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민의 소중한 세금으로 조성된 국고보조금은 우리 사회의 취약계층을 보듬고 대한민국의 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핵심 수단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국고보조금을 '눈먼돈'으로 인식하는 고질적인 병폐가 여전히 남아 있다. 국민의 소중한 세금이 낭비되는 현장을 지켜보며 나라 살림을 담당하는 공직자로서 깊은 책임감과 송구함을 느꼈다.
지난해 정부가 집행한 보조금은 126조원으로 국민의 소중한 땀방울이자 국가의 미래를 일구는 씨앗과 같은 예산이다. 그러나 현장에서 마주한 실상은 충격적이었다. 보조금을 '먼저 보는 사람이 임자'로 여기는 그릇된 인식이 곳곳에 곳곳에 만연해 있었고, 그 수법 또한 대담하고 지능적이었다.
기업형 브로커가 개입해 저가 수입 소프트웨어(SW)를 고가 국산 장비로 둔갑시켜 50억원을 편취하는가 하면, 협회 대표가 가족 명의 법인을 세워 공공 자산인 유통센터를 개인 식당으로 사유화한 사례도 적발됐다. 심지어 기술 수출 지원금을 전용해 해외 골프 상품을 구매하거나, 연구비를 가족 식사비로 둔갑시켜 1억원이나 유용한 교수도 있었다. 이들에게 국가 보조금은 더 이상 공적 지원이 아닌 사익 편취의 수단에 불과했다.
너무 부끄러웠고 그대로 둘 수 없는 사안임이 분명하다. 부정의 악순환을 종식시키기 위해 관리체계를 완전히 뜯어고치는 수준으로 '국고보조금 부정수급 근절 대책'을 만들었다. 부정수급이 반드시 적발된다는 인식을 확립하고, 위반 행위에 대해 무관용 원칙으로 엄정히 대응하겠다는 정부의 약속이다.
이번 대책을 통해 '철저한 예방과 빈틈없는 적발, 타협 없는 후속 조치'를 핵심으로 하는 5대 추진방안을 마련해 즉각 시행하기로 했다.
첫째, 현장 중심의 촘촘한 감시망을 본격 가동한다. 보조금 부정수급에 대한 '현미경 점검' 일환으로 기존 600여건 수준이던 합동 점검 대상을 1만3200건으로 20배 이상 대폭 확대한다. 아울러, 기획예산처 주관의 '부처합동 특별집행점검단' 440명을 투입해, 민간 보조금은 물론 관리 사각지대였던 10억원 이상의 지방보조사업까지 전국의 현장을 샅샅이 훑을 계획이다.
둘째, 빈틈없는 부정수급 적발을 위해 감시 인프라와 제도적 기반을 전면 보강한다. 온라인 보조금통합포털의 제보 기능을 대폭 강화하고, 재정정보원 콜센터를 '상시 신고센터'로 확대 개편해 온·오프라인을 아우르는 전방위 신고 플랫폼을 가동한다. 특히 실효성 있는 단속을 위해 현장점검 요원에게 자료 요구 및 의견 진술권 등 강력한 법적 권한을 부여하는 법령 정비를 병행해 나가겠다.
셋째, 국민의 눈이 곧 가장 강력한 감시망이 되는 체계를 구축한다. 지난 3월 확대 개편한 '부정수급 신고센터'를 통해 신고 접근성을 획기적으로 높이고, 포상금 산정 기준을 '환수 총액의 30%'로 상향해 국민 참여를 극대화할 것이다. 특히, 부정수급 제재 부가금을 주가조작에 준하는 최대 8배까지 대폭 인상해 '부정수급은 곧 사업의 파멸'이라는 인식을 분명히 각인시키는 '무관용 원칙'을 확립하고, 보조금 수급에 있어 엄중한 일벌백계(一罰百戒)의 본보기를 세울 것이다.
