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가 기술혁신 연구개발(R&D) 방향에 민간 의견을 반영시켜 온 ㄹ(이하 협의체)'의 한해 활동을 정부에 전달하는 자리가 열렸다. 올해로 다섯 번째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회장 구자균)는 4일 서울 피스앤파크 컨벤션에서 민간 정부 R&D 기술수요와 관련 정책 개선 의견을 공유하는 '2025 민·관 R&D 혁신포럼(이하 혁신포럼)'을 개최했다.
두 기관은 2021년부터 협의체를 운영 중이다. 정부 주도 단발성 협업체계를 벗어나 민간이 주도하는 상시 민·관 협력 네트워크다.
기업이 협의체를 통해 정부에 기술수요를 제안하면 신규 정부 R&D 사업에 반영됐다. 2022년부터 2026년(안)까지 총 126개 과제에 달한다. 관련 정부 R&D 예산 반영 규모도 2022년 529억5000만원에서 내년 2142억원으로 대폭 증가했다.

이날 포럼에서는 올 한해 협의체가 분야별 기술수요 및 정책·제도 개선 의견을 담아 꾸린 전략보고서가 발표됐다. 전략보고서는 △탄소중립 △무탄소에너지 △미래모빌리티 △첨단바이오 △디지털전환 △우주항공 등 내용을 다룬다. 올해 11개 기술분과에서 40개에 달하는 R&D 중점투자 방향과 총 197건 기술수요를 도출·제시했다.
◇저탄소 공정 전환, CCUS 상용화 지원해야
기후위기 가속화로 중요성이 커지는 탄소중립 분야, 그 중에서도 산업공정혁신분과에서는 '고효율 저탄소 공정 전환 기술 확보'를 중점 투자 방향으로 제언했다. 그러면서 관련 기술 수요로 시멘트 산업 탄소배출 감축 기술과 산업공정 내 고온·저온 폐열 회수기술을 꼽았다. 분과는 인공지능(AI) 기술을 적용한 '스마트 제조 및 에너지 최적화' R&D에도 힘을 쏟아야 한다고 밝혔다.
이산화탄소 포집·저장·활용(CCUS) 분과에서는 '대규모 관련 프로젝트 상용화 성공모델 개발이 필요하다'는 기업 목소리를 반영, '포집기술 적용처 다각화 및 대규모 실증기반 구축'을 중점 정부 R&D 투자방향으로 제언했다.
◇탠덤 태양전지 상용화, SMR 경쟁력 확보해야
무탄소에너지 분야 신재생에너지분과는 국내 신재생에너지 기술경쟁력을 강화하는데, '초고효율 탠덤 태양전지 상용화 핵심 기술개발'이 절실하다고 밝혔고, 양산을 위한 대면적 페로브스카이트 건식 공정 기술개발 등을 핵심 기술 수요로 봤다.
향후 높은 성장이 기대되는 '해상풍력'에도 주목해 '초대형 해상풍력 시스템 및 주요 부품 기술 개발'에 정부 R&D 중점 투자를 바랐다.
소형모듈원전(SMR) 등을 다루는 차세대원자력분과는 기술 전주기 경쟁력 확보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하며, '설계 및 검증' '혁신시스템, 기자재 기술' '제조 및 시공'을 정부 R&D 중점투자 방향으로 밝혔다.
◇AI 기반 첨단바이오로 성장 DNA 마련
삶의 질과 직결된 첨단바이오 분야 차세대모달리티분과는 해당 영역이 우리나라의 새로운 성장 DNA가 될 수 있다고 강조하며 '세포 유전자 치료제' '단백질 의약품' '항체 모달리티 결합체' 'AI 기반 모달리티' 개발에 여력을 집중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세포 유전자 치료제 기술 수요로 'RNA 편집·교정 정밀 제어 기술 개발 및 상용화 지원' '장내 유해균으로부터 발생되는 신규질환 발굴 및 치료제 발굴' 등을 꼽았다.
