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플러스]로봇청소기로 시작한 中 가전, 스마트홈까지 삼킨다

중국 가전의 굴기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시장이 로봇청소기다. 로보락·에코백스·드리미 등 중국 로봇청소기 3사의 지난해 합산 매출은 770억위안, 원화로 17조원 상당에 달하는 규모로 커졌다.

로봇청소기로 규모를 불린 이들 업체들은 청소 시장 뿐만 아니라 생활가전 등 스마트홈 전반으로 외연을 확장하고 있다. 로봇'청소기'가 아닌 '로봇' 기술을 필두로 신시장 진출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로봇청소기 3사 합산 매출만 17조…LG,전자 가전사업부 절반 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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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리미가 지난달 열린 'NEXT' 컨퍼런스에 공개한 가전 라인업

중국 상하이거래소에 상장된 로보락은 1분기 매출이 전년 대비 23.31% 증가한 42억2700만위안을 기록했다. 지난해 매출이 전년 대비 56.51% 증가하며 폭발적인 성장을 이룬데 이어 1분기에도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한국 로봇청소기 시장에서 로보락은 압도적인 시장 점유율 1위를 기록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글로벌 시장에서도 IDC 등 시장조사업체 기준 출하량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중국 본토에서 가장 먼저 로봇청소기 사업을 개시한 에코백스에 버금갈 정도로 규모를 불리고 있다.

지난해 에코백스 매출은 190억4000만위안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15.1% 성장했다. 1분기 역시 49억200만위안 매출을 올리며 27.06% 매출을 늘렸다. 로보락의 추격에도 본토 시장 장악력을 무기로 시장 1위 지위를 공고히 하면서도 여전히 고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에코백스와 로보락 뿐만이 아니다. 드리미의 성장세는 보다 가파르다. 드리미의 지난해 매출은 400억위안 안팎으로 추산된다. 지난 달 드리미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넥스트' 컨퍼런스에서 지난해 매출이 58억달러를 넘겼다고 밝힌 바 있다. 6년 연속 100% 이상의 성장률이다. 해외 매출이 전체 매출의 80% 안팎을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날 행사에서 드리미는 로봇청소기부터 에어컨, 냉장고, 스마트폰 등 대형가전 뿐만 아니라 자동차까지 전시했다. 단순히 로봇청소기 회사가 아니라 종합 가전 기업이라는 정체성을 분명히 했다. 로봇청소기에서 쌓은 고속 모터, 센서, 제어, 로봇 팔, AI 인식 기술을 다른 하드웨어에도 적용하겠다는 의미다. 실제 드리미는 한국에서도 지난달 정수기 라인업을 출시했다.

중국 로봇청소기 3사의 합산 매출 규모는 삼성전자·LG전자의 주요 가전 사업부와 견줄 만한 수준으로 커졌다. 합산 매출 규모는 770억위안, 원화로 17조원 상당이다. LG전자 가전(HS)사업본부의 지난해 연간 매출은 26조원 상당이다. 로봇청소기 단일 품목으로 성장한 중국 3사 매출 합산 규모가 한국의 대표 가전회사의 이미 절반 이상을 넘겼다는 의미다.

◇삼성전자·LG전자, 플랫폼으로 맞불…“스마트홈이 새 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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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2026년형 '비스포크 AI 스팀' 로봇청소기 출시 기자간담회가 11일 서울 서초구 삼성강남에서 열렸다. 비스포크 AI 스팀은 강력한 흡입력 고도화된 주행 성능과 보안 솔루션을 갖췄다. 모델이 신제품을 소개하고 있다. 이동근기자 foto@etnews.com

로봇청소기 시장에서 한국 기업들은 단순히 제품 성능만으로 경쟁하기는 어려운 형국이 됐다. 이미 시장 대부분을 중국산 로봇청소기가 선점한 시장에서 가격 경쟁력이나 단순 청소 기능만으로는 차별화가 쉽지 않아서다.

실제 삼성전자는 지난달 출시한 2026년형 '비스포크 AI 스팀'에 스마트싱스 기반 홈 모니터링, 안심 패트롤 등 가족 케어 기능을 전면에 내세웠다. 단순히 제품 경쟁력 뿐만 아니라 배송부터 설치, AS까지 중국 제품과는 차별화되는 서비스 경쟁력을 앞세웠다.

삼성전자 신제품 출시 이후 시장을 장악하고 있던 중국 업체들은 저마다 AS, 보안 기능을 강화하며 맞불을 놓고 있다. 아직 신제품을 공개하지 않은 LG전자 역시 단순히 제품 성능 강화보다는 다양한 서비스 기능을 결합할 수 있는 방안을 두고 장고를 거듭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삼성전자는 로봇청소기 출시 안팎으로 이어진 올해 신제품 라인업의 핵심을 인공지능(AI) 가전으로 잡아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로봇청소기 역시 스마트홈 플랫폼의 연결 거점으로 활용하려는 포석이 엿보인다.

문제는 중국 가전의 확장 역시 마찬가지 방향을 가리키고 있다는 점이다. 로보락과 에코백스는 글로벌 스마트홈 표준인 매터(Matter)를 앞세워 스마트홈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매터는 애플·구글·삼성·아마존 등 글로벌 빅테크가 주도하는 스마트홈 연결 표준이다. 매터 인증을 받은 기기는 제조사와 무관하게 하나의 플랫폼에서 제어할 수 있다. 사실상의 스마트홈 기기 간 공통 언어다.

로봇청소기를 스마트홈의 거점으로 삼으려는 중국 기업들에 매터 인증은 글로벌 플랫폼 진입의 지름길이 되고 있다. 실제 지난달 기준 매터 인증을 주관하는 CSA의 원장에 등록된 중국계 가전 기업의 수는 130개에 이른다. 홍콩과 대만 기업을 더하면 중화권이 163개사로 전체의 40%에 육박한다.

로보락은 지난해 일부 프리미엄 로봇청소기 제품에 매터 지원 업데이트를 배포하며 애플 홈 등 외부 스마트홈 플랫폼 연동을 확대했다. 에코백스도 로봇청소기 제품군에 매터 지원을 적용하며 스마트홈 연동성을 강화하고 있다. 로봇청소기 업체들이 자체 앱 안에만 머무르지 않고 글로벌 스마트홈 표준에 올라타고 있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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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리미의 시장 확장은 더 위협적이다. 국내에서는 아직 로봇청소기에서 정수기로 넘어가기 시작한 단계지만 글로벌 시장에서 드리미는 정수기, 공기청정기, 선풍기, 에어컨, 냉장고, 세탁기, TV, 스마트폰, 로봇 잔디깎이, 수영장 청소로봇, 콘셉트카까지 공개하며 제품군을 확대하고 있다. 드리미는 국내 시장에서도 순차로 제품군 확대를 검토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중국에서 주요 가전 생산을 중단하면서도 로봇청소기와 같이 스마트홈에 필수로 여겨지는 제품군은 남겨 둔 이유는 결국 생활가전 시장의 새 전장이 스마트홈이 될 것으로 판단하기 때문”이라며 “중국 가전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프리미엄 제품군을 중심으로 가전을 플랫폼화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류근일 기자 ryuryu@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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