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지 약물에 첨단 수트까지… '도핑 올림픽' 세계 신기록은 '단 1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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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현지시간)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인핸스드 게임에서 유일하게 세계 기록을 깬 그리스 수영 선수 크리스티안 골로메예프. 사진=AFP 연합뉴스

경기력 향상 물질(도핑)과 첨단 장비를 전면 허용한 이른바 '도핑 올림픽', 제1회 인핸스드 게임이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막을 올렸으나 주최 측의 호언장담과 달리 세계 신기록은 단 1건에 그쳤다.

25일(현지시간) AP · AFP ·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전날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치러진 약물 허용 스포츠 대회 '인핸스드 게임(Enhanced Games)'에서 공식 세계 기록을 뛰어넘는 성적이 나왔다.

이날 기록을 세운 선수는 그리스의 수영 선수 크리스티안 골로메예프(32)다. 올림픽에 네 차례나 출전했지만 메달을 따지 못했던 골로메예프는 남자 자유형 50m에서 20초 81을 기록, 카메론 맥어보이(호주)가 보유한 기존 세계 기록(20초 88)을 0.07초 앞당겼다.

주최 측이 내건 100만달러(약 13억6000만원)의 세계 신기록 보너스를 받게 된 골로메예프는 “멋지고 즐거운 경기였다. 이번 상금은 내 인생을 확실히 좋은 방향으로 바꿔놓을 것“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이날 약물 복용뿐만 아니라 과거 올림픽에서 '기술 도핑' 논란으로 금지된 합성 소재의 슈퍼슈트까지 착용하고 경기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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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현지시간)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인핸스드 게임에서 남자 평영 100m에서 우승한 미국 수영 선수 코디 밀러. 사진=AFP 연합뉴스

그러나 세계기록 경신은 골로메예프 한 사람에 그쳤다. 주최 측이 대회 전 수많은 세계 기록이 쏟아질 것이라고 호언장담한 것이 무색한 기록이다.

주최 측에 따르면 전체 참가자 42명 중 38명이 대회 8주 전부터 의료진의 감독 하에 테스토스테론과 스테로이드 등 금지 약물을 투여하며 대회를 준비했다. 출전자 중 90.5%가 테스토스테론을, 78.6%가 인간성장호르몬을 사용했음에도 골로메예프를 제외한 누구도 세계 기록을 뛰어넘지 못한 모습이다.

뿐만 아니라 우승자 중 3명은 약물을 사용하지 않은 선수였다. 약물 복용 없이 출전한 트리스탄 에블린은 여자 100m에서 11초 25라는 비교적 평범한 기록으로 우승을 차지한 후 “이것은 승리에는 약물 복용 이상의 것이 필요하다는 것을 증명한다”고 일갈했다.

일부 선수들은 도핑 전 세계 대회에서 세웠던 기록에도 미치지 못했다. 신장이 2m가 넘는 거구의 아이슬란드 역도 선수 토르 비욘손은 자신의 데드리프트 최고 기록인 510kg을 경신하지 못했다.

다만 대회 자체의 흥행은 성공했다. 주최측에 따르면 약 25만명이 유튜브를 통해 생중계로 경기를 관람했다. 다만 경기 중 웹사이트를 통해 판매한 보충제와 테스토스테론 크림 판매 수치는 밝히지 않았다.

세계 스포츠 기구들은 일제히 이번 대회를 맹비난하고 나섰다. 세계 수영 연맹은 인핸스드 게임을 향해 “지름길로 가득 찬 꼼수 서커스”라고 수위를 높여 비판하며, 이 대회에서 세워진 모든 기록은 공식 기록으로 절대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고 선언했다.

보건 전문가들 역시 강력한 우려를 표명했다. 전문가들은 “선수들이 단기간에 복합적인 약물을 복용할 경우 수명이 단축되거나 갑작스러운 사망에 이르는 등 치명적인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주최 측은 이와 관련 “선수들이 복용한 모든 약물은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은 것”이라며 “기존의 약물 금지 규정이 오히려 인간의 잠재력을 억누르고 있다”고 반박했다.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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