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승남 명예회장 “성공은 혼자 이루는 것 아니다…보이지 않는 힘은 내공에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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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남 조은시스템 명예회장이동근기자 foto@etnews.com

인공지능(AI) 시대를 맞아 산업 구조가 빠르게 재편되는 가운데, 기업의 지속가능한 성장과 리더십의 본질에 대한 질문도 함께 커지고 있다. 기술과 자본이 기업 경쟁력을 좌우하는 시대지만, 그 근간에는 여전히 사람과 철학이 자리하고 있다.

21년간 군에서 복무한 뒤 50대 중반 창업에 나서 조은시스템과 잡코리아를 일군 김승남 명예회장은 이러한 변화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경영의 본질을 강조한다. 그는 자신의 삶을 관통한 키워드로 '보이지 않는 힘'을 꼽으며, 이는 우연한 행운이 아니라 감사와 겸손, 그리고 끊임없는 자기개발이 만들어낸 내공의 결과라고 말한다.

군인, 금융인, 기업가로 이어진 그의 이력은 결코 평탄하지 않았다. 파산과 빚, 생계의 위기를 겪으며 인생의 바닥을 경험했지만, 다시 일어나 작은 창고에서 시작한 사업을 수천명의 임직원이 함께하는 중견기업으로 성장시켰다. 김승남 명예회장을 만나 그의 리더십 철학과 창업 스토리, 기업가로서의 책임, 그리고 미래 세대에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들었다.

대담=소성렬 국장

-군 복무 경험이 경영 철학과 리더십에 어떤 영향을 미쳤나.

▲군은 생존과 승리를 전제로 움직이는 조직이다. 어떤 상황에서도 가용 자원을 고려해 판단하고, 지휘 체계를 정비해 반드시 임무를 완수해야 한다. 이런 경험은 기업 경영과도 맞닿아 있다. 기업도 결국 불확실한 환경 속에서 방향을 정하고, 구성원들이 한 목표를 향해 움직이도록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군에서는 결과에 대한 책임이 매우 분명하다. 준비가 부족하면 현장에서 바로 드러난다. 저는 이런 점이 기업 경영에도 그대로 적용된다고 본다. 시장 환경이 급변하고 경쟁이 심한 상황에서도 냉정하게 상황을 판단하고, 조직이 흔들리지 않도록 중심을 잡는 일이 중요하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은 사람이다. 군은 명령 체계로 움직이지만, 결국 조직을 강하게 만드는 것은 사람 사이의 신뢰다. 군에서 익힌 상황 판단 능력과 조직 운영 방식, 그리고 그 과정에서 맺은 인간관계는 지금까지도 제 경영 철학의 중요한 기반이 되고 있다.

-50대 중반 창업에 나선 계기는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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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남 조은시스템 명예회장이동근기자 foto@etnews.com

▲창업은 철저한 계획 끝에 시작한 일이 아니라, 절박한 상황에서 찾아온 결단에 가까웠다. 파산과 채무 문제로 삶이 무너진 경험이 있었고, 그 이후 다시 일어서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빚을 모두 갚는 데만 6년이 걸렸고, 그 과정에서 생계와 가족, 책임의 무게를 아주 절실하게 느꼈다.

그런 시간을 지나면서 '무엇을 위해 살아야 하는가', '돈을 번다면 어디에 써야 하는가'를 많이 고민했다. 단순히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넘어, 인간다운 가치가 있는 일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점점 커졌다. 그러던 중 과거 군 시절 인연과 새로운 기술에 대한 관심이 맞물리면서 사업의 길로 들어서게 됐다.

돌이켜보면 늦은 나이의 창업이었지만, 오히려 그 전까지 겪은 실패와 좌절이 있었기에 쉽게 흔들리지 않을 수 있었다. 젊을 때의 창업과는 다르게 삶의 무게를 알고 시작했기 때문에 더 절실했고, 더 진지했다.

-창업 초기 가장 큰 어려움과 극복 과정은.

▲창업 초기에 가장 큰 문제는 역시 자금이었다. 사람과 아이템은 있었지만 시작할 기반이 턱없이 부족했다. 서울의 작은 창고에서 4명으로 회사를 시작했고, 사실상 가진 것 없이 제안서만 들고 다니며 문을 두드려야 했다.

처음에는 제안서를 내도 받아주는 곳이 거의 없었다. 누구도 이름 없는 작은 회사의 가능성을 쉽게 믿어주지 않았다. 하지만 그럴수록 더 많이 뛰고, 더 많이 설명하고, 더 많이 설득하려고 했다. 주변의 도움도 컸다. 어떤 분은 작은 일감을 주며 기회를 만들어줬고, 어떤 분은 자금이 필요할 때 손을 내밀어줬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함께한 사람들의 헌신이었다. 적은 자원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뛰어준 동료들이 있었기에 회사를 버틸 수 있었다. 결국 사업은 아이템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라, 고비를 버텨내는 사람들의 힘으로 성장한다는 것을 그때 절실히 배웠다.

