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만으로 인해 체질량지수(BMI)가 높은 사람일수록 치매에 걸릴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 과정에서 비만으로 인한 혈압 상승이 핵심적인 매개 요인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23일(현지시간) 덴마크 코펜하겐대학교 루트 프리케-슈미트 교수 연구진은 국제 학술지 '임상 내분비학 및 대사 저널(The Journal of Clinical Endocrinology & Metabolism)'에 발표한 논문에서 덴마크와 영국 인구 약 50만명의 대규모 자료를 분석한 결과 BMI 증가와 치매 위험 사이의 인과 구조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체중이 많이 나갈수록 혈관성 치매 발생 가능성이 높아지며, 이러한 위험 증가 현상의 상당 부분이 고혈압을 거쳐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이는 비만 관리와 혈압 조절이 치매 예방 전략에서 중요한 요소가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는 평가다.
치매는 시간이 흐를수록 증상이 심화되는 신경퇴행성 질환으로, 뇌세포 손상으로 인해 기억력 저하와 언어 능력 감소, 판단력 장애, 행동 변화 등을 유발한다. 현재 근본적인 치료법이 없어 전 세계적으로 주요 보건 과제로 꼽히고 있다.
이번 연구에서는 코펜하겐시 심장연구(CCHS)에 참여한 12만6천여명과 영국 바이오뱅크(UK Biobank)에 등록된 37만7000여명의 유전자 및 건강 데이터를 활용했다. 연구팀은 BMI가 실제로 혈관성 치매의 원인이 되는지, 그리고 그 영향이 고혈압·이상지질혈증·고혈당 같은 요인을 통해 전달되는지를 집중 분석했다.
분석 과정에서는 멘델 무작위화(Mendelian Randomization) 기법이 적용됐다. 이는 무작위 임상시험과 유사한 구조로, 체질량지수를 높이는 유전적 특성을 활용해 BMI와 질병 사이의 직접적 인과관계를 추정하는 방법이다.
그 결과 BMI가 높을수록 치매 위험이 증가하는 인과성이 명확히 확인됐으며, 이 가운데 상당 비율이 혈압 상승과 연관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두 집단의 자료를 종합한 분석에서 BMI가 1 표준편차 증가할 때 혈관성 치매 발생 가능성은 약 1.63배 높아졌다. 분석 방식과 변수 구성을 달리했을 때도 위험 증가는 1.54배에서 최대 1.98배까지 일관되게 나타났다.
연구진은 BMI가 혈관성 치매 위험을 높이는 유전적 영향 가운데 약 18%는 수축기 혈압, 약 25%는 이완기 혈압 상승을 통해 설명될 수 있다고 밝혔다.
프리케-슈미트 교수는 “이번 연구는 체중 증가와 고혈압이 단순한 연관 요인이 아니라 치매 발생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보여준다”며 “비만과 혈압을 조기에 관리하면 치매 위험을 낮추는 데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임상시험에서는 체중 감량 치료제가 알츠하이머병 초기 환자의 인지 기능 저하를 중단시키지는 못했다”면서도 “그러나 이번 결과는 인지 장애가 나타나기 이전 단계에서의 체중 조절이 혈관성 치매 예방에는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덧붙였다.
이원지 기자 news21g@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