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정보수장 “이란 핵 재건 위협 없었다”…트럼프, 명분 없는 전쟁 밀어붙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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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 공습의 근거로 내세운 '임박한 핵 위협' 주장과 미국 정보당국의 평가가 엇갈리면서 전쟁 명분을 둘러싼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 등에 따르면 털시 개버드 국장은 상원 정보위원회에 제출한 서면 증언에서 지난해 6월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핵시설 공습 이후 “핵 프로그램 재건을 시도하는 어떠한 움직임도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앞서 미국과 이스라엘은 '미드나잇 해머' 작전을 통해 포르도, 나탄즈, 이스파한 등 주요 핵시설 3곳을 타격했다. 당시 미군은 B-2 전략폭격기와 벙커버스터, 토마호크 미사일 등을 동원해 지하 핵시설까지 파괴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공습에 앞서 “이란이 핵무기 프로그램을 재가동하고 있다”며 '임박한 위협'을 강조해 왔다. 이에 대해 정보당국 수장이 다른 평가를 내놓으면서 행정부의 개전 논리와 정보 판단 사이의 괴리가 드러났다는 지적이 나온다.

논란은 개버드 국장의 발언 과정에서도 이어졌다. 상원에 사전 제출된 준비원고에는 “핵 프로그램이 파괴됐고 이후 재건 시도는 없었다”는 내용이 포함됐지만, 실제 청문회 공개 발언에서는 해당 문구가 빠지고 “이란이 피해 회복을 시도했다”는 표현으로 대체됐다. 이를 두고 백악관 기조에 맞춰 정보 메시지가 조정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청문회에서는 정보당국 내부의 시각 차이도 드러났다. 존 래트클리프 국장은 “이란은 즉각적 위협이었다”며 행정부 입장을 옹호한 반면, 개버드 국장은 '임박한 위협' 여부에 대해 “대통령이 판단할 사안”이라며 명확한 답변을 피했다.

여기에 최근 사임한 조 켄트 전 센터장이 “이란은 미국에 임박한 위협이 아니었다”고 주장하면서 파장이 커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에 대해 “이란이 위협이 아니라고 말하는 사람은 필요 없다”고 반박했다.

한편 정보당국의 공식 문건은 이란의 군사적 위협을 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평가하고 있다. 이란이 우주발사 기술 등을 기반으로 2035년 이전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개발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은 제시됐지만, 이는 단기적인 직접 위협과는 거리가 있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이와 함께 정보당국은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봉쇄나 중동 내 보복 공격에 나설 가능성도 사전에 평가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외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러한 위험을 보고받고도 군사 행동을 결정했는지 여부를 두고 의회가 집중 추궁하고 있다고 전했다.

전쟁 3주 차에 접어든 가운데, 미국 의회 내에서는 이번 군사 행동의 정당성과 정보 판단의 정치적 활용 여부를 둘러싼 공방이 한층 거세질 전망이다.


이상목 기자 mrlsm@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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