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제재 속 中 장비 자립 가속…나우라, 1.6兆원 R&D 투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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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우라 반도체 식각 장비. (사진=나우라)

미국의 대중(對中) 반도체 장비 수출 통제가 강화되는 가운데 중국 반도체 장비 기업 나우라가 대규모 연구개발(R&D)과 인수합병(M&A)을 앞세워 장비 자립에 속도를 내고 있다. 단순 국산화를 넘어 선단 공정 대응력과 전 공정 생태계 확장까지 동시에 추진하면서 중국 반도체 공급망의 내재화가 한층 뚜렷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21일 나우라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회사의 2025년 R&D 투자액은 72억7700만위안(약 1조5700억원)으로, 전체 매출의 약 18% 수준이다. 전년 투자액 대비 약 31% 급증한 규모다.

나우라는 로직·메모리 칩 제조의 선단 공정에 대응하는 고정밀 장비 개발에 주력하고 있으며, 2025년 말 기준 누적 특허 출원은 1만1300건, 등록 특허는 6500건을 넘어섰다.

인력 투자도 공격적이다. 나우라 전체 인력 가운데 연구개발 인력 비중은 30%를 넘고, 인원 수는 6511명에 달한다. 전체 직원 3명 중 1명꼴로 연구개발에 투입된 셈이다. 중국 장비 굴기가 단순한 정책 지원을 넘어 대규모 기술·인력 투자를 기반으로 전개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나우라는 반도체 장비에만 머물지 않고 진공 기반 신에너지 장비로도 사업 영역을 넓히고 있다. 태양광 전지, 리튬배터리, 수소에너지용 고효율·저전력 장비 개발을 병행하며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는 전략이다. 반도체 업황 변동성을 줄이는 동시에 진공 장비 기술의 활용 범위를 넓히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주목되는 대목은 장비 라인업 확장 방식이다. 나우라는 개별 장비 판매를 넘어 인수합병을 통해 공정 생태계 통합에 나서고 있다. 세정 분야 강자인 킹세미를 인수해 세정 장비 경쟁력을 보강했고, 진공 및 전자부품 관련 기업도 잇달아 확보하며 핵심 부품부터 공정 장비까지 수직계열화된 공급망 구축을 서두르고 있다.

이 같은 흐름은 계열사 간 거래에서도 드러난다. 나우라는 올해 실제 지배주주인 베이징전자홀딩스 측에 37억5000만위안 규모 장비를 판매할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해 실제 발생한 거래액에서 3배 이상 뛴 수준이다. 중국 반도체 산업이 외부 공급망보다 자국 장비 중심의 토털 솔루션을 택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는 의미다. 미국 제재가 중국 장비 산업의 성장을 제약하기보다 오히려 자립과 내재화를 자극하는 효과를 내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 대중 반도체 제재가 단기적으로는 중국 장비업체에 부담이 될 수 있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오히려 자국 장비 채택과 공급망 내재화를 앞당기는 계기가 되고 있다”며 “나우라처럼 내수 기반과 자금력을 갖춘 기업에는 기술 고도화와 고객 확보가 동시에 이뤄지는 구조가 만들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박유민 기자 newmi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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