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철도공사(코레일)가 추진하는 대규모 전동차 구매 입찰을 둘러싸고 철도차량 제조업체간 법정 공방이 시작됐다. 입찰에서 탈락한 업체가 낙찰예정자의 자격 요건에 법적 문제를 제기하며 후속 절차 중지를 요구하고 나섰다.
철도업계에 따르면, 철도차량 제조사 우진산전은 지난 달 29일 코레일을 상대로 '임시지위 확인 및 절차진행 정지 가처분 신청'을 대전지방법원에 제출했다.
앞서 코레일은 5월 월곶판교선(48량), 인덕원동탄선(92량), 대경선(4량) 등 총 144량(추정가격 약 3089억원) 규모 전동차 구매 입찰을 공고했다. 평가는 기술점수 85점 이상을 통과한 업체 중 최저가를 제안한 업체를 선정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개찰 결과, 기술평가를 통과하고 가장 낮은 3097억 6000만원을 제시한 로만시스가 낙찰예정자로 선정됐다. 우진산전은 3225억 원을 투찰했다.
법정 공방의 핵심 쟁점은 낙찰예정자의 '납품실적 인정 기준'이다. 로만시스는 자체 전동차 실적이 없지만, 실적을 보유한 현대로템과 기술지원협약서를 체결해 제출했다.
코레일이 입찰에서 '형식승인을 취득한 업체와 협력하기로 약정한 경우 납품실적으로 인정한다'는 예외 조항을 둔 덕분이다. 로만시스는 이를 통해 유사물품 실적 점수를 받아 기술평가를 통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우진산전은 예외 조항이 입찰공고에 명시된 '제조물품 직접생산 조건'에 정면 충돌해 무효라고 주장했다. 법적 책임 권한이 불분명한 사적 협약만으로 제3자의 실적을 차용하는 것은 공동수급체(컨소시엄) 제도를 우회하는 행위이며, 공공 안전에도 위배된다는 취지다.
우진산전은 로만시스의 이행능력 자체에도 의문을 제기했다. 과거 로만시스가 코레일과 체결한 기존 디젤전기기관차 계약(2022년 12월 29일자 계약)의 분할납품 일정상 2026년 6월 말까지 1량을 인도해야 했으나, 첫 1량조차 인도하지 못하고 있는 정황을 제시하며 부실 이행 위험을 경고했다.
게다가 실적을 제공한 현대로템은 로만시스와 체결한 확약서가 차량 납품 및 납기와는 전혀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로만시스의 납품 지연이나 납기 문제와 관련해 현대로템 책임 범위는 귀속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에 코레일은 “진입 장벽을 낮춰 신규 업체의 시장 참여를 유도하기 위한 조치였다”며 “계약 이전 책임 연대를 담보할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반박했다.
철도업계 안팎에서는 컨소시엄이 아닌 상태에서 제3자의 납품 실적을 특정 업체의 실적으로 인정해 주는 것에 대해 납득하기 어렵다는 비판이 나온다. 현대로템이 적기 납품에 대한 법적 책임을 지지 않는 만큼, 발주기관이 최종 계약 체결 이전 납품 역량을 철저히 검증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편, 대전지방법원은 가처분 신청 사건의 재판부를 배당했으나, 아직 구체적인 심문기일은 확정하지 않았다.
함봉균 기자 hbkone@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