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테크이니셔티브]“전력망·요금 안 바꾸면 탄소 못 줄인다”…VPP·수열 등 해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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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기후테크이니셔티브 1차 토론회가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렸다. 전의찬 한국기후환경원장이 '2030 지역별 기후테크 3대 강국 육성 전략'을 주제로 패널토론을 주재하고 있다. 이동근기자 foto@etnews.com

#기후변화로 폭염·폭우·가뭄 등 극단적 기상이 일상화되면서 각국이 온실가스 감축과 기후 적응을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 유럽연합(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시행과 공급망 규제 확대 속에서 탄소배출 저감 능력이 산업 경쟁력으로 직결되는 구조가 빠르게 자리 잡고 있다.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산업 전반에 걸쳐 녹색대전환(GX) 가속화하는 가운데, 기후 대응 정책 역시 '현장에서 성과를 내는 구조'로의 전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특히 전력망, 재생에너지, 데이터 기반 에너지 관리 등 기후테크 핵심 요소가 지역 단위에서 실증·확산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정책 실행력 확보가 핵심 과제로 떠올랐다.

이 같은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본지는 30일 국회의원회관에서 '2030 지역별 기후테크 3대 강국 육성 전략'을 주제로 '기후테크이니셔티브 1차 토론회'를 개최했다. 더불어민주당 박정·위성곤·강득구·박지혜 의원, 국민의힘 김성원·김형동·김소희 의원 등 여야 국회의원 7명이 공동 주최한 이날 행사에서는 지역 기반 기후테크 전략을 통한 산업 경쟁력 확보 방안이 집중 논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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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기후테크이니셔티브 1차 토론회가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렸다. 김준범 서울과학기술대 환경공학과 교수가 '지역별 탄소경쟁력과 맞춤형 기후테크 산업 육성 방안'을 주제로 발제하고 있다.이동근기자 foto@etnews.com

이날 회의에서는 탄소중립 정책의 병목이 기업 내부가 아닌 전력망·에너지 시스템에 있다는 지적이 쏟아졌다. 재생에너지 확대와 전력 수요 급증이라는 구조 변화 속에서 기존 중앙집중형 전력 체계로는 감축 목표 달성이 어렵다는 진단이다.

장기복 한국환경연구원 명예연구위원은 “기업의 효율 개선만으로는 탄소 감축 효과가 제한적”이라며 “사업장 외부의 에너지 시스템이 바뀌지 않으면 근본적 전환은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재생에너지 확대는 전력 시스템의 작동 원리 자체를 바꾸고 있다. 태양광·풍력 등 변동성 전원이 증가하면서 전력 수급 불균형이 상시화되고, 전력 가격도 시간대별로 급변하는 구조로 전환되고 있다.

박만근 한국전력거래소 전력시장본부장은 “과거에는 전력의 가치가 고정돼 있었지만 지금은 실시간으로 요동치는 자산이 됐다”며 “잉여 전력에 따른 마이너스 가격, 출력제어 같은 현상이 일상화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기존 대응 방식이다. 발전소 증설이나 대규모 에너지저장장치(ESS) 구축 같은 하드웨어 중심 접근은 막대한 비용과 긴 구축 기간이 필요하다. 대규모 ESS 구축에 여전히 비용적 부담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대한 현실적 대안으로 '가상발전소(VPP)'가 부상하고 있다. 박 본부장은 “신규 설비 투자 없이 기존 분산 자원을 통합해 최적화하는 VPP가 가장 비용 효율적인 해법”이라며 “단순 전력 거래를 넘어 계통 안정화에 기여하는 '피지컬 VPP'로 발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나아가 전기차, 수요자원, ESS뿐 아니라 가스·통신 등 이종 산업까지 연결하는 '확장형 VPP' 필요성도 제기됐다. 전력 시장이 단일 산업을 넘어 '통합 에너지 플랫폼'으로 진화해야 한다는 의미다.

