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줌인]“배 1척에 26억 내라”…종전 협상안 담긴 '호르무즈 통행세' 변수 남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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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르무즈 해협을 지나는 유조선. 연합뉴스

미국과 이란이 7일(현지시간) 파키스탄이 제안한 '2주 휴전안'을 수용하면서, 국제사회는 유가 폭등과 공급망 붕괴라는 초대형 악재에서 잠시 한숨을 돌리게 됐다. 하지만 실제 전쟁 종식까지는 갈 길이 먼 상태다. 이란이 제안한 10개 요구안을 미국이 모두 들어줄 가능성이 희박하기 때문인데, 더 큰 문제는 세계 경제를 쥐락펴락하는 에너지 공급망이 볼모로 잡혔다는 점이다. 이란이 종전 후 호르무즈 해협을 직접 통제하고 막대한 통행료를 징수하겠다고 나서면서, 군사적 충돌을 넘어선 또 다른 형태의 '경제 전쟁'이 우려된다.

미 CBS 등 외신 보도를 종합하면, 이번 휴전 합의 직전 이란은 파키스탄의 중재를 통해 미국 측에 '10개항 평화 제안서(10-Point Proposal)'를 전달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 휴전 수용 사실을 알리며 “이란으로부터 10개 조항의 제안을 받았으며, 이것이 향후 평화 협상을 위한 실질적이고 실행 가능한 토대가 되리라 믿는다”고 언급했다. 이에 따라 오는 10일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에서 열릴 양국 간 직접 대면 협상은 이 제안서를 뼈대로 치열한 샅바싸움이 전개될 전망이다.

이란이 내민 10개 요구안은 정치·군사적 패권 재편과 경제적 실리를 동시에 노리고 있다. △미국의 이란 본토 공격 전면 중단 △단기 휴전이 아닌 영구적 종전 △미국의 대이란 제재 전면 철폐 △중동 역내 미 전투 병력 완전 철수 △레바논 내 이스라엘의 군사작전 중단 △하마스·헤즈볼라 등 친이란 '저항의 축'에 대한 공격 중단 등 체제 및 안보 보장 요구가 1~6번 항목에 자리했다.

추가로 글로벌 물류를 통제하겠다는 경제 조건이 이어졌다. △호르무즈 해협 통행 재개를 전제로 △이란 무장군의 조율·통제 아래 안전 항행 프로토콜 운영 △해협 통과 선박당 200만달러(약 26억원)의 통행료 징수 후 오만과 수익 배분 △해당 통행료 수익을 파괴된 이란 인프라 등 재건 등이다.

전문가들은 이 제안서가 온전히 타결될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고 분석한다. 우선 4~6항(미군 철수, 이스라엘 및 저항의 축 타격 중단)은 미국 정치 지형상 도저히 수용할 수 없는 '레드라인'이다. 11월 의회 중간선거를 앞둔 트럼프 행정부 입장에서 핵심 동맹인 이스라엘의 안보를 외면하고 중동 패권을 통째로 포기하는 뉘앙스를 풍기는 것은 사실상 정치적 자살행위이기 때문이다.

진짜 뇌관은 8~10항의 경제적 청구서다. 이란의 요구대로 선박 한 척당 26억원에 달하는 통행세가 신설되고, 글로벌 대동맥의 통제권이 이란 혁명수비대에게 공식적으로 넘어간다면 이는 전 세계 공급망의 항구적인 마비를 의미한다. 특히 막대한 통행료를 전후 인프라 재건에 쓰겠다는 10항은 이 '통행세'를 전시 한시적 조치가 아닌 영구적인 '글로벌 세금'으로 고착화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이렇게 되면 중동 원유 의존도가 70%를 웃도는 한국 경제는 그야말로 직격탄을 맞게 된다. 26억원의 통행료는 고스란히 해상 운임 폭등과 원유 도입 단가 상승으로 전가, 이미 리터당 2000원을 넘어선 국내 주유소 기름값에 불을 지피게 된다. 석유화학 업계의 기초 소재인 나프타 수급 비용도 천정부지로 치솟아 국내 산업 생태계와 인플레이션 전반을 뒤흔들 수 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이 파병 등에 소극적이던 한국 등 동맹을 비판하며 호르무즈 해협 문제는 '미국과는 관계없다'고 선을 그었던 것도 우려되는 지점이다.


안영국 기자 an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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