디지털헬스케어분과는 '지능형 질병진단·예측' 측면에서 알츠하이머병 조기진단 예측, 희귀질환 진단 솔루션, 뇌졸중 예측 AI 모델 등 기술 수요를 제시했다. 암 멀티모달 의료 AI 파운데이션 모델과 같은 '첨단 AI 치료 지원기술 개발'도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자율주행·UAM 미래교통 대비해야
미래모빌리티 분야 자율주행분과는 'AI 자율주행' '소프트웨어중심차(SDV) 지향 아키텍처 대응' 'K-자율주행 서비스 비즈니스모델(BM) 확보'를 '2030 K-자율주행 v2.0' 도약 핵심 요소로 봤다. AI 자율주행 기술 고도화를 위해서는 이를 지원하는 초현실 확장현실(XR) 기술, AI 자율주행 안전기술 개발이 선행돼야 한다고 밝혔다.
도심항공교통(UAM) 분과는 '미래항공 플랫폼' '안전운용 체계' 'UAM 인프라' '관련 지원정보 서비스'를 아우르는 R&D 투자 방향과 기술수요를 내놓았다.
기체와 부품 핵심 기술 확보를 위한 기술 수요로는 AI 기반 항전 시스템과 전기추진 수직이착륙항공기(eVTOL) 실증기·실환경 검증 등을 제안했다. 또 차세대 신개념 항공기를 위한 고성능 전기 추진시스템, 친환경 구조전지 개발에도 여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전했다.
◇디지털전환 중요, 피지컬AI 연동·호환 이뤄야
전 세계가 기술 개발에 혈안인 디지털전환 분야, 그 중에서도 AI분과는 'AI 인프라, 기반 시스템 구축' 'AI 학습 데이터뱅크 구축' '에이전트 지향 분야 특화형 AI 모델 개발' 'AI 안전성 평가기준 마련'을 R&D 중점투자 방향으로 설정했다. AI 모델에 관해서는 다양한 분야를 아우르는 AI 응용서비스, 모델·플랫폼, AI 기반 공정 예측·제어기술을 수요기술로 꼽았다.
'피지컬 AI'에 대한 높은 관심으로 급성장 중인 로봇 분야 제언도 도출됐다. 로봇분과는 통합시스템 개발과 생태계 구축, 피지컬AI 기반기술 개발과 인프라 구축, 고성능 부품과 요소기술 개발, 신공정·분야 기술 개발을 중점 R&D 투자방향으로 제언했다.
로봇 구성요소와 플랫폼, 서비스가 서로 연동·호환되도록 통합된 시스템과 개방형 생태계를 조성해 다양한 산업과 서비스에서의 로봇 활용성을 극대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한 피지컬 AI 통합 플랫폼 개발과 상호운용성 강화 기술 개발을 기술 수요로 제시하기도 했다.
◇지향점은 '뉴스페이스'
최근 누리호 4차 발사 성공으로 이목을 끄는 우주항공분과는 뉴스페이스 발사서비스 시장 진출을 첫 번째 R&D 투자방향으로 내놓았다. 누리호 지속활용을 위한 상용화 기술, 재사용 발사체 요소기술, 괘도수송선 체계 개발 등으로 서비스 시장 진출을 준비하자는 것이다. 이밖에 '위성개발·활용 생태계 조성' '화성·심우주 탐사 확대' '항공산업 주도권 확보'도 해당 분과가 제시한 주요 R&D 투자 방향이다.
각 분과는 이 외에도 대규모 실증 인프라 및 설비투자 구축, 신산업 기술표준화 및 인증제도 마련, 산업 도메인별 인재 양성 등 정책 제안도 내놓았다.
과학기술혁신본부는 전략보고서 내용을 국가 R&D 추진 부처에 전달, 2027년도 국가 R&D 투자방향 수립, R&D 예산 배분·조정 등에 반영할 계획이다.
고서곤 산기협 상임 부회장은 “정부의 확고한 정책의지와 산업계 혁신 역량을 결집해 국가 기술 경쟁력 강화에 모든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며 “협의체 기술 수요가 정부 R&D 예산에 반영돼 국가 기술혁신 선순환을 만들도록 정부의 관심·지원을 요청하며, 협의체가 민·관 R&D 협력 거버넌스로 발전하도록 산기협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박인규 과학기술혁신본부장은 “체질 개선과 혁신 기반 '진짜 성장'을 달성하려면 정부·민간 협력이 필수”라며 “민간 R&D 투자 마중물을 제공해 민·관 R&D 투자·너지 효과를 극대화하겠다”고 답했다.
김영준 기자 kyj85@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