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나라 최초의 자율작업 농기계, 'AI트랙터'예요.
스마트폰 터치 한 번이면 작업기 인식부터 작업 경로 생성과 수행까지 거의 모든 농사일을 스스로 해내요.
사람이 직접 운전하지 않아도 AI가 주변 환경을 인식하며 정교하게 작업을 이어가죠.
심지어 작업할 때마다 데이터를 쌓으며 학습하고, 성능이 향상되는 특징을 갖고 있어요.
농업 회사 대동이 자체 인공지능(AI) 기술로 만든 이 트랙터는 최근 실제 농가에 고객용으로 보급됐어요.
전남 신안 약 1만5000평 규모 농지에서 양파를 재배하고 있는 한 농업인에게 전달됐는데요.
그는 AI트랙터 시연 행사에서 실제 작업 성능을 확인한 뒤 제품 도입을 결정했다고 해요.
이제 농기계도 사람이 직접 운전하는 시대를 넘어, AI가 스스로 판단하고 일하는 시대로 들어섰어요.
스마트폰 한 번의 터치만으로 움직이는 이 농기계에는 어떤 기술이 들어갔을까요?

AI가 직접 '보는' 트랙터
기존 자율주행 농기계들은 미리 입력된 경로를 따라 움직이는 방식이 많았어요.
하지만 AI트랙터는 조금 달라요.
주변 환경을 스스로 인식하고 상황에 맞게 판단할 수 있죠.
핵심에는 '비전 AI(Vision AI)' 기술이 있어요.
사람이 눈으로 주변을 보고 움직이듯, 트랙터도 카메라를 통해 주변 환경을 분석하는 방식인데요.
트랙터 위에 장착된 '스마트루프'에는 무려 6개의 카메라가 달려 있어요.
앞뒤와 양옆을 모두 살피며 논둑이나 장애물, 작업기 위치 등을 실시간으로 확인해요.
예를 들어 작업 중 사람이나 물체가 갑자기 나타나면, AI트랙터는 이를 스스로 인식하고 즉시 멈춰서요.
실제 시연 행사에서는 관리자가 일부러 트랙터 앞을 가로막자, AI트랙터가 이를 감지하고 자동으로 정지하는 모습도 공개됐어요.
특히 우리나라 농업 환경에 맞춘 기술이라는 점도 눈길을 끌고 있어요.
북미처럼 넓고 직선형 농지가 많은 나라와 달리, 한국은 작은 논과 밭이 복잡하게 이어진 경우가 많거든요.
논둑이나 좁은 경계 구간도 많아서 훨씬 정교한 주행 기술이 필요해요.
대동은 이런 국내 농업 환경에 맞춰 AI가 논둑과 경계를 구분하고, 겹치거나 빠지는 구간 없이 작업할 수 있도록 개발했다고 설명했어요.

버튼 한 번이면 스스로 경로 생성
AI트랙터의 가장 큰 특징은 스스로 작업 계획까지 세운다는 점이에요.
농경지 입구에 트랙터를 세운 뒤 스마트폰 앱에서 시작 버튼을 누르면, 트랙터가 먼저 주변 지형을 살펴봐요.
이후 어느 방향으로 움직여야 가장 효율적인지 계산해 최적의 작업 경로를 스스로 생성하죠.
그다음부터는 사람의 개입 없이 작업을 이어가요. 논에서는 써레 작업을 하고, 밭에서는 두둑을 만드는 작업도 알아서 수행해요. 다음 줄로 이동할 때 후진하거나 방향을 꺾는 과정도 자동으로 진행된답니다.
대동은 실제 테스트에서 AI트랙터의 자율 작업률이 95% 이상이라고 설명했어요.
사람이 직접 개입해야 하는 구간이 거의 없다는 뜻이죠.
또 여러 대의 트랙터를 하나의 앱에서 동시에 관리할 수도 있어요. 앞으로는 한 사람이 여러 대의 농기계를 감독하는 모습도 가능해져요.

