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1500원 공방에 정부 '영끌 대책'…산업계는 헤지 전략 고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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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환당국 개입에 떨어지는 원·달러 환율 (서울=연합뉴스) 김주형 기자 = 크리스마스이브인 24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현황판에 원/달러 환율이 표시돼 있다. 이날 환율은 전날보다 1.3원 오른 1,484.9원으로 출발했으나 외환당국의 구두개입에 1,460원대 중반까지 급락했다. 2025.12.24 kjhpress@yna.co.kr(끝)

정부가 구두개입과 규제 완화, 세제혜택 등을 동원한 환율 방어에 나서면서 원·달러 환율이 30원 넘게 급락하며 3년 1개월 만에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정부가 외환시장 개입 의지를 분명히 했지만 금융과 산업현장의 불안감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외환당국은 최근 고환율 상황에 대해 “원화의 과도한 약세는 바람직하지 않다”며 구두개입에 나섰다. 해외증시 투자자를 위한 세제혜택까지 발표했다. 지난 24일에는 “지난 1~2주에 걸쳐 정부 각 부처 및 기관별로 담당 조치를 발표한 것은 정부의 강력한 의지와 종합적 정책 실행 능력을 보여주기 위한 정비 과정이었음을 확인하게 될 것”이라고 고강도 개입을 공식화했다.

이같은 정부의 행보는 원·달러 환율이 22~23일 1480원을 넘어서며 연고점에 다다랐기 때문이다. 연말은 통상적으로 수입업체 결제 수요 등이 몰리는 상황에서, 해외 주식 투자를 위한 달러 매수세까지 증가하면서 환율을 끌어올린 양상이다.

정부는 환율이 1470원 수준을 횡보하기 시작한 12월 중순부터 연속 대책을 내놓고 있다. 기재부는 '외환건전성 제도 탄력적 조정 방안'을 발표하고 금융기관에 적용된 외환 관련 규제를 완화한 바 있다. 금융기관 대상 외화유동성 스트레스테스트 감독상 조치 부담을 내년 6월까지 경감하고, 외국계 은행 국내 법인의 선물환 비율 규제도 완화했다. 규제로 묶인 달러가 시중에 풀리도록 한 것으로, 한국은행도 외환건전성 부담금을 6월까지 한시적 면제했다.

정부가 각종 대책을 내놓고 유례없는 수위의 구두개입에 나서면서 24일 환율은 전일 종가 대비 33.8원 하락한 1449.8원을 기록했다. 외환당국의 조치로 환율의 가파른 상승세는 주춤한 상황이지만 추세적인 하락으로 이어질 지는 미지수다.

대기업들도 외환 관리에 신중을 기하는 모습이다. 높은 환율도 리스크지만 그보다 더 큰 위험은 환율 불안정성이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각 국가별 다양한 통화를 운용하는 만큼 단기적으로는 통화 운용에 따른 헷지 효과로 고환율 리스크에 대응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달러로 구매해오던 부품·원자재 통화를 일시적으로 다변화하고 중장기로는 공급망 지역을 분산하는 등 적극적인 대책까지 검토해야 할 상황이다.

현대차와 기아 등 완성차는 수출 비중이 높은 만큼 단기적으로는 시장을 모니터링 하면서 원자재, 부품 수급 등 시장 상황에 대응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각 국가별로 원자재, 부품 수급 은 물론 공급망, 현지화 상황까지 모두 따져봐야 한다.

환헤지 전략을 세우기 어려운 중소기업의 고민은 크다. 중소기업중앙회에 따르면 수출·수입 중소기업 635개사 중 30.9%는 환율 급등의 피해를 봤다. 87.9%는 환율 변동 대비 환리스크 관리 수단을 활용하고 있지 못했다.

중기중앙회 관계자는 “달러 약세 국면에도 원화 약세가 지속되면서 1400원대가 뉴노멀이 될 가능성이 크다”며 “수출보다 수입이 월등히 많은 중소기업 현실을 감안할 때 원가 부담 완화 중심 정책 대응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한편, 정부는 개인투자자에 대해 해외주식을 매도하고 국내 주식 또는 주식형펀드를 매입하는 경우 해외주식 양도소득세를 비과세하는 방안도 타진한다.

최지영 기재부 국제경제관리관은 “정부는 외환시장 기대 쏠림을 완화하기 위해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적극 조치하는 한편 구조적 외환수급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정책적 노력을 해나갈 것”이라며 “원화가 절하될 것이란 기대를 갖는 건 유리하지 않은 결과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대미투자와 관련해서는 과도한 의미부여를 경계했다.

최 관리관은 “사업 선정도 되지 않았고 특별법도 통과돼야 하며 미국 내 설계·인허가 절차를 고려하면 지연될 수 있다”며 “내년에는 200억 달러보다 훨씬 적은 금액이 투자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미 팩트시트에 무분별한 원화 절하를 경계하고 고려한다는 문구가 있어 재무부와 이 부분도 소통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최다현 기자 da2109@etnews.com, 배옥진 기자 withok@etnews.com, 김지웅 기자 jw0316@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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