-1996년 잡코리아 창업 당시 온라인 채용 시장의 가능성은 어떻게 봤나.

▲그 당시 채용 시장은 철저히 오프라인 중심이었다. 대기업은 신문과 방송을 통해 공채를 진행했고, 작은 기업이나 자영업자는 전봇대에 종이를 붙여 사람을 구하던 시절이었다. 지금처럼 온라인에서 채용과 구직이 자연스럽게 이뤄질 것이라고 예상하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하지만 저는 인터넷을 공부하면서 시장의 흐름이 바뀔 것이라고 봤다. 정보가 빠르게 연결되고, 사람과 기업을 효율적으로 만날 수 있는 구조가 만들어질 것이라고 생각했다. 처음부터 구인구직 시장만을 목표로 하지는 않았다. 여러 사업을 함께 시도했지만, IMF 위기 속에서 사업 방향을 재정비해야 하는 상황이 왔다.

그때 선택과 집중을 통해 구인구직 서비스에만 집중하기로 결단했다. 그 결정이 결과적으로 잡코리아를 시장의 대표 플랫폼으로 성장시키는 출발점이 됐다. 위기는 방향을 바로잡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그때 절실히 깨달았다.

-잡코리아 성장의 핵심 전략은 무엇이었나.

▲핵심은 집중과 차별화였다. 많은 사업을 동시에 벌이기보다 가장 가능성이 있는 분야에 자원을 몰아야 했다. 그래서 인력과 자금, 시간 모두를 한 방향으로 집중했다.또 하나는 구성원들이 회사를 남의 일처럼 여기지 않게 하는 것이었다.

자본금의 상당 부분을 직접 부담하면서도, 지분의 절반을 직원들에게 나눠줬다. 직원들이 단순히 월급을 받는 사람이 아니라 회사의 주인이라는 의식을 갖게 하고 싶었다. 이런 구조가 조직의 몰입도를 높였다.

무료 서비스를 유료화하면서 회원 수가 급감하는 위기도 겪었다. 하지만 단기적인 숫자보다 서비스의 질과 시장의 신뢰가 더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이후 품질을 끌어올리고 공격적으로 브랜드를 알리면서 다시 시장을 회복했다. 남들과 같은 방식으로는 앞서가기 어렵다. 결국 차별화된 접근과 끝까지 밀어붙이는 실행력이 성장을 만들었다.

-경영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긴 원칙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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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남 조은시스템 명예회장이동근기자 foto@etnews.com

▲경영의 중심은 결국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창업 초기부터 조직이 지켜야 할 몇 가지 기준을 분명히 세웠다. 첫째는 프로 의식이다. 우리는 프로라는 자각이 있어야 책임감도 생긴다. 둘째는 일 중심으로 움직이는 문화다. 보여주기식 근무가 아니라 결과와 성과를 중시해야 한다.

셋째는 경쟁사와 다른 방향을 보는 것이다. 모두가 같은 시장, 같은 방식만 바라보면 차별화가 어렵다. 우리는 남들이 주목하지 않는 지점을 더 치열하게 살폈다. 넷째는 임직원을 주주화해 책임감을 높이는 구조다. 회사의 성과가 곧 자신의 성과와 연결될 때 조직은 더 강해진다.

이런 원칙은 화려해 보이지 않을 수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조직의 체질을 만든다. 기업은 단기 실적만으로 유지되지 않는다. 어떤 원칙을 가지고 운영하느냐가 결국 회사를 오래가게 만드는 힘이다.

-기업 성장의 핵심 요인은 무엇이라고 보나.

▲무엇보다 임직원들의 헌신과 팀워크다. 기업은 결코 혼자 만들 수 없다. 경영자가 방향을 제시할 수는 있지만, 현장에서 실행하고 회사를 움직이는 것은 결국 사람들이다. 조직이 성장하려면 구성원들이 회사의 비전과 현실을 함께 이해해야 한다. 회사의 상태를 공유하고, 서로를 신뢰하며, 어려운 시기에도 같은 방향을 볼 수 있어야 한다.

그런 문화가 있어야 위기 때 무너지지 않는다. 저는 좋은 사람들과 함께할 수 있었던 것이 가장 큰 행운이었다고 생각한다. 또 좋은 고객을 만난 것도 중요한 요인이다. 좋은 인연은 그냥 생기는 것이 아니라, 신뢰를 쌓아가는 과정에서 만들어진다. 결국 기업의 성장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 위에 세워진다고 본다.

-리더십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는 무엇인가.

