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과 이란이 2주간 임시 휴전에 합의했다. 중동 지역 위기는 한고비를 넘겼지만, 국제 정세가 산업에 미치는 영향은 현재진행형이다.
최근 만난 배터리업계 관계자는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무슨 말을 했는지부터 확인한다”고 말했다. 전날 발언 하나에 관세 정책이 바뀌고 특정 국가 제재 방향이 달라지면서 공급망 전략도 고민해야 하기 때문이다.
국제 정세는 하루가 다르게 급변한다. 중동 긴장 고조로 석유화학 기초 원료인 나프타 수급 불안이 커지고, 원가 부담은 산업 전반으로 빠르게 전이되고 있다. 공급망의 작은 균열이 곧 생산 차질로 이어질 수 있다.
지정학적 변수가 산업과 일상 모두를 동시에 흔드는 시대다. 특히 한국 배터리 산업은 미·중 사이에서 기회를 얻는 동시에 중국 소재에 의존하는 이중 구조에 놓여 있다.
미국은 관세와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따른 해외우려기관(FEOC) 규정 등으로 중국을 배제했다. 한국 기업은 북미 생산 확대를 통해 이 기회를 활용하고 있다. 반면 중국은 자국 기반 생산능력과 수직계열화를 바탕으로 저가 배터리를 확산하며 글로벌 영향력을 키우고 있다.
결국 시장은 '북미 정책'과 '중국 가격'으로 양분되고, 한국은 그 사이에 있다. 문제는 이 구도가 고정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1970년대 미국과 중국은 한국전쟁의 적대 관계를 뒤로하고 전격적으로 손을 잡았다. 이해관계가 바뀌자 동맹의 방향도 바뀌었다.
지금의 미·중, 나아가 글로벌 갈등 역시 영구적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 실제로 기자가 최근 만난 또 다른 배터리업계 관계자는 미국 시장에서 중국 배제 조치가 사라지면 어떻게 대응할지를 고민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특정 국가를 전제로 한 공급망 전략은 언제든 리스크로 전환될 수 있다. 결국 해법은 공급망 다변화와 소재 자립이다. 판이 바뀔 가능성까지 고려한 구조적 대응이 필요하다. 포성이 잠시 멈춘 지금, 진짜 경쟁은 공급망에서 시작된다.
김명희 기자 noprint@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