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I는 인간을 이기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더 중요한 것은 AI를 어떻게 활용할지 판단하는 능력입니다.”
일본 야마나시대학교에서 만난 두 명의 AI 교수는 공통적으로 기술 자체보다 문제를 정의하고 해결하는 능력을 미래 인재의 핵심 역량으로 꼽았다. 생성형 AI가 코딩과 번역, 정보 탐색까지 수행하는 시대가 되면서 대학 교육 역시 단순 지식 전달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쇼우양 마오 야마나시대 컴퓨터사이언스·공학과 교수는 1996년부터 대학에서 연구와 교육을 이어오고 있다. 현재는 국제센터 총괄 책임자이자 부총장 역할도 맡고 있다. 음성 AI를 연구하는 히로마츠 니시자키 교수는 2003년부터 대학에 몸담았으며 비전 AI를 연구하다가 최근 5~6년간 스마트농업 연구를 집중적으로 수행하고 있다.
두 교수의 연구는 출발점부터 '현실 문제 해결'에 맞춰져 있다. 마오 교수 연구실의 이름은 아예 '실제 문제 해결 중심(Real Problem Solving Driven)'이다.
마오 교수는 “학생들에게 추상적인 수학, 과학 등의 학문만 가르치면 동기부여가 어렵다”며 “반대로 실제 문제를 제시하면 학생들이 스스로 필요한 이론과 기술을 찾아 나선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중요한 것은 기술보다 먼저 문제를 이해하는 것”이라며 “실제 수요가 무엇인지 파악해야 진짜 연구가 시작된다”고 설명했다.
이 철학은 연구 주제에도 그대로 반영된다. 야마나시현은 일본 최대 포도 산지 중 하나다. 하지만 농업 종사자의 고령화로 일손 부족 문제가 심각하다. 이에 연구진은 AI와 증강현실(AR), 로봇 기술을 활용해 숙련 농부의 작업을 자동화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니시자키 교수 역시 AI를 인간을 돕는 기술로 정의했다. 현재 니시자키 교수 연구팀은 애플 비전 프로를 활용한 실시간 번역 안경도 개발하고 있다. 일본어 강의를 듣는 외국인 학생이 안경을 착용하면 교수의 설명과 강의 자료가 자동으로 번역돼 표시되는 방식이다.
향후에는 일본에 사는 외국인을 위한 재난(지진) 방송이나 공공 안내 서비스에도 활용해 이들의 안전을 제고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반면 생성형 AI 확산에 따른 교육 현장의 고민도 적지 않다고 밝혔다. 학생들의 학습 방식이 빠르게 변하면서 대학 역시 평가 체계를 재설계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기 때문이다.
니시자키 교수는 “학생들이 AI가 생성한 코드를 그대로 복사해 제출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며 “코드를 깊이 이해하려 하지 않는 학생들도 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그는 프로그래밍 수업에서 시험 횟수를 늘리고 종이에 직접 코드를 작성하는 평가 방식을 강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AI 시대에도 인간에게 남는 경쟁력은 결국 문제를 정의하고 스스로 학습하는 능력이라고 강조했다.
마오 교수는 “AI는 이미 전 세계 정보를 통합하고 논리적 추론까지 수행하고 있다”며 “인간이 정보량으로 AI를 이기기는 어렵다”고 진단했다. 다만 “AI를 제대로 활용하려면 오히려 인간 본연의 사고력과 학습 능력으로 돌아가야 한다”며 “새로운 지식을 스스로 습득하고 문제를 발견하는 능력이 중요하다”고 했다.
대학의 역할도 여기에 있다고 봤다. 그는 “대학은 최신 기술을 무조건 따라가는 곳이 아니라 기초 연구와 인재 양성을 담당하는 곳”이라며 “수학적 기초와 논리적 사고력을 갖추고 새로운 지식을 스스로 습득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주는 것이 대학의 가장 중요한 역할”이라고 말했다. 이어 “10년 뒤 어떤 기술이 등장할지 아무도 모르기 때문에 새로운 기술을 배우는 능력 자체를 가르쳐야 한다”고 덧붙였다.
일본 AI 교육의 강점으로는 학부 단계부터 이뤄지는 밀착형 연구 지도를 꼽았다.
마오 교수는 “일본은 학부 4학년부터 연구실에 들어와 교수와 함께 연구를 진행한다”며 “교수가 학생을 일대일로 지도하며 논문 읽기와 발표, 연구 과정을 단계적으로 훈련시키는 시스템이 강점”이라고 말했다.
반면 과제로는 박사과정 인력 부족을 지적했다.
그는 “일본 기업들이 오랫동안 신입사원을 직접 교육하는 문화를 유지하면서 박사 인력 수요가 크지 않았다”며 “정부 지원도 충분하지 못해 박사과정 학생 수가 적은 것이 일본 AI 경쟁력의 취약점”이라고 진단했다.
두 교수는 한·중·일·말레이시아 대학이 참여하는 캠퍼스 아시아(CAMPUS Asia) 사업에 기대감을 표하기도 했다.
니시자키 교수 또한 “서로 다른 문화와 배경을 가진 학생들이 만나 토론하는 과정 자체가 큰 자극이 된다”며 “캠퍼스 아시아 사업은 학생들에게 국제 협력 경험을 제공하는 매우 좋은 기회”라고 평가했다.
마오 교수는 “한국과 일본, 중국은 모두 고령화와 인구 감소라는 비슷한 사회 문제를 안고 있다”며 “같은 문제를 공유하지만 국가마다 해결 방식은 다르기 때문에 학생들이 서로 배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손지혜 기자 jh@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