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신의 핀테크스토리]케빈 워시 호(號) 출범과 미 연준의 패러다임 전환 가능성

미 연준(Fed)은 글로벌 자산 가격을 움직이는 세계 금융 질서의 중심이다. 그래서 미 연준 의장 교체는 언제나 세계 금융시장의 주목 대상이다. 향후 4년간의 세계 경제와 금융시장의 방향성을 결정짓는 의사결정이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지난 13일 미 상원이 케빈 워시를 차기 연준 의장으로 인준한 것은 몇 가지 곱씹어 볼 관전 포인트들이 있다.

우선 이번 인준이 찬성 54표, 반대 45표라는 이례적 박빙으로 통과됐단 점이다. 공화당은 100% 찬성했지만, 민주당은 단 1명만 찬성표를 던졌다. 왜 이런 일이 발생했나. 민주당은 트럼프 대통령이 연준 의장 인사를 통해 연준의 독립성을 흔들고 있다고 보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 평가다. 한마디로 케빈 워시 체제가 연준의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가 반영됐단 얘기다. 민주당의 지지를 받는 파월 의장이 임기 종료 이후에도 관례를 깨고 2028년까지 연준 이사직에 남겠다고 밝힌 점도 이와 맥을 같이 한다. 시장에선 향후 공개시장위원회(FOMC)가 사실상 케빈과 파월의 '투톱 체제'로 운영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둘째, 따라서 연준 내부는 매파와 비둘기파의 대립이 더 심해질 수 있단 전망이다. 매파는 금리를 높게 유지하더라도 물가 안정이 최우선이라고 본다. 미-이란 전쟁 이후 미국의 4월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3.8%, 생산자물가도 6.0%나 상승했기 때문에, 입장이 강경해질 가능성이 높다. 지난 3월 FOMC에서 3명이 '금리 인하 가능성 문구'에 반대표를 던진 것도 그 전초전이란 해석이다. 반면 비둘기파는 경기 침체와 금융시장 충격을 더 우려한다. 특히 미국은 현재 막대한 재정적자와 국가부채에 직면해 있고, 공급망 재편 과정에서 비용 상승 압력도 크기 때문에, 금리 인하가 중요하단 입장이다.

셋째, 이런 환경 속에서 케빈 워시 차기 연준 의장의 철학이 특히 관심 대상이다. 흥미로운 점은 케빈 워시가 보통 매파로 알려졌지만, 사실은 전통적 의미의 매파와는 다르단 점이다. 시장에선 그를 '합리적 매파' 또는 '공급 중시론자'로 평가한다. 왜 합리적 매파인가. 그는 물가 안정을 중요시하지만, 단순히 긴축만으로 물가를 안정시킬 수 있다곤 보지 않는다. 규제 완화와 AI 기반 생산성 향상, 시장 효율성을 개선하면, 물가를 자극하지 않으면서도 금리를 낮출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한마디로 '생산성을 높이면 물가를 흡수하기 때문에 금리를 낮출 수 있다'는 철학이다.

이러한 철학은 향후 연준 정책에도 상당한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 물론 단기적으론 현재의 물가 상황과 국제유가 흐름을 고려할 때, 쉽게 금리 인하에 나서기는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시장의 주목 포인트는 단순한 금리 인하 여부보다 향후의 정책 방향성이다. 만약 케빈 워시가 AI 등을 통한 공급 측면 개혁과 생산성 향상을 근거로 중장기적 완화 가능성을 시사한다면, 시장은 이를 선반영할 수 있단 얘기다.

그렇다면 그가 추구하는 '공급 중시론자'의 또 다른 의미는 무엇일까. 케빈 워시 역시 인플레이션 억제를 최우선 과제로 삼는다는 점에선 매파적 성향을 띤다. 하지만 그는 물가 상승의 근본 원인이 저금리 자체보다는 연준의 과도한 양적 완화(QE)에 따른 유동성 과잉에 있다고 보고, 대차대조표를 축소하는 양적 긴축(QT)의 필요성을 강조해 왔다.

문제는 연준이 보유한 국채를 시장에 매각하는 전통적인 양적 긴축은 시장금리 급등을 유발하고, 미 정부의 이자 부담을 늘려 재정적자를 악화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그가 이 모순을 해결하기 위해 전혀 다른 공급 측면의 접근법을 구사할 것으로 본다. 대표적인 방안이 바로 스테이블코인 발행사들에게 미 국채 매입을 의무화하는 제도를 적극 활용하는 것이다.

이 경우 연준은 유동성을 흡수하면서도, 스테이블코인 발행사를 통한 국채 매입으로 국채금리를 떨어뜨릴 수 있다. 주식, 채권, 디지털자산 등 자산 시장에 가해질 충격을 상당 부분 흡수할 수 있다는 게 시장 의견이다. 오히려 디지털자산 시장에선 스테이블코인의 제도권 인프라 구축을 계기로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 등의 생태계가 한층 활성화될 것이라는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6월로 예정된 차기 연준 의장의 첫 FOMC 데뷔 무대와 기자회견에 전 세계의 이목이 쏠리는 이유다.

정유신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 겸 디지털경제금융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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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신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 겸 디지털경제금융연구원장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 겸 디지털경제금융연구원장 정유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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