이 같은 변화는 시장 제도 개편을 요구한다. 실시간 전력시장과 유연성 보조서비스 시장을 도입해 전력망 안정화에 기여한 자원에 대해 정당한 보상을 제공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전력망 운영 주체인 한전의 역할도 근본적으로 바뀌고 있다. 문일주 한국전력 기술혁신본부장은 “한전은 더 이상 전력을 공급하는 조직이 아니라 재생에너지 변동성을 흡수하는 '지능형 플랫폼 운영자'로 전환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한전은 동적송전용량(DLR), 초전도 송전 등 첨단 기술을 계통에 적용하고 있다. 특히 초전도 송전은 데이터센터 등 도심 전력 수요 급증 문제를 해결할 핵심 기술로 꼽힌다. 문 부사장은 “전력망은 물리적 인프라를 넘어 데이터 기반 운영 시스템으로 진화하고 있다”며 “전력 데이터와 인공지능(AI) 분석을 결합한 새로운 시장 창출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전은 전력 데이터 개방과 민간 협력 확대에도 나서고 있다. 데이터 안심구역, 오픈랩 등을 통해 민간 기업이 에너지 효율 서비스, 수요관리 솔루션 등 새로운 비즈니스를 창출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문 부사장은 “전력 설비와 데이터를 민간과 공유해 혁신기업이 성장할 수 있는 생태계를 만들겠다”며 “에너지 분야에서도 글로벌 유니콘 기업이 등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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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기후테크이니셔티브 1차 토론회가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렸다. 김충한 한국수자원공사 부장이 '스마트시티를 넘어 기후도시로'를 주제로 발제하고 있다. 이동근기자 foto@etnews.com

전력 중심 논의는 물과 도시로 확장되고 있다. 오봉근 한국수자원공사 재생에너지본부장은 “AI 데이터센터 확산으로 전력과 냉방 수요가 동시에 급증하고 있다”며 “물 기반 에너지 기술이 탄소 감축과 에너지 안보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핵심 수단”이라고 밝혔다.

대표적인 사례가 '수열에너지'다. 하천수·해수·하수처리수 등의 온도차를 활용해 건물과 산업시설의 냉난방을 공급하는 방식으로, 전력 사용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오 본부장은 “현재 수열에너지는 법적 인정 범위가 제한돼 있어 확산에 한계가 있다”며 “하수처리수, 지하수 등 다양한 수열원을 재생에너지로 인정하는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또 공동주택 단위 수열 공급 확대, 대용량 히트펌프 표준 마련 등 제도 정비가 병행돼야 시장 확산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흐름은 도시 단위 통합 관리 모델로 이어진다.

김충한 수공 부장은 “스마트시티는 단순한 디지털 도시가 아니라 물·에너지·데이터를 통합하는 '기후도시'로 진화하고 있다”며 “도시 단위에서 에너지와 자원을 통합 관리해야 탄소 감축 효과가 극대화된다”고 설명했다.

부산 에코델타시티처럼 물관리와 에너지, 데이터가 결합된 모델은 지역 단위 탄소 감축과 산업 육성을 동시에 실현할 수 있는 사례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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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기후테크이니셔티브 1차 토론회가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렸다. 박지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축사를 하고 있다. 이동근기자 foto@etnews.com

정치권에서도 이 같은 흐름에 공감이 이어졌다.

박지혜 의원은 “최근 이란 전쟁의 여파로 인해 에너지 가격 상승을 근본적으로 극복하기 위해 에너지 효율을 높이고 에너지 전환을 촉진할 기후테크에 거는 기대가 굉장히 크다”고 말했다. 이어 “기후정책은 선언이 아니라 산업과 지역에서 실제 작동하는 구조로 전환돼야 한다”며 “지역 기반 에너지 전환과 기후테크 산업 생태계 구축이 핵심 과제”라고 강조했다.

김영선 더불어민주당 환경 수석전문위원은 “탄소 가격이 낮아 기업의 감축 유인이 부족한 구조에서는 기후위기를 기술로 해결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전력·산업·교통 전반의 구조 전환을 위해서는 기술 경쟁력 확보가 핵심”이라며, 이를 뒷받침할 정량적 기준으로 전과정평가(LCA) 데이터 구축의 시급성을 강조했다. 아울러 기후테크 산업을 체계적으로 육성하기 위한 특별법 제정과 실무 지원체계 마련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정책 전환 필요성에 공감하며 제도 보완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정선화 기후에너지환경부 녹색전환정책관은 “앞으로 지역 단위에서 분산된 탄소중립 정책과 사업을 유기적으로 연계해 지역 특성에 맞는 통합형 모델을 구축하고, 실질적인 감축 효과를 낼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라고 말했다.

이어 “기후테크 산업은 장기 투자와 높은 불확실성이 특징인 만큼 안정적인 현금 흐름을 확보할 수 있는 제도 설계가 중요하다”며 “관련 법·제도 마련을 통해 투자 기반을 강화하고, 국회와 협력해 지역 중심 기후테크 생태계 조성도 함께 추진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이준희 기자 jhlee@etnews.com, 손지혜 기자 jh@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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