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70년대 가요계를 풍미하며 '나는 몰라요', '이웃사촌' 등의 메가 히트곡을 남긴 가수 옥희(본명 김광숙)가 암 투병 끝에 세상을 떠났다. 파란만장한 음악 여정과 함께 복싱 영웅 홍수환과의 영화 같은 재결합 스토리로도 대중의 큰 사랑을 받았던 고인의 비보에 문화예술계의 애도가 이어지고 있다.
20일 연합뉴에 따르면, 고인과 오랜 시간 각별한 우정을 나눠온 가수 장미화는 이날 통화에서 옥희가 경기도 수원의 한 호스피스 병동에서 신장암으로 영면에 들었다고 전했다. 장미화는 오후에 직접 병원을 찾아 마지막 면회를 마친 뒤 귀가하던 중 비보를 접했다며, 고인의 마지막 길은 가족들이 곁에서 지켰다고 슬픔을 감추지 못했다.
한국전쟁 시기인 1953년 피란지 부산에서 악극단 활동을 하던 부모 밑에서 태어난 고인은 천생 음악인의 피를 이어받았다. 휴전 이후 서울로 이주해 배화여중 3학년 재학 시절, 당대 최고의 가수 현미와의 만남을 계기로 미8군 무대 오디션을 통과하며 본격적인 연예계 커리어를 시작했다.
이후 1968년 5인조 걸그룹 '서울시스터즈'의 리더로 발탁되어 홍콩과 중동을 비롯해 미국 라스베이거스, 캐나다 등 전 세계 대형 무대를 누볐다. 고인은 지난 2019년 KBS '아침마당'에 출연해 이 시절을 떠올리며 자신들이 바로 세계를 무대로 활동했던 'K팝의 원조'였다고 자부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당시 해외에서는 귀여운 고양이를 뜻하는 '키티김'(Kitty Kim)이라는 이름과 본명을 딴 '오키토키'라는 애칭으로 큰 인기를 끌었다.
국내로 돌아온 고인은 1974년 '나는 몰라요'를 발표하며 솔로 가수로 전향했다. 파워풀한 가창력과 섬세한 감성을 동시에 선보인 이 곡으로 MBC '10대 가수상'을 거머쥐며 단숨에 톱가수 반열에 올랐다. 연이어 '눈으로만 말해요'(1975년), '어디에 있을 것 같아'(1976년), '아 그날이'(1976년), '이웃사촌'(1977년), '두 손을 잡아요'(1977년) 등을 연달아 히트시키며 전성기를 구가했다.
활발한 음악 활동 와중에 1970년대 후반 세계 복싱 챔피언 홍수환과의 열애와 출산은 연예계를 뒤흔든 대형 화제였다. 두 사람은 한 차례 결별의 아픔을 겪으며 각자의 길을 걸었고, 고인은 1981년 '아내의 일기'와 '옥희의 꿈'을 발표하며 무대로 돌아왔다. 두 사람은 이별 후 16년 만인 1995년 극적으로 재결합하며 다시 한번 대중을 놀라게 했고, 이후 합동 찬양 앨범을 발표하고 자선 무대에 함께 오르는 등 변함없는 부부애를 보여주었다.
고인은 이후에도 '소설 같은 사랑'(2003년), '돈 때문에'(2007년), '인생 열차'(2017년) 등을 꾸준히 발표하며 마이크를 놓지 않았다. 지난해 신장암 진단을 받고 투병하는 중에도 음악을 향한 열정은 식지 않았다. 2024년 발표한 '고마운 사랑'과 음악 동인 예우회의 '전설을 노래하다' 음반에 수록된 '인생 열차'가 고인의 유작이 됐다. 특히 올해 3월에는 투병 중인 몸을 이끌고 KBS '가요무대'에 출연해 '정열의 꽃'을 열창하며 시청자들에게 깊은 감동을 안겼다.
대중음악계는 출중한 미모와 폭발적인 성량, 친근한 매력으로 대중의 곁을 지켰던 대스타의 권세를 기리며 깊은 슬픔에 잠겼다. 유족으로는 남편 홍수환과의 사이에 1남 1녀가 있다. 빈소는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될 예정이며, 장례는 대한민국 대중음악계에 기여한 고인의 공로를 기려 대한가수협회장으로 엄수된다.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