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북대학교는 박상식 나노신소재공학과 교수팀이 친환경 실크 단백질과 고분자 물질을 융합해 차세대 수계 아연 이온 배터리용 아연 음극의 수명을 획기적으로 늘리는 표면 보호막 기술을 개발했다고 15일 밝혔다.
현재 널리 쓰이는 리튬 이온 배터리를 대체할 차세대 배터리로 꼽히는 수계 아연 이온 배터리는 폭발 위험이 없고 가격이 저렴해 대용량 에너지 저장 장치에 적합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그러나 배터리를 충·방전하는 과정에서 아연 표면에 나뭇가지 모양의 결정이 쌓이는 '덴드라이트' 현상이 발생하고, 물 기반의 전해액 때문에 아연 금속 표면이 부식되거나 수소 가스가 발생하는 등 계면 부작용이 일어나 배터리 수명이 급격히 저하되는 치명적인 한계가 있다.
연구팀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생체 친화적 소재인 실크 피브로인(Silk Fibroin)과 폴리비닐알코올(PVA)을 복합화한 'SFP 보호막'을 아연 음극 표면에 도입했다. 연구 결과, 에탄올에 2시간 동안 담가 결정화 처리를 거친 SFP 보호막은 내부 구조가 매우 잘 정렬된 '베타 시트(β-sheet)' 구조로 변화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구조는 아연 이온이 음극 표면에 균일하게 쌓이도록 유도하는 통로 역할을 수행해 이온의 이동 속도를 높였다. 동시에 보호막 자체의 기계적 강도와 단단함(경도)도 크게 향상시켜 거친 결정 성장을 물리적으로 억제하는 데 기여했다.
이번에 개발된 보호막의 효과는 실제 배터리 환경과 유사한 바나듐 산화물(V2O5) 양극 기반의 풀셀(Full-cell) 평가에서 명확히 입증됐다. 기존의 순수 아연 음극을 적용한 배터리는 충·방전을 반복했을 때 단 212회 만에 급격한 성능 저하를 보이며 방전됐다. 반면 연구팀이 개발한 보호막을 도입한 아연 음극 배터리는 1000회가 넘는 극한의 충·방전 시험 이후에도 131.4mAh/g의 높은 용량을 안정적으로 유지했다. 이는 기존 대비 배터리 수명이 약 5배 수준으로 향상된 결과다.
박상식 교수는 “이번 연구는 단순히 새로운 보호막을 입히는 수준을 넘어, 보호막의 물리적인 결정화 상태에 따라 아연 음극 표면의 전기화학적 거동이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명확히 규명했다는 점에서 학술적·기술적 의의가 크다. 화재 위험이 낮은 차세대 수계 배터리의 안정성과 성능을 높이는 차세대 수계 배터리 음극 설계의 핵심 전략이 될 것이며, 향후 친환경 대용량 ESS 및 전기차 등 다양한 분야에 응용 가능한 원천 기술로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연구는 한국연구재단 지역혁신선도연구센터(경북대 탄소중립지능형에너지시스템센터) 사업과 박사과정생 연구장려금 지원사업, 경북도 앵커(구 라이즈) 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연구성과는 최근 에너지 분야의 국제학술지인 '저널 오브 파워 소스(Journal of Power Sources)' 온라인에 게재됐다.
대구=정재훈 기자 jhoon@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