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6개 제지사 담합에 과징금 3383억 철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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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이 23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민생물가 특별관리 관계장관TF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이동근기자 foto@etnews.com

국내 인쇄용지 시장이 사실상 '가격 공조' 상태로 운영된 정황이 드러났다. 주요 제지사들이 수년간 가격 인상을 사전 합의하고 실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3일 인쇄용지 가격을 담합한 6개 제지사에 시정명령과 함께 총 3383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고, 한국제지와 홍원제지 등 2개 법인을 검찰에 고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조사 결과 무림에스피·무림페이퍼·무림피앤피·한국제지·한솔제지·홍원제지 등 6개사는 2021년 2월부터 2024년 12월까지 약 3년 10개월 동안 가격 인상을 공모했다. 이들은 최소 60차례 이상 모임을 갖고 기준가격 인상 또는 할인율 축소 방식으로 총 7차례 가격을 올렸다.

가격 인상 방식은 치밀했다. 기준가격을 직접 올리거나 할인율을 줄여 실질 판매가격을 높였다. 2022년 5월에는 기준가격을 15% 인상했고, 이후에도 할인율을 반복 축소하는 방식으로 인상 흐름을 이어갔다.

은폐 시도도 조직적으로 이뤄졌다. 담합에 관여한 임직원들은 개인 휴대전화를 사용하지 않았다. 공중전화나 식당 전화, 타 부서 직원 휴대전화를 이용해 연락을 주고받았다. 경쟁사 연락처는 이니셜이나 가명으로 따로 적어 관리했다. 가격 인상 통보 순서까지 사전에 정했고, 합의가 엇갈릴 경우 동전이나 주사위로 순서를 정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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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의기간 판매가격 변동 추이. (자료=공정위)

시장 영향은 컸다. 해당 업체들은 국내 인쇄용지 시장의 약 95%를 차지한다. 담합 기간 동안 판매가격은 평균 71% 상승했다. 비용 부담은 인쇄업체와 출판사를 거쳐 소비자에게 전가되는 구조가 형성됐다.

공정위는 이번 조치에서 단순 제재를 넘어 구조 개선까지 겨냥했다. 각 제지사는 담합 이전 경쟁 상태를 회복하는 수준으로 가격을 다시 설정해야 한다. 향후 3년간 반기마다 가격 변경 내역도 보고해야 한다. 가격 재결정 명령이 내려진 것은 2006년 밀가루 담합 사건 이후 두 번째다.

과징금 규모도 이례적이다. 공정위 담합 사건 기준 다섯 번째로 큰 수준이다. 제지업계로 한정하면 역대 최대다. 공정위는 반복적인 법 위반과 높은 진입장벽으로 담합 구조가 고착됐다고 판단했다.

공정위는 “이번 조치는 인쇄용지 시장의 경쟁을 회복하기 위한 것”이라며 “생활과 밀접한 분야의 담합 감시를 지속 강화하고 위반 시 엄정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박효주 기자 phj20@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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