넷째, 부정수급 판정을 기획예산처가 주도해, 부처 간의 '제 식구 감싸기'식 온정주의를 근절하겠다. 그간 부처 자율에 맡겨온 판정 체계는 관리 책임에 대한 우려로 인해 '솜방망이 처벌'에 그쳤던 것이 사실이다. 이에 정부는 기획예산처 보조금관리위원회를 재정 규율의 컨트롤타워로 격상하겠다. 위원회 산하에 '부정수급심사소위원회'를 신설해 1000만원 이상의 주요 사건을 직접 심의하고 단호한 처분을 요구할 계획이다. 소액 사건은 부처의 심의 결과를 존중하되, 기획예산처가 처분의 적정성을 상시 감독하고 필요시 즉각적인 시정 명령을 단행함으로써 감시의 사각지대와 온정주의가 설 자리를 완전히 뿌리 뽑겠다.
마지막으로, 인공지능(AI) 기술을 접목한 '과학적 보조금 통합관리 시스템'을 완성하겠다. 현행 국고보조금 관리시스템인 'e나라도움'을 고도화해 별도로 관리 중인 96조원 규모의 지방보조금까지 실시간 모니터링 체계에 편입하겠다. 나아가 2029년까지 AI 기반 상시 감시 체계를 구축해, 부정 징후를 선제적으로 포착하는 지능형 관리 모델을 구현할 수 있도록 올해 중 본격적인 시스템 설계와 착수에 돌입할 것이다.

조선시대 대석학인 다산 정약용 선생은 '목민심서'에서 공직자의 청렴과 재정 관리의 엄중함을 역설한 바 있다. 다산은 다른 사람의 돈을 훔치는 것은 '소도(小盜·작은 도둑)'이나, 나라의 창고를 훔치는 것은 '대적(大賊·큰 도적)'이라 경계했다. 백성에게 돌아가야 할 혜택을 가로채는 파렴치한 행위를 '살을 깎고 뼈를 갉아먹는 반사회적 범죄'라고 규정한 그의 통찰은 오늘날에도 서슬 퍼런 울림을 준다. 국민의 혈세를 '주인 없는 눈 먼 돈'으로 착각하며 사익을 탐하는 이들이야말로, 우리가 척결해야 할 이 시대의 '큰 도적'이다.
국가 재정을 담당하는 공직자로서 다산의 준엄한 꾸짖음을 가슴 깊이 새긴다. 보조금 부정수급은 성실한 납세자에 대한 명백한 배신이자, 우리 사회의 공정성을 뿌리째 흔드는 약탈 행위이다. 이제 정부는 단 한 푼의 세금도 허투루 새 나가지 않도록 지엄한 파수꾼이 되겠다. 부정한 손길은 끝까지 추적해 환수하고, 엄중한 처벌을 통해 '부정수급의 끝은 반드시 파멸'이라는 원칙을 현장에 각인시킬 것이다. 국민의 땀방울이 서린 소중한 혈세가 적재적소에 스며들어 대한민국의 내일을 일구는 마중물이 되도록, 기획예산처가 앞장서겠다. 이번 대책이 단순히 예산 누수를 막는 것을 넘어, 우리 사회의 공정과 신뢰를 다시 세우는 단단한 초석이 되기를 기원한다.
임기근 기획예산처 차관
〈필자〉전남 해남 출신으로 광주 송원고와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행정고시 36회로 공직에 입문했다. 기재부 예산총괄과장, 예산정책과장, 복지예산과장, 경제예산과장, 예산총괄심의관 등 예산실 주요 보직을 거쳤다. 공공정책국장과 정책조정국장, 재정기획심의관도 역임하며 재정 및 정책 분야에서도 성과를 냈다. 재정관리관을 거쳐 조달청장을 지냈으며 2025년 기재부 2차관에 선임됐다. 2026년 1월부터 기획예산처 차관으로 업무를 수행 중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