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민택 교수의 D-엣지] 스테이블코인, 논쟁의 기준을 바꿀 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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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민택 한양대 경영전문대학원 겸임교수

원화 스테이블코인 법제화 논의가 발행 주체라는 좁은 틀에 갇혀 있다. 최근 논쟁은 디지털 결제 환경에서 어떤 구조를 선택할 것인가라는 문제와 맞닿아 있다. 글로벌 시장이 제도 정비를 마치고 운영과 실행 단계로 이동한 상황에서, 국내는 발행 주체의 자격을 둘러싼 논쟁에 상대적으로 무게가 실리는 모습이다.

최근 쟁점으로 떠오른 대목은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발행 조건에서 은행이 과반을 보유하는 컨소시엄 형태로 가져가자는 구상이다. 이는 결제 안정성과 감독 가능성을 전면에 둔 접근이다. 그러나 지분 구조를 제도의 출발점으로 삼을 경우, 제도는 리스크 관리가 아니라 참여 대상을 선별하는 장치로 작동할 가능성이 커진다.

스테이블코인의 리스크는 발행 주체의 업권이나 성격에서 발생하지 않는다. 준비자산의 구성과 보관 방식, 현금 상환 절차나 정산 구조의 안정성, 이용자 보호 체계 및 사고 발생 시의 정리 절차가 결합하며 위험이 형성된다. 따라서 누가 시장에 들어올 것인가라는 진입 장벽에 매몰되다 보면, 어떻게 안전하게 운영할 것인가라는 규제의 본질을 놓치게 된다.

참여 대상을 한정하는 인가 방식은 디지털 결제 환경의 구조적 특성과도 잘 맞지 않는다. 결제와 정산 영역에서는 기술과 비즈니스 모델이 빠르게 진화한다. 초기 설계 단계에서 참여 범위를 좁히는 방식은 단기적인 관리나 통제에는 유리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경쟁과 확장을 제약할 가능성이 높다. 사업의 유연성과 확장성이 강점인 혁신 기업의 관점에서는 지분 요건 자체가 구조적인 진입 장벽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이 지점에서 글로벌 흐름은 중요한 비교 기준이 된다. 주요 국가들은 스테이블코인을 결제와 정산 인프라의 한 축으로 전제한 상태에서, 국제적으로 통용 가능한 표준을 어떻게 형성할 것인지에 무게를 두고 있다. 정책의 중심은 방향 설정을 지나, 이미 실행 단계로 이동했다. 이 과정에서 발행 주체의 성격보다 실제 결제와 정산이 끊기지 않도록 시스템 운영 역량과 책임 구조가 기준으로 자리 잡았다. 이미 작동하기 시작한 시스템을 어떻게 안정적으로 관리하고 확장할 것인지가 글로벌 결제 표준 경쟁의 핵심이다.

시장에서도 같은 신호가 관측된다. 글로벌 금융기관과 결제 기업들은 스테이블코인을 소비자 대상 실험으로 취급하지 않는다. 국경간 정산과 플랫폼 내부 결제, 기업 간 거래처럼 기존 인프라의 비효율이 누적된 영역부터 운영 환경에 적용하고 있다. 결제 속도와 비용, 실패 가능성을 줄이는 과정에서 스테이블코인은 점차 결제와 정산 인프라의 구성 요소로 편입되고 있다.

이런 전환을 고려하면 국내 인가 설계의 방향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 특정 업권이나 참여 대상을 미리 제한하는 방식은 정책 선택지의 폭을 좁힌다. 반대로 명확하고 일관된 인가 요건을 설정하면, 은행이든 비은행이든 조건을 충족하는 주체만 시장에 진입하게 된다. 책임과 규칙을 먼저 정하고, 그 틀 안에서 실행을 허용하는 방식이 글로벌 환경과 더 잘 맞는다.

결제 인프라는 강한 네트워크 효과를 가진다. 결제 산업의 성장 과정이 보여주듯, 일정 규모를 넘어서면 기술 역량이나 의지보다 이미 형성된 표준이 더 큰 힘을 발휘한다. 원화 기반 디지털 결제 수단이 충분히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글로벌 스테이블코인이 국내 디지털 거래 영역으로 자연스럽게 확산되는 상황은 현실적인 시나리오다.

지금까지가 탐색과 논의의 시간이었다면, 이제는 운영을 전제로 한 실행으로 나아가야 한다. 글로벌 시장은 이미 그 단계를 지나가고 있다. 실행을 늦추는 선택이 가져올 비용에 대해서는 냉정한 판단이 필요하다. 인프라 경쟁에서의 지연은 곧 글로벌 금융 질서에서의 도태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국제 표준은 항상 먼저 움직이는 쪽의 전유물이다.

송민택 한양대 경영전문대학원 겸임교수 pascalsong@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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