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회사, 배당은 챙기고 직원 시간외수당은 0원” 주장
장 은행장 “정부와 총액인건비 예외승인 협상 중...정상 업무 수행해야 협상력 커져” 노조에 협조 요청

장민영 IBK기업은행장의 본점 출근이 노동조합의 강한 반발로 또다시 무산됐다. 취임 19일째 수장이 본점 집무실에 발을 들이지 못하는 '비정상 경영'이 이어지면서, 기업은행의 경영 공백 사태가 장기화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장 은행장은 이날 오전 8시 20분께 서울 중구 을지로 기업은행 본점 출근을 시도했다. 지난달 23일 임기 시작 첫날 출근 저지 사태 이후 약 3주 만의 진입 시도였으나, 정문을 봉쇄한 노조원들에 가로막혔다.
현장에서는 미지급 임금 문제를 둘러싼 노사 간의 격렬한 설전이 오갔다. 노조 측은 장 은행장을 향해 “2조7000억원의 이익을 내고도 배당으로 다 가져가면서 직원들의 시간외수당은 1원도 주지 못하는 것이 정부의 갑질이 아니냐”며 “대통령이 약속했던 사안에 답을 가져올 때까지 돌아오지 말라”고 주장했다.
'대통령의 약속'은 과거 대선 국면 등에서 공공기관의 비합리적인 임금 구조를 개선하고, 특히 기업은행의 고질적인 문제인 '시간외수당 미지급' 사태를 해결하겠다는 정부 차원의 공약을 의미한다.
현재 기업은행은 기획재정부의 '총액인건비제(공공기관의 연간 임금 총액을 제한하는 제도)'에 묶여 직원들이 정당한 노동의 대가인 법정 수당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 수년째 반복되고 있다.
이에 대해 장 은행장은 “진행 중인 사안이고 공감대를 형성한 부분이 있으니 이른 시일 내에 해결하겠다”며 “저 역시 대통령이 임명한 사람으로서 상황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어 “은행장으로서 정상 업무를 수행해야 정부와 더 힘 있게 얘기할 수 있다”며 노조의 양해와 협조를 간곡히 요청했다.
특히 장 은행장은 차량 탑승 직전 “총액인건비제와 관련해 기업은행의 특수성을 고려한 '부분적 예외 승인'을 정부에 요청하고 있다”며 구체적인 협상 방향을 언급하기도 했다.
하지만 노조 측이 “수년째 반복되는 얘기”라며 대통령의 직접적인 약속 이행을 요구함에 따라, 장 은행장은 대치 20여 분 만에 “오늘은 이만 돌아가겠다”며 현장을 떠났다.
수장의 본점 입성이 거듭 실패하면서 기업은행의 경영 파행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기업은행은 상반기 정기 인사와 조직 개편 등 주요 현안이 산적해 있다. 하지만 은행장이 본점 집무실에 들어가지 못하면서 모든 의사결정이 임시 사무실을 통한 원격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임금 체불이라는 실무적 이슈가 정치적 약속 이행 문제와 맞물리면서 갈등의 실타래가 더 꼬인 형국”이라며 “과거 윤종원 전 은행장 당시의 27일 출근 저지 기록을 넘어설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장 은행장은 당분간 본점 인근 임시 사무실에서 관계 부처와의 협상을 이어갈 방침이다. 하지만 노조가 무기한 투쟁을 예고하고 있어 '무두(無頭) 경영'에 따른 조직 안팎의 혼란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류태웅 기자 bigheroryu@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