▲저는 '주면 결국 더 크게 돌아온다'는 믿음을 갖고 있다. 당장 손해처럼 보이는 선택이라도 장기적으로는 더 큰 가치를 만든다고 생각한다. 기업 경영도 마찬가지다. 모든 것을 숫자와 효율만으로 판단하면 조직은 금방 메말라버린다. 특히 현장 직원들을 존중하는 문화가 중요하다고 본다.

급여나 복지, 근무 조건도 중요하지만, 사람은 결국 존중받을 때 자긍심을 갖는다. 내가 이 조직에서 소중한 존재라는 감각이 있어야 책임감도 생기고 일에 대한 태도도 달라진다. 리더십은 앞에서 지시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존중과 신뢰, 그리고 먼저 베푸는 태도가 조직을 건강하게 만든다.

-'보이지 않는 힘'이란 무엇인가.

▲사람의 인생은 수많은 인연과 기회로 이루어진다. 어떤 사람을 만나느냐, 어떤 시기에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삶의 방향이 크게 달라진다. 하지만 저는 그것이 단순한 우연만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감사하는 마음, 겸손한 태도, 꾸준한 자기개발이 쌓이면 결국 좋은 기회와 사람을 만나게 된다. 준비된 사람에게 기회가 온다는 말도 결국 같은 뜻이다. 아무 준비 없이 운만 기다려서는 아무것도 이룰 수 없다.

저는 이것을 '보이지 않는 힘'이라고 표현한다.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분명히 존재하는 힘이다. 힘든 시절에도 감사할 줄 알고, 조금 성과를 냈다고 교만해지지 않고, 계속 공부하며 자신을 단련하는 사람에게 그 힘이 작용한다고 믿는다.

-기업의 사회공헌과 장애인 지원 사업의 의미는 무엇인가.

▲기업은 단순히 이익을 내는 조직이 아니다. 고용을 창출하고 세금을 내는 것만으로도 사회에 기여하지만, 그 이상의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 기업은 주주만의 것이 아니라 고객과 임직원, 지역사회와 함께 존재하는 공동체다.

특히 양극화가 심화되는 시대에는 기업의 사회적 역할이 더욱 중요하다. 성장의 혜택이 사회 곳곳으로 이어지지 않으면 건강한 공동체를 만들기 어렵다. 저는 이런 생각 때문에 사회공헌과 나눔을 기업 경영의 중요한 축으로 봐왔다.

장애인 지원 사업도 같은 맥락에서 시작했다. 단순히 법적 의무나 부담금 차원이 아니라, 장애인들에게 일하는 기쁨과 삶의 의미를 드릴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실제로 장애인 사우들이 출퇴근을 즐기고, 자신이 맡은 일을 통해 만족을 느끼는 모습을 보면 기업의 역할을 다시 생각하게 된다. 결국 기업은 사회와 함께 성장할 때 더 오래 사랑받을 수 있다.

-청년 창업가와 젊은 세대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무엇인가.

▲무엇보다 내공을 쌓아야 한다고 말하고 싶다. 요즘은 빠른 성공을 꿈꾸는 사람이 많지만, 오래 가는 성공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실패를 겪고, 배우고, 다시 일어서는 과정이 쌓여야 한다.

또 돈을 버는 것 자체를 목표로 삼기보다, 다른 사람에게 유익한 일을 하는가를 먼저 생각해야 한다. 가치 있는 사업은 결국 사람들에게 필요한 일을 하는 데서 나온다. 그런 기준이 있어야 위기 때도 흔들리지 않는다.

인생의 성공은 부나 명예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자신이 이룬 성취를 사회에 되돌려줄 수 있을 때 비로소 의미가 완성된다고 생각한다. 젊은 세대가 조급해하지 않고 더 큰 꿈을 품고 도전했으면 한다. 역경 속에서도 감사와 희망을 잃지 않는다면 분명 길은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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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남 조은시스템 명예회장이동근기자 foto@etnews.com

◇김승남 명예회장은…

김승남 명예회장은 21년간 군에서 복무하며 대대·연대·사단 작전참모와 179연대장을 지낸 뒤 육군 중령으로 예편했다. 이후 충북은행 안전실장과 검사부장, BYC생명 이사 및 상무이사를 거쳐 50대 중반 조은시스템과 잡코리아를 창업했다. 현재는 일선 경영에서 물러나 사회봉사 활동에 힘쓰고 있다. 조은시스템, 세이프원, 조은INS, 조은프로소싱, 이지아카데미 등 계열 사업을 통해 보안·아웃소싱·시설관리·장애인 표준사업장·산업안전보건 교육 분야를 아우르는 중견기업 그룹의 기반을 닦았으며, 임직원 7000여명, 매출 4000억원대 규모의 성장을 이끌었다.

소성렬 기자


소성렬 기자 hisabisa@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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