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스라엘이 요구한 '일방적 무장 해제' 제외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가자지구에 대한 20년간의 통치권을 포기하고, 미국이 지원하는 임시 정부에 정권 체제를 이양하겠다고 공식 발표했다.
6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 등에 따르면 하마스 행정부 수반인 모하메드 알 파라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가자지구 행정 전반을 담당해 온 '정부 업무 후속 조치 위원회'와 '정부 비상 위원회' 위원장직에서 사퇴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러면서 미국이 중재한 휴전 협정의 일환으로 창설된 '가자지구 국가행정위원회(NCAG)'에 권한을 이양하겠다고 전했다.
하젬 카셈 하마스 대변인 역시 AFP 통신과 인터뷰에서 “이스라엘의 침략과 말살 전쟁의 명분을 없애기 위해 더 이상 가자지구를 관할하지 않기로 새로운 조치를 취했다”고 해산 조치를 재확인했다.
그러나 이번 발표가 인도주의적 위기에 처한 가자지구의 교착 상태를 타개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하마스는 성명을 통해 과도기적 과정으로서 안보 권한을 이양할 준비는 되어 있다고 밝혔으나, 미국과 이스라엘이 요구해 온 '일방적 무장 해제'에 대해서는 확약하지 않았다. 하마스 측은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영토의 60% 이상을 직접 통제하며 휴전을 위반하고 있는 상황에서 일방적으로 무기를 내려놓을 수는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실질적인 정권 이양 과정에도 난항이 예상된다. 하마스로부터 권한을 넘겨받을 NCAG는 지난 1월 구성됐으나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정부의 진입 차단으로 인해 현재까지 가자지구에 들어가지 못한 채 이집트 카이로에 머물고 있다.
전문가들은 하마스의 이번 행보가 가자지구에 남은 210만명의 주민들을 위한 재건과 구호 조치를 가로막아 온 평화 프로세스를 되살리기 위한 상징적 시도에 가깝다고 분석했다.
이들은 또한 이번 조치가 가자지구의 이스라엘 군 직할 통제 지역 내에 특수 목적 마을을 조성하고, 구호·재건 및 가자지구 국가행정위원회(NCAG)의 통치 권한을 극소수의 가자지구 주민에게만 제한하려는 이스라엘 주도의 제안에 맞서기 위해 고안된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 계획을 지지해 왔으며, 미 관료들은 이를 '인도주의 도시', '대안적 안전 공동체' 또는 '신(新) 라파' 등으로 다양하게 부르고 있다. 반면 에후드 올메르트 전 이스라엘 총리는 이 계획을 두고 '강제 수용소'라고 비판한 바 있다.
막스 로덴벡 국제위기그룹(ICG) 이스라엘-팔레스타인 프로젝트 책임자는 “팔레스타인에 명확한 정치적 전망이 없는 상황에서 무장 해제는 불가능하지만, 적어도 권력을 포기할 의향이 있음을 보여줌으로써 미국 평화위원회 측에 유연성을 발휘하라는 압박을 가한 것”라고 짚었다.
한편, 외교가에서는 10월 말로 예정된 이스라엘 총선을 앞두고 네타냐후 총리가 극우 연립정부를 유지하기 위해 가자지구 재건 및 평화 협상에 소극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어, 당분간 가자지구의 미래를 둘러싼 진전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