은 체중이 다시 늘었고, 지속군은 추가 감량에 성공했다.

반대로 2021년 국제학술지에 실린 연구에서 평균 105㎏ 집단이 상당한 강도의 운동·식이요법만으로 감량한 폭은 3%에 미치지 못했다.

그는 “운동과 식이요법은 체중을 유의미하게 빼지 못한다는 것이 최상위 저널들이 반복 확인한 결과”라며 “운동·식이는 더 건강해지기 위한 보조요법 정도”라고 선을 그었다.

Photo Image
장형우 분당서울대병원 흉부외과 교수

평생 투약을 전제하면 월 수십만원의 비급여 부담이 남는다. 장 교수는 이에 대해 정책 당국 태도를 정면 비판했다.

장 교수는 “보건복지부와 관련 기관들은 말로는 비만을 질병이라 하지만 행태로는 진료로 인정하지 않는다”며 “당뇨가 동반돼야만 협상 테이블에 오르는 현실이 이를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다만 특허 만료와 시장 경쟁으로 최대 3년 안에 약가가 내려갈 것으로 내다봤다.

비대면 진료 등을 통해 비만이 아닌 사람에게까지 약이 흘러가는 현상에는 신중한 답을 내놨다.

그는 “치명적 부작용이 확인되지 않은 약을 성인이 잠재적 위험을 이해하고 선택한다면 무조건 막을 수는 없다”면서도 “모든 임상 근거는 체질량지수(BMI) 27 이상을 대상으로 한 것이어서 마른 사람에게 안전한지 답할 근거 자체가 없다”고 짚었다. 당뇨가 없는 단순 비만이어도 내과·가정의학과가 책임감 있게 처방을 맡는 것이 낫다는 설명이다.


임중권 기자 lim9181@etnews.com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