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메모리값 급등에 상생협력 프로젝트…셋톱박스 협력사 145억 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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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협력사 셋톱박스 생산 시설.

KT 셋톱박스 제조 협력사 마르시스가 확보한 원자재와 부품을 관리하는 경기도 용인의 한 물류 센터. 메모리와 주요 부품이 담긴 박스가 팔레트 위에 줄지어 놓여 있다. 박스마다 부품명과 수량을 적은 라벨이 붙어 있고, 확보된 자재는 생산 일정에 맞춰 국내외 셋톱박스 공장으로 옮겨진다. 메모리 가격 급등으로 부품 확보가 어려워진 상황에서 마르시스는 안정적으로 메모리를 수급해 생산하고 있다.

KT가 올해 2월부터 메모리 확보용 자금 145억원을 선지급해 셋톱박스를 관리·생산하는 현장을 지난 15일 찾았다.

KT는 협력사 2곳에 6개월간 활용할 메모리를 미리 구매할 수 있도록 지원해 공급망 안정성을 높이려 하고 있다. 마르시스는 80억원 가량을 지원 받았다.

마르시스 관계자는 “과거에는 필요한 부품을 2~3개월 치 확보하면 됐지만, 지금은 가격과 수급 변동성이 커져 4~5개월 치 물량을 미리 확보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선금 지원으로 메모리를 더 빨리 구매할 수 있었고, 생산 일정에 맞춰 자재를 안정적으로 운영하는 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셋톱박스에 탑재되는 LPDDR4, LPDDR5 등 메모리 가격은 지난해 초 제품당 1만5000원 수준에서 현재 10만원을 넘는 수준으로 올랐다. 회사에 따르면 과거 셋톱박스 납품가에서 메모리 비용이 차지하는 비중은 10%대였지만, 현재는 70% 안팎까지 높아졌다. 완제품 기준 셋톱박스 원가도 2배 가까이 올랐다. 이는 협력사 자금 운용 부담으로 이어지고 있다. 과거에는 월평균 10억원 수준의 메모리 자금을 2~3개월 치 운영하면 됐지만, 현재는 월평균 70억원 수준 자금을 4~5개월 치 확보해야 하는 상황이다. 최근에는 부품 발주 단계에서 선결제를 요구하는 사례도 늘었다.

마르시스 관계자는 “지원금으로 몇 개월 빨리 메모리를 구매할 수 있었고, 더 저렴한 가격에 물량을 확보할 수 있었다”며 “선급금이 없었다면 납품 원가가 더 높아졌을 가능성이 있고, 요구 물량을 맞추기 어려웠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KT는 선금 지원과 함께 납품대금 연동제도 운영하고 있다. 2023년 국내 통신 3사 가운데 처음으로 납품대금 연동제를 도입했다. KT는 원자재 가격 변동분을 납품대금에 반영하고, 수요예보 기간을 기존 4~6개월에서 최대 1~3년까지 늘리는 등 협력사 부담 완화와 공급망 안정화 조치를 병행하고 있다. 공급망 이슈 품목은 2~3년 장기계약 전환도 추진한다.

KT는 메모리와 주요 원자재 가격 급등이 장기화하는 상황에서 개별 기업 노력만으로 부담을 흡수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보고, 산업 전반의 공급망 안정과 지속 가능한 협력 환경 조성을 위한 논의를 이어갈 방침이다.

권혜진 KT SCM실장 전무는 “최근 공급망 위기는 개별 기업만의 노력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구조적 과제”라며 “쉽지 않은 경영 환경이지만 메모리 선구매 지원을 비롯해 협력사의 실질적인 경쟁력 강화를 돕고 안정적인 서비스 제공을 위한 지원을 지속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용인=


남궁경 기자 nkk@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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