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흥 유자, 제주 감태 품은 K뷰티…지역특산물로 글로컬 경쟁력 키운다

아모레퍼시픽, 고흥유자·강화약쑥 원료로 화장품 출시
TAE743, 제주 약용 감태 원료로.. 원료 넘어 브랜드 정체성으로
널리, 지역 농가와 ‘못난이 배’ 활용해 라인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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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화장품 업계가 지역 특산물을 단순 원료를 넘어 브랜드 정체성과 글로벌 경쟁력의 핵심 축으로 활용하고 있다. 특정 산지, 재배자, 자생 환경까지 원료 선택 기준으로 삼으며 '어디서 왔는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를 중시하는 글로벌 소비 트렌드에 대응하는 모습이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K뷰티가 지역 특산물을 중심으로 원료 경쟁력을 강화하며, 브랜드 정체성과 글로벌 시장 대응 전략을 구축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은 '한율'의 주요 라인에 전남 고흥 유자, 강화 약쑥, 여주 쌀(빨간쌀)을 주요 원료로 활용 중이다. 단순한 산지 활용에 그치지 않고 각 원료를 가장 잘 이해하는 특정 재배자와 협업하며 원료의 특성과 재배 과정 전반을 함께 관리한다. 원료의 효능뿐 아니라 재배 환경과 생산 과정에 담긴 맥락과 이야기를 담는 것이 한율 원료 전략의 핵심이다.

이 같은 흐름은 중소·인디 브랜드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신생 브랜드 TAE743(태743)은 제주 지역 특산물인 '약용 감태'를 핵심 원료로 내세웠다. 감태 엑소좀 크림에 사용되는 원료는 제주 연안 수심 약 10미터 내외 청정 해역에서만 자생하는 갈조류 계열의 약용 감태다. 이는 지역 특산물을 단순 원료가 아닌 브랜드 정체성과 연결되는 자산으로 활용하려는 전략으로, 제주가 지닌 청정 자연·지속 가능성 이미지를 성분 선택과 직결한 사례다.

널리는 안전성과 효능이 검증된 국산 원료 발굴을 브랜드 철학으로 삼고 있다. 울산 지역 특산물인 배의 높은 수분 함량과 보습·각질 개선·미백 등 복합 효능, 알러지 유발 가능성이 낮다는 점에 주목해 라인을 기획했다. 지역 농가와 협업해 상품성이 낮은 못난이 배를 합리적인 가격에 수급하고 있으며, 한 라인 기준 연간 약 10톤 규모의 원료 수급이 이뤄지는 것으로 보고 있다.

지역 특산물을 활용한 화장품 원료 전략은 품질과 수급 안정성, 브랜드 신뢰도를 동시에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여기에 지역 농가와의 상생과 지속 가능성이라는 사회적 가치까지 결합되며, K뷰티의 원료 경쟁력을 확장하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업계는 향후에도 K뷰티가 성분 경쟁을 넘어 '산지와 이야기'를 품은 브랜드 전략을 확대시켜나갈 것이라 전망한다. 제주·고흥·강화 등 이미 자연과 문화적 이미지가 구축된 지역 스토리는 원료의 투명성·정체성·지속 가능성을 직관적으로 전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글로벌 시장에서도 유효하다. 해외 소비자는 원료의 출처와 제작 과정, 브랜드가 담고 있는 가치까지 함께 고려하는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다. 지역 특산물 기반 원료는 이러한 요구에 부합하는 경쟁력으로 평가된다는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자연주의·지속 가능성과 같은 이미지를 소비자에게 각인시킬 수 있다는 점은 브랜드에 중요한 자산”이라며 “지자체 차원의 지원과 협력이 더해질 경우, 지역 특산물 기반 K뷰티 원료 생태계가 한층 탄탄해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손지혜 기자 jh@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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