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경쟁력은 결국 '코어기술'을 보유했느냐에 달렸습니다. 외부 모델이나 애플리케이션 프로그래밍 인터페이스(API)에 의존하면, 그 API가 막히거나 서비스 자체가 사라졌을 때 우리는 손쓸 수조차 없습니다.”

차미영 독일 막스플랑크 보안·정보보호연구소 단장은 한국 AI 경쟁력 핵심 과제로 원천기술 확보를 꼽았다. 차 단장은 KAIST에서 학사·석사·박사를 취득한 후 지난 2024년 6월 한국인 최초로 독일 기초과학 연구기관인 막스플랑크 연구소 단장으로 임명됐다. '인류를 위한 데이터과학'을 연구하는 그는 '2026 세계한인과학기술인대회'에서 기조연설을 했다.
차 단장은 최근 집중하는 연구 분야로 '기술의 근본적인 안정성' 확보를 들었다. AI가 확산되며 개인정보 보호, 데이터 보안, 알고리즘 신뢰성 등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보안 위협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암호 기술과 AI 모델 메커니즘을 이해하는 연구로 대응하고 있다는 것이다.
차 단장은 “AI 활용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도 시작됐다”면서 “막스플랑크 연구소는 AI 전문가와 법학·인류학 등 서로 다른 영역의 석학들이 만나 박사급 연구원을 공동 지도하는 융합 프로그램도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차 단장은 AI가 사회 문제 해결에 기여할 수 있어야 의미 있다고 본다. 가장 인상 깊었던 연구 역시 KAIST 재직 당시 세계관세기구(WCO)와 협업한 나이지리아 관세청 프로젝트를 꼽았다. 수입 물품에 적합한 관세 코드를 부여하는 알고리즘을 개발했지만, 정작 현지에 알고리즘을 구동할 인프라와 인력이 없었기 때문이다.
차 단장과 연구원들은 직접 나이지리아를 수차례 오가며 맞춤형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한 결과 기술이 안착할 수 있었다. 차 단장은 “데이터나 알고리즘에는 간략하게 요약된 상황만 담길 뿐 각 국가의 고유한 문화나 복잡한 시스템까지 녹여내기는 어렵다”면서 “관세 프로젝트를 계기로 사회 현장에서 바로 쓰일 '가장 직관적이고 쉬운 지표'를 함께 만들려고 노력한다”고 강조했다.
AI 부작용으로 대두되는 가짜뉴스, 알고리즘 편향성 극복 방안으로는 규제와 사회적 윤리의 조화를 제시했다. 차 단장은 “우리나라는 가짜뉴스 규제가 없고 명예훼손 처벌 수준이 적은데, 유럽연합(EU)은 굉장히 큰 벌금을 물리고 있다”면서 “같은 AI 기술도 전쟁에 활용하면 큰 피해를 야기할 수 있는 만큼 연구자는 기술이 나쁜 의도로 활용될 가능성을 항상 염두에 둬야 한다”고 말했다.
차 단장은 한국 AI의 성장 가능성은 긍정적으로 전망했다. 한국은 AI 인재와 연구 역량, 국가 차원의 투자 기반을 갖췄다는 이유에서다.
차 단장은 “한국은 AI 수준이 높고 인재가 많은 등 잠재력을 보유했기 때문에 더더욱 코어기술을 놓쳐선 안 된다”면서 “AI는 사회 곳곳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법학, 정책, 인류학, 심리학 등 다양한 분야와의 융합 연구를 진행하며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송윤섭 기자 sys@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