사용할수록 더 똑똑해지는 농기계
AI트랙터는 작업할 때마다 데이터를 배우는 '학습형 농기계'에 가까워요.
대동은 이 트랙터 개발을 위해 약 4년 동안 510만 장이 넘는 데이터를 모았어요.
강원도 철원부터 제주도까지 전국 농경지에서 직접 데이터를 수집했죠.
여기에는 논과 밭의 형태, 장애물 위치, 작업기 종류, 주행 경로 같은 다양한 정보가 담겼어요.
AI는 이런 데이터를 분석하며 “어떤 상황에서 어떻게 움직여야 하는지”를 계속 학습해요.
여기서 등장하는 기술이 바로 'MLOps(Machine Learning Operations)'예요.
쉽게 말하면 AI가 데이터를 계속 학습하고 업데이트하며 성능을 개선하는 시스템인데요.
AI트랙터는 작업 과정에서 발생한 데이터를 자동으로 저장하고, 다음 작업에 반영해 점점 더 정확하게 움직이게 돼요.
마치 경험이 쌓일수록 숙련도가 올라가는 사람처럼, 트랙터도 점점 더 '농사를 잘 짓게' 되는 셈이죠.

인터넷 연결 없이도 작동하는 시스템
AI트랙터에는 '온디바이스 AI(On-device AI)' 기술도 적용됐어요.
보통 AI 서비스는 인터넷 서버와 연결돼야 작동하는 경우가 많지만, 이 트랙터는 기기 자체에서 AI 판단을 수행합니다.
즉, 클라우드 서버에 계속 연결되지 않아도 현장에서 스스로 판단할 수 있다는 뜻이에요.
덕분에 통신 환경이 불안정한 농촌 지역에서도 안정적인 작업이 가능해요.
또 스마트루프에는 이중 RTK 안테나가 들어가 있어 위성 신호와 통신망을 함께 활용할 수 있어요.
여기에 GPS와 LTE 통신 기술도 더해져 밤낮 없이 안정적인 자율작업을 지원해요.
야간 작업 성능도 강화됐어요.
트랙터에는 총 16개의 작업등이 장착돼 있어 밤에도 주변을 밝게 비출 수 있답니다.

왜 지금 농업에 AI가 필요할까?
AI트랙터가 등장한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농촌의 고령화 문제 때문이에요.
통계청에 따르면 국내 농가 인구는 계속 줄어들고 있는데요.
65세 이상 고령 농업인의 비율은 절반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되고 있어요.
농업은 오랫동안 무거운 장비를 다루고 반복 작업을 해야 하는 일이 많았어요. 장시간 트랙터를 운전하다 보면 피로도도 크고 사고 위험도 높아질 수 있죠.
AI트랙터가 도입되면 사람은 계속 운전석에 앉아 있을 필요가 줄어들어요. 트랙터가 작업하는 동안 주변 작업을 하거나 전체 농장을 관리할 수도 있어요.
사람은 '직접 운전하는 역할'에서 점점 '감독하고 관리하는 역할'로 바뀌고 있는 거예요.

수확량은 늘고, 비료는 줄었다고?
AI트랙터는 단순히 편리함만을 위한 기술이 아니에요.
실제 생산성 향상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결과가 나오고 있거든요.
대동이 자체 시험한 결과에 따르면, AI트랙터 기반 정밀농업 기술을 활용했을 때 벼 수확량은 약 8~10% 증가했고 비료 사용량은 약 8% 감소했다고 해요.
왜 이런 결과가 나왔을까요?
AI는 논밭을 최대한 빈틈없이 작업해 불필요한 중복 작업을 줄여줘요.
또 토양 상태와 작업 데이터를 분석해 필요한 만큼만 비료를 사용하는 방식도 가능하게 하죠.
데이터 기반으로 농사를 더 '정밀하게' 짓게 되는 거예요.
과거에는 농사의 결과가 오랜 경험과 감각에 크게 좌우됐다면, 이제는 AI가 데이터를 분석해 더 효율적인 작업 방법을 찾아주는 시대가 되고 있어요.

최성훈 기자 csh87@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