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학령인구 감소 시대의 역설(逆說)…“학교 갈 학생은 줄고, 배워야 할 시민은 늘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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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용진 서울시평생교육진흥원장

우리 사회는 학령인구 감소를 걱정한다. 아이들이 줄어 학교가 문을 닫고, 대학은 신입생 충원에 어려움을 겪으며, 지역 소멸도 가속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이어진다. 이러한 진단은 틀리지 않다. 다만 그 이면에는 배우는 사람을 곧 학생으로 보는 '학교교육 중심'의 관점이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다.

사전적으로 학령인구는 초등학교에 다닐 나이의 인구를 뜻하지만, 통계와 정책적으로는 대체로 초·중·고등학교와 대학 연령대를 포괄해 사용된다. 그렇지만 오늘날 100세 시대에 교육분야에서 책임져야 할 대상을 여전히 학교에 다니는 연령층에 한정하는 것이 타당하고 유효한가.

국민교육의 중심이 학교교육이었던 20세기에는 학령인구와 학생 인구를 같은 의미로 사용해도 큰 문제가 없었다. 일정한 나이에 학교에 들어가 지식과 기술을 익히고, 이를 바탕으로 한 직장에서 오랫동안 일하는 삶이 일반적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인공지능(AI)이 주도하는 디지털 대전환 시대에는 배우는 사람을 학생에 한정할 수 없게 됐다.

지식과 기술의 유효기간이 짧아지면서 학교에서 배운 지식만으로 남은 인생을 살아가기 어려워졌다. 평생직장의 개념은 사라졌고, 생애에 걸쳐 여러 직업을 거치거나 복수의 일을 병행하는 삶이 늘고 있다. 중장년층의 직업 전환 교육(리스킬링)과 재직자의 역량 향상 교육(업스킬링)은 이제 생존을 위한 필수 조건이다. 고령자의 디지털 문해교육 역시 더 이상 일부만의 문제가 아니다.

따라서 학령인구 감소를 말할 때는 두 가지 현실을 함께 보아야 한다. 학교에 취학할 연령의 인구는 분명 줄고 있다. 그러나 새로운 지식과 기술을 배워야 할 학습인구는 오히려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아동과 청소년뿐 아니라 청년, 재직자, 중장년, 노년까지 사실상 모든 국민이 생애에 걸쳐 학습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평생학습시대에는 기존의 '학령인구'를 넘어 '학습인구'라는 더 넓은 관점으로의 전환이 필수적이다.

교육정책의 출발점도 '배워야 할 학생이 몇 명인가'에서 '배워야 할 학습자가 몇 명인가'로 확대돼야 한다. 이제는 학생 수가 줄었다고 폐교를 걱정할 것이 아니라, 학교의 유휴 공간과 자원을 지역 주민의 평생학습 기지로 활용하려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학교는 더 이상 특정 연령대의 학생만을 위한 닫힌 공간이 아니다. 지역 주민이 함께 배우고 만나고 성장하는 공공 학습공간으로 다시 설계될 필요가 있다.

교육재정에 대한 논의도 달라져야 한다. 학생 수 감소에 따라 교육교부금의 사용 방향을 고민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그 논의가 단순히 학생 한 명당 얼마를 더 지원할 것인가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초·중등교육의 안정성을 지키면서도, 고등교육과 평생교육을 아우르는 '생애교육재정'으로의 확대를 함께 검토해야 할 시점이다.

현재 평생학습이용권(바우처)은 일정한 대상에게 연 35만원 수준으로 지원되고 있다. 그러나 평생학습이 더 이상 여가나 취미가 아니라 직업 전환, 디지털 적응, 시민 역량 형성을 위한 필수 조건이 되었다면 지원의 폭과 규모도 달라져야 한다. 선별된 일부 시민에게 제한적으로 제공되는 시혜적 이용권을 넘어, 더 많은 성인이 필요할 때 언제든 배울 수 있도록 공적 학습지원체계를 획기적으로 확대해야 한다. 소득과 지역에 따른 성인의 학습 격차를 줄이는 일은 국가의 장래를 위한 가장 확실한 교육투자다.

이러한 변화의 최전선에 서야 할 곳이 바로 국가평생교육진흥원과 광역자치단체의 평생교육진흥원이다. 특히 광역 평생교육진흥원과 기초 지자체의 평생학습관, 평생학습센터가 톱니바퀴처럼 유기적으로 연결돼야 한다. 나아가 대학과 기업, 도서관과 문화시설, 노인복지시설에서 이루어지는 모든 학습을 촘촘히 이어주는 통합적 학습생태계를 조성해야 한다. 직무 전환을 위한 리스킬링과 역량 향상을 위한 업스킬링도 별도의 산업·노동정책이 아니라 평생학습정책의 핵심 축으로 다루어져야 한다.

결국 이제는 '학령인구가 얼마나 줄어드는가'를 고민하기보다, '우리 사회에서 배워야 할 사람은 누구이며, 그들의 학습권을 어떻게 보장할 것인가'를 함께 물어야 한다. 평생학습시대의 교육 기회는 요람에서 무덤까지 모든 시민에게 활짝 열려 있어야 한다. 사람이 배우기를 멈추지 않는 한, 학령(學齡)에는 결코 정년이 있을 수 없다.

한용진 서울시평생교육진흥원장

◆한용진 원장은 학령인구 감소와 고령화 시대에 따른 평생교육의 미래를 전망한다. 한 원장은 고려대 교육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교육학 석사와 교육사철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1996년부터 2024년까지 고려대 교육학과 교수로 재직하며 교육문제연구소 소장과 평생교육원 원장, 사범대학·교육대학원 학장 등을 역임했다. 교육 발전 공로로 2024년 교육부 옥조근정훈장을 수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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