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ERI, SiC 전력반도체 망치는 '킬러 결함' 발생 원리 최초 규명

한국전기연구원(KERI) 차세대반도체연구센터 나문경 박사팀이 충남대학교 홍순구 교수팀, 분석 전문기업 호리바에스텍코리아와 공동 연구를 통해 탄화규소(SiC) 전력반도체 제조 과정에서 발생하는 치명적인 불량인 '킬러 결함'의 내부 구조와 발생 원리를 세계 최초로 규명했다.

SiC 전력반도체는 고온·고압의 가혹한 환경을 견디며 전류 방향과 전력 변환을 제어한다. 사람 몸으로 치면 근육과도 같은 역할이다. 최근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와 전기차 수요 급증으로 전 세계 기업들이 고품질 전력반도체 대량 생산을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문제는 제조 공정이다. SiC 전력반도체는 기판 위에 탄소와 실리콘 원자를 한 층씩 정교하게 쌓아 올리는 '에피택시(Epitaxy) 공정'을 거쳐 완성된다. 얇은 실을 촘촘히 엮어 옷감을 짜는 과정과 비슷하다. 원자 배열이 조금이라도 어긋나면 치명적인 킬러 결함이 발생해 반도체 칩 전체 수율을 크게 떨어뜨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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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C 전력반도체 공정에서 발생하는 거대 사다리꼴 결함의 복잡한 내부 구조와 원자 단위에서의 진화 과정.

그중에서도 길이 약 1㎜에 달하는 막대 모양 '사다리꼴 결함(TZD)'은 칩 전체를 망가뜨리는 주범으로 꼽힌다. 이 결함은 그 크기와 모양만 다를 뿐 기존의 결함과 같은 본질적 특성을 가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공동 연구팀은 그동안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던 사다리꼴 결함 내부에 관찰된 특이한 줄들에 주목했다. 결함의 실체적 구조를 밝히기 위해 광 발광 매핑, 스펙트럼 분석, 원자 레벨 해석, 밀도범함수이론(DFT) 계산 등 총 8가지에 달하는 다각적 해석 기법을 융합해 연구를 시도했다.

이를 위해 구미전자정보기술원의 고분해능 주사투과전자현미경(HR-STEM)을 비롯해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의 누리온 슈퍼컴퓨터, 포항방사광가속기의 싱크로트론 장비 등 국가 최첨단 인프라를 총동원해 1년 이상 연구를 수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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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C 전력반도체 공정에서의 사다리꼴 결함 규명 연구에 활용된 국가 첨단 인프라.

그 결과 사다리꼴 결함 내부에 최대 32층으로 구성된 다수 결함들이 복잡하게 얽혀 있다는 사실을 새롭게 밝혀냈다. 반도체가 제조되는 과정 중에도 결함이 반도체 물질을 층층이 쌓은 얇은 막인 에피층으로 전파되며 스스로 형태를 바꾸고 확장된다는 점도 새롭게 확인했다.

공동 연구팀은 향후 SiC를 넘어 와이드밴드갭(WBG) 등 차세대 전력반도체의 결함 생성 메커니즘을 심층 연구할 계획이다. 다년간 축적한 연구 경험을 토대로 차세대 소재 전반에 대한 구조 결함의 물리적 이해를 높이고 검증 기준을 세계 최초로 확립하는 것이 목표다. 이를 통해 대한민국 전력반도체 기술을 초격차 수준으로 끌어올리고 생태계 발전에 기여한다는 방침이다.

나문경 박사는 “그동안 전력반도체 성능을 저하시켰던 거대 사다리꼴 결함의 복잡한 내부 구조와 진화 과정을 원자 단위에서 세계 최초로 밝혀낸 뜻깊은 성과”라며 “연구원의 성과는 우리나라가 고품질 SiC 전력반도체를 양산하는 데 든든한 기술적 뼈대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창원=노동균 기자 defrost@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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