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혁신플랫폼톡] 사장님은 세금을 결정하고 있는가
연매출 5000만원 규모의 작은 식당을 운영하는 사장님을 떠올려 보자. 아침 일찍부터 재료를 손질하고 하루 종일 가게를 지키다 밤늦게 마감을 마치고서야 지친 몸을 이끌고 집으로 돌아간다. 이런 사장님에게 '세금 신고'는 또 하나의 노동이다. 어떤 경비를 인정받을 수 있는지, 어떤 공제를 받을 수 있는지 살펴볼 시간이 현실적으로 없다.
게다가 세금 신고는 한 번으로 끝나지 않는다. 1월과 7월에는 부가가치세를, 5월에는 종합소득세를 신고해야 한다. 1년에 세 번, 내 세금이 어떻게 결정되는지도 제대로 알지 못한 채 세금 신고를 해야 한다. 내 세금이 왜 이렇게 나왔는지, 더 줄일 수 있는 방법은 없는지 확인할 여유도 없다. 문제는 세금이 어렵다는 데 있지 않다. 사장님이 자신의 세금을 직접 결정하지 못한다는 데 있다.
그렇다면 '세금 결정권'이란 무엇일까. 어떤 지출을 경비로 인정받을지, 어떤 혜택을 활용할지, 어떤 방식으로 신고할지 등 세금 결과를 좌우하는 선택을 스스로 할 수 있는 권한이다. 그 권한은 분명히 사장님에게 있다. 세금을 더 내든 덜 내든 결과를 감당하는 사람은 사장님 자신이다. 결과가 자신의 몫이라면 결정 역시 자신의 몫이어야 한다. 그러나 들여다볼 시간도, 따져볼 지식도 없는 사람에게 결정권은 이름뿐인 권리가 된다. 결정권은 사장님에게 있지만, 실제로 행사되지 못한다. 이는 세금 결정권의 공백이다.
이 공백은 여력이 없을수록 깊어진다. 매출이 작을수록 세무사 비용은 상대적으로 버겁고, 일이 고될수록 세금을 공부할 시간은 줄어든다. 정작 사장님은 한 푼이 아쉬운데도, 자신에게 유리한 선택을 따져볼 여유가 가장 없는 셈이다. 결정권은 분명히 사장님의 것이지만, 그 권리를 제대로 행사하지 못한 채 신고를 마친다.
지금까지 가장 일반적인 해법은 결정을 전문가에게 위임하는 것이었다. 세무사에게 맡기면 신고 부담에서 벗어날 수 있다. 세금에 시간을 쓰고 싶지 않은 사람에게는 여전히 가장 현실적인 선택이기도 하다. 전문가의 도움은 신고 부담을 덜어주지만, 결정권의 공백을 메우지는 못한다. 자기 세금을 스스로 알고 정하고 싶은 사람에게는 전문가에게 맡기는 것만으로 충분하지 않다.
그래서 질문은 이렇게 바뀌어야 한다. 왜 결정권은 사장님의 것인데도 제대로 행사되지 못하는 걸까. 시간을 들여 공부하고, 복잡한 규정을 이해해야 하며, 틀릴 수 있다는 부담까지 감당해야 하기 때문이다. 결국 결정권의 공백을 만드는 것은 결정 그 자체가 아니라 결정에 따르는 비용이다. 그 비용이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 되면 사람들은 스스로 따져보고 결정하기보다, 일단 신고를 마치는 데 집중하게 된다. 그렇다면 답은 결정을 대신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결정할 수 있도록 그 비용을 낮추는 데 있다.
인공지능(AI) 기술의 역할이 여기에 있다. AI는 사장님을 대신해 결정하지 않는다. 대신 결정에 드는 부담을 덜어준다. 흩어진 자료를 모아 정리하고, 받을 수 있는 세금 혜택을 찾고, 선택에 따라 결과가 어떻게 달라지는지 계산해 나란히 보여준다. 적용 여부는 사장님이 정하되, 무엇을 선택해야 하는지를 따로 공부할 필요는 없다. 결정에 필요한 시간과 정보, 계산의 부담을 기술이 대신 줄여준다.
이 차이는 작아 보여도 결정적이다. 결정을 남에게 맡기면 사장님은 자신의 세금에서 멀어지지만, 부담을 덜어주면 자신의 세금에 더 가까워질 수 있다. 시간과 정보 부족 때문에 포기해야 했던 이해가 가능해진다. 이름뿐이던 결정권이 비로소 실제로 행사된다.
세금의 미래는 AI가 대신 결정하는 것이 아니다. 누구나 자신의 세금을 직접 이해하고 결정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다. 좋은 기술은 사람의 결정권을 빼앗지 않는다. 오히려 그 결정권을 실제로 행사할 수 있도록 돕는다.
천진혁 널리소프트 대표 jinhyuck@nullee.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