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대통령의 유럽연합(EU) 순방을 계기로 우리나라와 유럽연합(EU) 간의 통상·투자·디지털 분야 협력이 한 단계 심화됐다. 우리 5대 교역국 중 최초로 EU와 디지털통상협정(DTA)을 체결해 '디지털 경제동맹'을 가속하는 한편, 유럽의 첨단 소재·장비 기업들로부터 1억6500만달러(약 2200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다.
산업통상부는 10일(현지시간) 벨기에에서 '유럽지역 투자신고식'과 '유럽투자가 라운드테이블'을 개최하고, 양측 정상이 임석한 가운데 '한-EU DTA'에 정식 서명했다.
투자신고식에서는 유럽의 첨단기업 4개 사가 총 1억6500만달러 규모의 외국인직접투자를 신고했다. 독일의 첨단소재 기업 오라폴(Orafol)은 반사 필름 분야 공장을 증설해 아태지역 수출 허브로 활용할 계획이며, 프랑스의 양자컴퓨터 선도 기업 콴델라(Quandela)는 한국을 연구개발 및 제조 거점으로 육성한다. 네덜란드의 프로드라이브 테크놀로지스(Prodrive Technologies)는 첨단산업 장비 모듈 판매를 위한 한국법인을 최초로 설립해 제조·R&D 센터 구축까지 검토한다. 스웨덴 마이크로닉(Mycronic) 역시 한국을 거점으로 디스플레이·반도체 장비 기술 혁신에 나설 예정이다.
이어진 라운드테이블에서 김정관 산업부 장관은 코트라, 주한유럽상공회의소 및 유럽 핵심 기업 6개사와 만나 미래 투자 협력 방향을 논의했다. 김 장관은 “한국의 탄탄한 첨단산업 공급망과 인공지능(AI) 생태계가 훌륭한 협력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며 “외국기업의 목소리를 청취해 한국 투자 과정에서의 애로를 적시에 해결하겠다”고 강조했다.
순방의 핵심 성과 중 하나는 한-EU DTA의 정식 서명이다. 여한구 산업부 통상교섭본부장과 마로시 셰프초비치 EU 통상·경제안보 집행위원이 서명한 이번 협정은 우리나라가 싱가포르에 이어 두 번째로 체결한 양자 디지털 통상협정이다. EU는 디지털 교역 가능 서비스 규모가 약 3조3240억달러에 달하는 거대 시장으로, 이번 협정을 통해 K-콘텐츠 및 우리 기업의 진출이 확대될 전망이다.
특히 한-EU DTA는 '컴퓨팅 설비 및 데이터 현지화'를 원칙적으로 금지한다. 우리 기업이 EU에 진출할 때 천문학적인 비용이 드는 현지 데이터센터를 의무적으로 구축할 필요 없이, 국내 서버에서 데이터를 처리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또 기업의 핵심 자산인 소프트웨어 소스코드 이전을 요구하지 못하도록 방어막을 쳤으며, 전자서명 상호 인정 및 통관 절차의 디지털화를 통해 무역에 드는 시간과 비용을 크게 줄였다.
한편 양측은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통상, 투자, 공급망, 첨단기술 등을 아우르는 최상위 경제 협력 구상인 '한-EU 경쟁력 파트너십(Competitiveness Partnership)'을 출범하기로 합의했다. 기존의 다각화된 협의 채널을 총괄하고 조정하는 '고위급 경제대화'도 신설해 글로벌 공급망 불안과 핵심 광물 확보 경쟁에 공동 대응하는 다층적 소통망을 구축했다.
산업부는 한-EU DTA가 실질적인 우리 기업의 수출 확대로 이어질 수 있도록, 국회 비준 등 후속 절차에 만전을 기할 방침이다.
안영국 기자 ang@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