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코스닥 시장을 프리미엄·스탠더드·관리군으로 재편하는 승강제 도입에 속도를 내는 가운데, 벤처업계가 공개적으로 제동을 걸고 나섰다. 부실기업 퇴출과 시장 신뢰 회복이라는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시가총액과 매출 등 외형 지표 중심의 획일적 잣대로 성장기업을 줄 세울 경우 코스닥이 혁신기업의 성장 사다리가 아닌 '낙인 시장'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다.

송병준 벤처기업협회장은 10일 서울 여의도 켄싱턴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코스닥의 '다산다사' 원칙에는 깊이 공감한다”면서도 “세그먼트와 승강제 도입, 상장폐지 요건 기준, 획일적인 중복상장 규제 등은 현장 현실과 동떨어져 있어 반드시 보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협회는 부실기업과 요건 미달 기업의 퇴출 자체에는 반대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문제는 코스닥 기업을 시가총액과 매출 등 외형 지표 중심으로 프리미엄, 스탠더드, 관리군으로 구분하는 방식이다. 일부 업종과 대형 기업만 프리미엄군에 편입되고 나머지 다수 기업은 사실상 비우량 기업으로 낙인찍히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벤처기업은 업종별 성장 단계와 사업 구조가 천차만별인 만큼 미래 성장성과 기술력을 반영하지 않은 획일적 기준은 혁신기업의 자금 조달과 성장 경로를 위축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중복상장 규제 역시 글로벌 확장 과정에서 필요한 해외 자회사 상장 전략까지 일률적으로 제한할 경우 벤처기업의 성장 기회를 제약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나타냈다.
송 회장은 코스닥이 코스피의 '2부 리그'가 아닌 미래 성장기업 중심 시장으로 자리매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코스피가 안정적인 기업 중심 시장이라면 코스닥은 미래 성장성과 혁신기술을 중심으로 대등하게 경쟁하는 시장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 사례도 언급했다. 그는 “월마트 같은 기업도 미국에서는 나스닥으로 이전해 오고 있다”며 “코스닥 역시 미래 성장성이 높은 기업들이 남고 새롭게 유입되는 혁신 성장시장으로 포지셔닝해야 한다”고 밝혔다.
벤처생태계 내 투자 양극화 문제도 주요 화두로 제시됐다. 협회는 최근 정책자금과 민간투자가 AI와 일부 딥테크 분야에 집중되면서 제조업과 소부장, ESG, 디지털 마케팅, 건설 인프라 등 다양한 분야의 혁신기업들이 상대적으로 소외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송 회장은 “코스피와 코스닥, 반도체와 기타 혁신업종, 창업기업과 스케일업 기업 등 다양한 영역에 정책 효과가 고루 스며들어야 한다”며 “그래야 소수만의 성장이 아닌 진정한 모두의 성장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근로시간 제도 개선 요구도 이어졌다. 협회는 AI·소프트웨어·바이오 등 연구개발 중심 산업의 특성상 특정 시기에 집중 근무가 불가피한 만큼 핵심 연구개발 인력에 대해서는 주52시간제 예외 인정과 근로시간 관리 단위 유연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이용균 알스퀘어 대표는 “정당한 보상을 전제로 한 자발적 근로까지 막는 것은 근로자의 동기부여와 국가 경쟁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협회는 올해 핵심 추진 과제로 산업 전반의 AI 전환을 지원하는 'AX브릿지위원회' 운영과 민간 중심의 벤처금융포럼 활성화를 제시했다. 아울러 회원사 2만개 돌파, 벤처천억기업 1000개 시대 개막, 벤처기업 4만개 돌파를 올해 주요 이정표로 제시했다.
성현희 기자 sunghh@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