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희대가 단일 전공 중심의 학사 구조에서 벗어나 융합형 인재 양성을 목표로 학사제도 개편에 나선다.
경희대는 2026학년도 신입생과 편입생부터 다전공·부전공·마이크로디그리 가운데 하나를 반드시 이수해야 졸업할 수 있도록 학사제도를 개편한다. 현재 재학생과 2025학번을 포함한 기존 학생에게는 적용되지 않으며, 신·편입생 가운데서도 의학·간호·약학계열(약과학과 제외)은 제외된다. 단일전공에 집중하고 싶거나 다전공 정원 문제로 인해 다전공을 이수하지 못하는 학생들은 부전공 또는 마이크로디그리를 이수하는 방법을 선택해야 한다.
이번 개편은 단일 전공 지식만으로는 사회가 요구하는 문제 해결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경희대 관계자는 “학생들이 사회 진출 이후 별도의 학습으로 역량을 보완하기보다, 대학 재학 중 학업 부담이 다소 늘더라도 필요한 지식과 역량을 체계적으로 갖추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전공이나 직업을 하나로 고정해 평생을 설계하는 사례가 줄어드는 현실 속에서 대학 교육의 역할을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다전공 의무화와 함께 다전공 선발 정원도 확대될 예정이다. 경희대는 내년부터 다전공 선발 가능 인원을 최대 입학 정원의 50% 이내로 확대하고, 최소 선발 인원 기준도 새롭게 설정할 계획이다. 규정 개정이 이뤄지면 다전공을 받는 학과는 △다전공 신청 인원의 70% △입학 정원의 30% 중 인원이 더 적은 기준을 적용해 해당 기준 인원 이상을 다전공생으로 선발한다.

다만 제도 확대에 따른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특정 학과 쏠림 현상이 대표적이다. 인문·사회계열 학생들이 경영학과 등 일부 인기 학과로 몰릴 경우, 학과가 감당할 수 있는 교육 여건을 넘어설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현장에서는 전공 미이수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서울의 한 사립대에 재학 중인 학생은 “컴퓨터공학 전공자인데 자연계 학생들이 대거 컴퓨터공학 전공과목을 수강하면서 정작 전공자인데도 전공과목을 신청하지 못하는 상황이 자주 발생한다”고 토로했다.
단과대 차원의 인프라 부담도 문제가 될 수 있다. 다전공 이수 인원이 늘어날 경우, 단과대 차원의 교육 인프라 확충이 쉽지 않고 교원 인프라 부족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와 관련해 경희대 관계자는 “자율전공학부를 만들고 확대하는 과정에서도 데이터 중심으로 쏠림 가능성을 점검한다”며 “특정 학과로 수요가 과도하게 집중되지 않도록 정원 운영과 기준 등을 조정하는 단계적 방식으로 대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우선 경희대는 다전공 의무화 제도 연착륙을 위한 학사유연화 정책을 진행할 계획이다. 다전공 이수 학점 기준이 높은 일부 학과에 대해서는 기준 학점을 조정하고, 필수 과목과 선수 과목을 축소하거나 유사 과목의 전공학점 중복 인정 범위를 확대한다.
부전공과 마이크로디그리 개설 확대도 힘을 쏟는다. 현재 65개 수준인 마이크로디그리는 내년에 40여 개의 과정을 추가 신설한다는 방침이다.
경희대의 이 같은 행보는 현장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산업계 인력 수요와 학문적 융합 흐름 속에서 고등교육이 마주한 불가피한 과제이자 패러다임 전환으로 보인다.
한 교육 정책 관계자는 “최근 한양대의 문·이과 통합 전공이나 경희대의 다전공 의무화는 대학이 거대한 시대 변화에 능동적으로 응답하는 사례”라며 “학생이 적성에 따라 학습 경로를 주도적으로 설계할 수 있고 유연하게 전공을 변경하는 '자기주도형 모델'은 향후 대학가 전체로 확산할 수 있다”고 말했다.
권미현 기자 mhkwon@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