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익숙한 말이 언제나 정확한 말은 아니다. 혈액형 성격론을 떠올려 보라. A형은 소심하고 B형은 자유분방하다는 말은 과학적 근거가 빈약함에도, 너무 자주 들어 그럴듯하게 느껴진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착각진실효과(Illusory Truth Effect)'라 부른다. 근거가 부족한 정보라도 반복해서 접하면, 사람들은 그것을 사실로 받아들이게 된다.
나는 '게임과몰입'이라는 말도 이 위험에서 자유롭지 않다고 생각한다. 지금 국회에서 논의 중인 게임법 개정안에는 이 용어가 여전히 남아 있다. 청소년 보호를 말할 때, 게임 정책을 논할 때, 부모의 불안을 설명할 때 거의 자동으로 등장하는 말이다. 하지만 익숙하다는 것과 정확하다는 것은 다르다.
개정안 제3장은 '게임문화 진흥 및 이용자 보호'를 표방하며, 그 장 전체를 관통하는 핵심 개념이 바로 '게임과몰입'이다. 그런데 이 개념은 법 어디에도 정의돼 있지 않다. 현행법도, 이번 개정안도 마찬가지다. 정의되지 않은 개념이 20년 가까이 법 안에 남아 국가의 의무와 사업자의 준수사항을 규정해 온 셈이다. 착각진실효과는 이렇게 법 안에서도 작동한다.
게임을 '과도하게 한다'는 기준은 시대와 문화에 따라 달라진다. 이메일과 스마트폰 사용 시간이 그랬듯, 매체 이용의 양은 시대의 생활양식을 반영한다. 결국 문제는 시간이나 이용량 자체가 아니다. 핵심이 '일상생활의 지장'이라면 정책의 초점은 게임을 줄이는 데가 아니라 수면, 학업, 노동, 관계, 정서 조절이 실제로 회복되는지에 맞춰져야 한다. 그렇다면 이를 '게임과몰입 치료'보다 '생활기능 회복' 또는 '자기조절 지원'이라 부르는 편이 더 정확하다.
법률 용어는 단순한 말이 아니다. 법에 들어간 개념은 행정 기준이 되고, 조사 문항이 되고, 예산 항목이 되며, 사회적 인식이 된다. 개념이 모호하면 성과 평가도 모호해진다. 무엇을 줄였고, 무엇을 회복했으며, 누구에게 실제로 도움이 되었는지 확인하기 어려운 구조가 이어진다.
대안은 방치가 아니라 더 정밀한 보호다. '게임과몰입 예방·치유'라는 과거의 틀을 '균형 있는 게임이용 지원'과 '디지털 생활역량 강화'라는 언어로 전환해야 한다. 이용자 보호는 실제 피해가 발생하는 지점에 집중해야 한다. 과도한 결제와 환불 분쟁은 소비자 보호의 언어로, 청소년의 부적절한 콘텐츠 접근은 연령별 보호의 언어로, 수면·학업·가족 관계의 문제는 생활기능 회복의 언어로 다뤄야 한다.
최근 게임은 영상, 커뮤니티, 교육, 창작, 경제활동과 뒤섞이며 계속 진화하고 있다. 인공지능(AI)과 결합하면서 게임은 콘텐츠의 경계를 넘어 일하고 배우고 관계 맺는 공간으로 확장되고 있다. 게임과 게임 아닌 것의 경계가 이미 흐려진 시대에, '게임과몰입'이라는 20년 전 언어로 오늘의 현실을 재단하는 일은 점점 더 어려워진다. 이대로라면 게임과몰입은 모든 것에 붙일 수 있지만, 정작 아무것도 정확히 설명하지 못하는 용어가 될 위험이 있다.
혈액형 성격론은 웃고 넘길 수 있다. 그러나 게임과몰입은 다르다. 이 말은 법 안에 있고, 예산을 움직이며, 이용자를 분류하고, 정책을 만든다. 그래서 더 신중하게 다뤄야 한다. 익숙한 말일수록 다시 물어야 한다. 이것은 정말 정확한 말인가. 지금의 현실을 제대로 설명하는가. 미래의 제도를 설계할 만큼 충분히 검토되었는가.
과거의 불안이 만든 이름표인 '게임과몰입'을 다시 묻는 일은, 게임정책이 더 정밀하고 미래지향적인 제도로 나아가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할 관문이다.
이장주 이락디지털문화연구소장·심리학박사 zzazan01@daum.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