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면 진료 제도화 두고 국내·외국인 환자 정책 '온도차'

Photo Image
출처=게티이미지뱅크

정부가 외국인 환자 유치를 위한 비대면 진료 시스템 도입을 추진한다. 국내 체류 기간이 짧은 외국인 환자에게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해 사전상담, 사후관리 서비스를 제공해 의료 질을 높이겠다는 판단에서다. 반면 연말 제도화되는 국내 비대면 진료는 처방일수와 진료 비율 등을 엄격히 제한해 기조가 엇갈린다는 지적이 나온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보건복지부와 삼성서울병원은 최근 외국인 환자 대상 비대면 진료 시스템 도입 방안을 논의했다. 국제진료센터를 갖추고 디지털 활용 역량이 우수한 삼성서울병원 내에 비대면 진료 지원 시스템 구축 여부를 타진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회의는 아랍에미리트(UAE) 보건당국 고위관계자가 이달 중순 방한해 보건의료 AI 협력 방안을 논의한 데 따른 것이다. 지난해 말 이재명 대통령의 UAE 국빈 방문 당시 두 나라는 바이오헬스 분야 포괄적 협력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며 첨단의료 협력을 확대하고 있다.

한국과 UAE는 그동안 아부다비 원격의료센터를 두고, 한국 의사가 현지 의료진과 환자에게 화상으로 상담하는 방식으로 협력했다. 올해 5월 '의료 해외진출 및 외국인환자 유치 지원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공포되며 국내 의료기관이 주관하는 외국인 환자 비대면 진료의 길이 열렸다.

내년 5월 시행되는 개정안은 외국인 환자 유치의료기관 소속 의사는 초진 환자를 포함한 외국인 환자에게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한 관찰, 상담·교육, 진단, 처방이 가능하다고 규정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회의에 앞서 한 비대면 진료 플랫폼 업체를 찾아 국내 서비스 운영 현황 등을 확인하기도 했다.

Photo Image
비대면 진료 제도화 하위 법령(의료법 시행령) 방향에 대한 참여 의료인 인식조사 주요 결과(자료=원격의료산업협의회)

복지부가 참고 사례로 삼은 국내 비대면 진료 업계는 정작 어려움을 겪고 있다. 올해 12월 비대면 진료가 제도화되지만, 현장 의견을 반영하지 않은 채 시행 기준이 수립되고 있기 때문이다.

복지부는 신규 환자 처방일수를 7일 이내로 제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원산협에 따르면 비대면 진료를 3회 이상 이용한 환자의 73.9%가 당뇨, 고혈압 같이 동일 성분 의약품을 반복 처방받는 만성·반복 관리 목적으로 이용했다. 장기간 같은 약을 복용하고 있음에도 처음 만난 의사라는 이유로 비대면 진료 길이 사실상 막히는 셈이다.

의료기관당 비대면 진료 비율 상한 30% 설정 규제 역시 문제로 지적된다. 주간 외래로 30% 비율이 차면 정작 야간 응급 상황에 비대면 진료 환자를 받기 어렵기 때문이다. 원격의료산업협의회가 비대면 진료 참여 의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응답자의 78.3%가 “비대면 진료에 실제 참여 중인 의료인 목소리가 반영되지 않았다”고 답했다.

원산협은 지난 6년간 시범사업으로 비대면 진료 실효성을 검증했고, 주요국은 이미 개인건강기록(PHR)과 연계해 비대면 진료를 정착한 만큼 정부의 전향적인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고 호소한다.

원산협 관계자는 “신규 환자의 비대면 진료 처방일수를 일률 제한하면 고혈압·당뇨·탈모 등 장기 처방이 필요한 만성·경증 질환자 치료 연속성이 끊기고, 환자 의료비와 시간 등 사회적 비용이 가중되는 만큼 현장 의견을 반영한 건설적인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송윤섭 기자 sys@etnews.com

  • 놓치면 아쉬운 정보AD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