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D 마스크는 안전확인 받는데 고주파 기기는 KC만
K뷰티처럼 제조사 따로 마케팅 따로…안전은 누구 책임?

국내 뷰티 디바이스 시장이 'K뷰티' 열풍을 타고 몸집을 불리는 사이, 시장 이면에서는 브랜드 난립과 안전관리 공백이라는 그림자도 함께 짙어지고 있다. 최근 3년 사이 에이피알을 필두로 아모레퍼시픽·LG생활건강 등 대기업은 물론 동국제약·동화약품 등 제약업계까지 가세하며 시장은 급속도로 커지고 있다. 그런데 정작 뷰티 디바이스를 규율하는 국내 분류·인증 기준은 수년동안 모호한 상태에 머물렀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성장세를 이어가려면 속도감 있는 규제 정립과 분류 체계 정비가 필요하다. 정부가 핸디형 뷰티 디바이스 안전기준을 새로 마련키로 한 것을 계기로 분류 체계 등 관련 제도 정비와 소비자 보호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늘어나는 뷰티 디바이스…최근 3년 반 사이 절반 등록
국립전파연구원 적합성평가 등록 현황을 최근 10년간 연도별로 집계한 결과, LED마스크·고주파·피부미용기기(진동클렌저 등 제외) 3개 카테고리 관련 등록 건수는 2014년부터 올해 7월까지 누적 252건으로 나타났다. 이 중 2023년부터 올해 7월까지 최근 3년 반 사이 등록 건수는 123건으로 전체의 48.8%에 달해 절반에 육박했다. 신규 진입 업체 수 역시 누적 177개사 중 77개사(43.5%)가 이 기간에 처음 이름을 올리며, 시장의 절반 가까이가 최근 3년 반 사이 새로 형성된 것으로 나타났다.
모두 피부 미용과 관련된 제품들이지만 연도별로 트렌드는 달랐다. 2019년까지는 LED마스크가 시장을 견인하다 점차 감소한 반면 2020년대 들어 고주파 기기가 뷰티 디바이스 성장을 이끌었다. 고주파 기기 관련 등록 건수는 2020년 15건에서 2023년 32건으로 늘며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
업체별로 살펴보면, 국내 뷰티디바이스 시장 점유율 30% 이상을 차지하는 것으로 추산되는 에이피알은 2021년 8월 메디큐브 에이지알 첫 모델(ME-AGE-R) 등록 이후 매년 3건 안팎씩 신규 등록을 이어오다 지난해 5건을 등록하며 5년 새 17개 모델을 등록했다. 원조 격인 아모레퍼시픽은 2013년 전동클렌저 이후 메이크온 브랜드를 꾸준히 이어오다 2020년 LED패치 이후 잠잠한 행보를 보였다. 지난해 젬 소노 테라피와 LED마스크 2종을 잇달아 내며 다시 속도를 냈다.
동국제약은 2022년 11월에야 센텔리안24 브랜드로 첫 기기를 내놓은 뒤 이듬해 상반기에만 2개 모델을 추가했고, 같은 해 9월에는 동화약품도 후시딘 브랜드를 앞세운 부스터 기기로 시장에 처음 이름을 올렸다.
홈 뷰티 디바이스와 인공지능(AI) 피부 분석 등을 아우르는 뷰티테크는 K뷰티 흥행을 이어갈 성장 동력으로 꼽힌다. 화장품 수출을 넘어 기술 내재화, 연구개발(R&D) 등으로 뷰티테크 기술력을 확보하는 모양새다.

◇쏟아지는 브랜드, 헐거운 인증…책임 소재는 불분명
뷰티 디바이스는 쏟아지지만, 안전인증은 사각지대에 놓여왔다. 현행 '전기용품 및 생활용품 안전관리법'은 △발광다이오드(LED) 마스크 △두피 관리기 △눈 마사지기 △플라즈마 미용기기 등 4개 품목을 가정용 미용기기로 분류해 생활용품 안전확인 인증을 요구한다.
하지만 최근 출시량이 많아진 고주파·초음파 등 복합에너지원 기반 미용기기는 별도 분류 없이 단순 공산품으로 치부돼 안전확인 인증 없이 KC인증만으로 유통이 가능했다. 피부에 직접 닿는 기기이지만 품목 기준이 지나치게 단순화돼 안전 인증 체계 공백이 존재했다는 지적이다.
시장에 쏟아지는 브랜드 수만큼 실제 제조 주체도 다양한 것은 아니다. 국립전파연구원 등록 현황을 보면 제조사 한 곳이 톰(TOM), 리페라, 달바(d'Alba), 애터미, 모제림 등 5~6개 이상의 서로 다른 소비자 브랜드 제품을 제조하기도 한다. 브랜드만 보면 시장 참여자가 넘쳐나는 것처럼 보이지만, 정작 기술과 안전을 책임져야 할 주체는 소수 제조사에 몰려 있는 셈이다.
느슨한 인증 체계에 소수 제조사 집중 구조 등도 겹치면서, 정작 제품에 문제가 생겼을 때 누가 책임져야 하는지는 더 불명확해진다. 기존 K뷰티 화장품과 마찬가지로, 브랜드 기업들이 자체 기술력 없이 마케팅에만 주력해 제품 경쟁력은 제조사에 의존하게 되고, 제조·유통·판매·관리로 나뉜 영역마다 책임 소재가 흩어지는 문제점도 제기된다. 효과 검증, 안전성 정보, 사용 가이드라인 등이 빠르게 정리되지 않으면 지금의 성장세가 오히려 시장 혼란을 키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실제 한 뷰티 디바이스 제조사 관계자는 이런 우려가 현장에서도 감지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제조사 기술력에 의존해 인지도만 믿고 제품 개발을 의뢰하는 인플루언서 등도 많아지고 있다”면서 “뷰티 디바이스 기술력과 안전성 등에 대한 이해가 수반되지 않은 채 시장 판매자만 많아진다면, 제조사 입장에서도 책임 부담이 커지는 문제가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정다은 기자 dandan@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