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가상자산거래소가 해외 거래소의 규제 준수 여부까지 판단해야 하는 부담을 떠안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오는 8월 시행을 앞둔 특정금융정보법 시행령·감독규정 개정안이 해외 가상자산사업자와 개인지갑 이전거래 관리를 강화하면서다. 업계는 국가별 규제 체계가 다른 해외 거래소의 인허가·자금세탁방지(AML) 이행 여부를 국내 거래소가 일일이 확인하기 어렵고, 기준이 불명확할 경우 거래 지연과 이용자 해외 이탈을 부를 수 있다고 지적한다.
금융위원회 금융정보분석원(FIU)이 입법예고한 특금법 시행령 및 감독규정 개정안의 의견수렴 기한은 11일까지였다. 개정안은 가상자산사업자의 자금세탁방지(AML) 의무를 강화하기 위해 해외 가상자산사업자 및 개인지갑과의 이전거래 관리 기준을 구체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금융당국은 가상자산을 이용한 자금세탁과 불법 해외 이전을 차단하기 위한 제도 정비라는 입장이다.
문제는 해외 거래소의 위험도를 국내 거래소가 직접 판단해야 한다는 점이다. 해외 거래소가 어느 나라에서 허가를 받았는지, 자금세탁방지 의무를 제대로 지키고 있는지 등을 국내 거래소가 확인해야 하는 구조다. 그러나 국가별로 가상자산 규제 체계가 제각각이어서 국내 거래소가 이를 모두 검증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업계 관계자는 “각국의 규제와 인허가 상황이 달라 해외 거래소의 위험도를 국내 사업자가 정확히 평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기준이 명확하지 않으면 같은 해외 거래소를 두고도 국내 거래소마다 판단이 달라질 수 있다. 예를 들면 업비트에서는 바이낸스에 송금이 가능하지만 빗썸에서는 제한되는 식의 혼선이 발생할 수 있다.
1000만원 이상 해외 이전거래에 대한 의심거래보고(STR) 의무도 핵심 쟁점이다. 개정안은 일정 금액 이상 해외 가상자산거래소 전송 건을 의심거래보고 대상으로 보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이 경우 해외 거래소나 개인지갑을 활용하는 이용자가 거래 때마다 고객확인(KYC) 절차를 다시 거쳐야 할 수 있다고 본다. 김치프리미엄 차익거래나 해외 거래소를 통한 이전거래를 이용하던 고객들이 국내 거래소를 거치지 않고 해외 플랫폼으로 이동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특히 해외 파생·레버리지 거래 이용자에게는 거래 지연이 직접적인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 해외 거래소에서 포지션 유지를 위해 증거금을 보충해야 하는 상황에서 국내 거래소 출금 심사가 지연되면, 이용자가 청산 위험에 노출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해외 거래소에서 파생이나 레버리지 거래를 하던 이용자가 당장 증거금을 보충해야 하는데 전송이 막힐 수 있다.
개인지갑 동일성 확인 문제도 남아 있다. 메타마스크 등 비수탁형 지갑은 고객확인을 거치는 거래소 계정과 달리 성명이나 생년월일로 동일인 여부를 확인하기 어렵다. 개인이 여러 개 지갑을 보유할 수 있는 구조에서 지갑 소유자와 거래소 고객이 같은 사람인지 판단하는 기준이 명확하지 않으면 실무 혼선이 불가피하다. 다만 아직 구체적인 시행령과 가이드라인이 마련되지 않은 영역이다.
업계 관계자는 “자금세탁방지 강화 방향에는 이견이 없지만, 해외 사업자 위험도 판단과 1000만원 이상 이전거래 보고 의무가 현실적으로 작동하려면 명확한 기준과 시스템 준비가 선행돼야 한다”며 “의견수렴 이후 시행령과 감독규정 확정 과정에서 현장 이행 가능성을 충분히 반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송혜영 기자 hybrid@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