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ㆍ바이오 파운데이션 모델, 결국 데이터가 변수”… 특허 AI Ready Data 확보가 핵심 과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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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연구 데이터와 글로벌 특허 데이터의 강점ㆍ보완 영역 비교. 사진=워트인텔리전스

정부가 'AI 3대 강국 도약'을 국정 핵심 과제로 내건 가운데 AI 성능을 좌우하는 진짜 변수로 '학습 데이터의 품질'이 부각되고 있다. 특히 화학ㆍ바이오 분야 국가 파운데이션 모델 구축에서 글로벌 특허 데이터를 AI가 학습 가능한 형태로 구조화하는 작업이 핵심 과제로 떠오르며, 이 시장을 선점하려는 경쟁도 본격화됐다.

지난 2월 발표된 'K-문샷 프로젝트'는 23개 연구기관의 데이터를 통합한 국가과학 AI 플랫폼 구축에 약 5,000억 원 규모의 예산 투입을 예고했다. 가트너는 '2025 AI 하이프 사이클'에서 AI 혁신의 핵심 요소로 'AI Ready Data'를 지목하며, 2027년까지 전 세계 국가의 35%가 독점 맥락 데이터를 활용한 지역 특화 AI 플랫폼에 종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BCG 조사에서도 의사결정권자의 68%가 'AI 도입의 최대 장애 요인'으로 '고품질 데이터 접근 부족'을 꼽았다.

화학ㆍ바이오 파운데이션 모델에서 특허 데이터가 주목받는 이유는 분명하다. 연구 데이터는 '무엇이 작동했는가'를 말해주지만 '어떤 조건에서, 어떤 실시예로 권리화됐는가'는 특허 데이터에만 담겨 있다. 업계가 주목하는 '백본 레이어' 개념이 바로 여기서 나온다. 특허 데이터는 정부 연구 데이터를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그 위에 결합돼 파운데이션 모델이 산업화 맥락까지 함께 학습하도록 만드는 골격 역할을 한다. 백본이 약하면 모델은 산업 현장에서 흔들린다.



문제는 특허 데이터를 그대로 AI에 넣는다고 학습이 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화학ㆍ바이오 특허는 본문ㆍ표ㆍ도면에 같은 정보가 흩어져 있고, 핵심 수치는 실시예 수십 페이지 안에 분산돼 있다. 예컨대 글로벌 펩타이드 특허 한 건에서 특정 위치 변경에 따른 성능 변화 수치가 본문 한 줄, 표 한 칸, 도면 한 장에 따로 적혀 있다면, 후보군별로 변경 위치ㆍ핵심 변경 사항ㆍ주요 성능ㆍ생체 효과를 하나의 단위로 묶어 재구성해야 비로소 AI 학습 자산이 된다. 이 작업이 곧 'AI Ready Data 구조화'다.

이 공백을 정면으로 파고든 곳이 기술ㆍ리서치 AI 기업 워트인텔리전스다. 워트인텔리전스는 변리사의 논리적 추론 흐름을 데이터셋으로 구조화하는 작업에 집중해 왔다. 문장 구조화, 기술 핵심어 추출, 용어 간 관계 정의, 문제-해결 구조 모델링의 네 축이다. 구축한 데이터 자산은 106개국 기반 AI Ready Data 형태로 가공된 1.7억 건의 특허, 4,000만 건 규모의 멀티모달 도면 데이터, 5억 건 규모의 그래프 데이터에 이른다. 이를 기반으로 도메인 특화 모델 '플루토LM'과 R&D 의사결정 지원 서비스 '키워트 인사이트(keywert Insight)'를 운영하며, 통상 수일이 걸리던 R&D 의사결정 과정을 10분 내로 단축한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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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Ready Data 구조화 4대 축. 사진=워트인텔리전스

협력 구도도 빠르게 확장됐다. 글로벌 번역 AI 기업 딥엘(DeepL)과 업무협약을 체결했고, LG AI연구원과는 특허 특화 모델 고도화를 진행 중이다. 정부 사업에서도 지식재산처 AX 사업과 산업통상자원부 'Tech-GPT'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특허 데이터를 AI Ready Data로 가공하는 일은 단순한 텍스트 전처리가 아니라 도메인 전문가의 추론 흐름 자체를 데이터셋으로 만드는 작업”이라며 “이 영역에서 누적된 가공 노하우가 향후 국가 파운데이션 모델의 품질을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허는 오랫동안 권리를 입증하는 문서였다. 지금 그 정의가 흔들리고 있다. AI가 학습 가능한 데이터를 누가 더 빠르고 정확하게 확보하느냐가 향후 10년 산업 경쟁력의 분기점이 될 것이라면, 특허는 이미 권리 문서를 넘어 '학습 자산'으로 진입했다. 글로벌 경쟁력은 그 데이터를 '누가, 어떻게 구조화했는지'에서 결판날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원지 기자 news21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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