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망분리 규제' 빗장 느슨해지자 AI·SaaS 도입 봇물…'합종연횡'까지 가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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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생성형 AI 제공]

금융당국이 망분리 규제 유연화를 추진하면서, 은행권이 생성형 인공지능(AI)과 클라우드 기반 소프트웨어(SaaS)를 내부 업무망에 대거 도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안을 전제로 검증된 빅테크 솔루션을 수용해 업무 효율을 높이는 한편, 경쟁 관계였던 저축은행의 창구 업무를 대행하는 등 '영역 파괴' 현상도 가속화하고 있다.

28일 2025년 하반기부터 2026년 초까지 금융위원회의 혁신금융서비스 지정 현황을 분석한 결과, 은행권 트렌드는 △내부망 내 생성형 AI·SaaS 활용 전면화 △은행 간 업무 위탁 확대 등 두 가지로 요약된다.

뚜렷한 변화는 금기시되던 내부 업무망에서의 외부 SaaS 활용이다. 금융당국이 샌드박스를 통해 규제 특례를 확대하자, 주요 시중은행은 물론 지방은행까지 앞다퉈 마이크로소프트(MS)의 'M365'와 AI 비서 '코파일럿' 등을 도입했다.

KB국민은행은 지난 1월 임직원용 M365 도입을 승인받은 데 이어, 12월에는 본부 직원의 데이터 분석을 돕는 'AI 에이전트' 서비스를 추가로 지정받았다.

신한은행 역시 현장 지원용 협업 툴과 함께 생성형 AI를 활용한 SQL(데이터 질의 언어) 작성 지원, 문서 정보 자동 추출 시스템 등을 도입하며 AI 활용 폭을 넓혔다.

하나은행은 디자인 협업 툴 '피그마'를 내부망에 들여와 개발 속도를 높였고, 생성형 AI로 대출 계약서 점검표를 생성하거나 글로벌 법령을 번역하는 등 업무 전반에 AI를 이식했다.

우리은행과 부산·경남은행 등 지방은행도 M365와 코파일럿의 보안·협업 기능을 내부망에 적용해 시중은행 수준의 디지털 환경을 구축했다.

은행 간 경계도 허물어졌다. KB국민·신한·우리·하나은행은 지난해 12월, 동양·모아·SBI저축은행 등 다수 저축은행과 우정사업본부의 입출금·조회 등 단순 업무를 대행하는 '은행 대리업 서비스'를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받았다.

이는 지점이 부족한 저축은행 고객이 시중은행 창구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한 조치다. 경쟁 관계던 금융사들이 고객 접점 확대와 수익 다각화를 위해 손을 잡는 '합종연횡' 모델이 구체화한 셈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과거에는 보안을 이유로 자체 구축 시스템을 고집했지만, 이제는 검증된 빅테크의 AI와 SaaS를 안전하게 활용하는 것이 경쟁력의 핵심”이라며 “단순 업무 자동화를 넘어 이종 산업과의 결합 등 플랫폼 확장을 위한 시도는 더욱 과감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류태웅 기자 bigheroryu@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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