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성은의 정책과 혁신] 〈30〉강북을 살리는 가장 현실적 전략: 교육자원의 지역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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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성은 서경대 공공인재학부 교수·前 서울기술연구원장

'균형발전'이라고 하면 보통 서울과 지방 간의 격차를 먼저 떠올린다. 그러나 도심과 근교, 구도심과 신도심 간의 격차 역시 오래된 도시들이 공통적으로 안고 있는 과제다. 서울 내부를 들여다봐도 강남과 강북의 균형 발전을 실현하기란 쉽지 않다. 이 문제의 해법을 찾기 위해서는 우선 무엇의 균형을 말하는 것인지부터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균형발전의 대상이 집값인지, 시설·인프라인지, 자연환경이나 인구 분포인지에 따라 접근법은 달라진다. 예컨대 인구만 놓고 보면 비(非)강남 지역, 특히 한강 이북의 인구 비중이 적지 않고, 아파트 수 역시 크게 부족하지 않다. 어찌 보면 지역 불균형 문제는 선호도와 집값, 그 바탕에 시설·인프라로 수렴될 수 있으며, 단순한 양적 비교만으로는 원인을 설명하기 어렵다. 모든 지역을 똑같은 상태로 맞추는 것도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중요한 것은 각 지역이 가진 고유한 자산을 어떻게 활용해 경쟁력을 극대화하느냐이다. 그렇다면 강북이 가진 가장 큰 자산은 무엇일까?

강북의 강점은 단연 '교육 자원'이다. 강남3구는 물론 한강 이남 전체로 확대해 보아도 대학 수가 적고, 서울대를 제외하면 소위 명문대학을 찾아보기 어렵다. 좋은 대학에 가기 위해 강남 지역을 선호하지만, 역설적이게도 강남 주민들이 목표로 삼는 주요 대학은 대부분 강북에 위치해 있다. 고등학교도 마찬가지다. 이른바 8학군의 일반고 경쟁력은 강남이 높지만, 외국어고·과학고·자사고·영재고 등은 강북에 집중돼 있다. 사교육을 제외하면, 교육 부문에서 강북의 자산이 압도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럼에도 이러한 교육 자원이 지역 발전으로 이어지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교육 자산을 기반으로 강남·강북의 균형 발전을 이끌 방법은 없을까?

가장 핵심적으로 고려할 수 있는 방안은 학교 인근 지역 거주자에게 교육 관련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지역균형전형, 인근 지역 할당제, 거주자 가점제 등을 검토할 수 있다. 실제로 고교 평준화에서는 이미 '근거리 우선 배정'을 적용하고 있으며, 대학 입시에서도 '지역균형전형'이 운영되고 있다. 이를 확장해 비(非)강남 전형을 늘리는 방법이다. 서울시가 시행 중인 '동행 프로젝트'와 '서울런'을 지역 밀착형 모델로 발전시킬 여지가 있다.

특목고나 명문대학에 지역 할당제가 도입될 경우, 그 효과는 교육 분야를 넘어선다. 강남에서 강북의 학교로 통학하는 교통 부담이 줄고, 명문학교 주변의 주택은 가치가 상승할 것이다. 주택·교통·교육의 불균형을 동시에 완화할 수 있다. 성적격차로 반대가 있을 수 있지만 할당량을 점진적으로 확대하면 자연스레 해결될 수 있다. 그동안 교육 정책은 교육청·교육감의 고유 권한이라는 이유로 서울시와의 협력이 제한적이었다. 그러나 균형 발전과 교육 평준화를 강조하는 정책 흐름 속에서는 충분히 검토해 볼 만하다. 실제로 진보 진영의 현 교육감이나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려는 교육감 후보에게도 매력적인 정책 옵션이 될 수 있다.

도시의 균형은 단순한 재정 투자나 개발 계획만으로는 이룰 수 없다. 이미 존재하는 지역의 강점을 어떻게 연결하고 활용하느냐가 핵심이다. 강북의 교육 자산을 지역 발전의 동력으로 전환하려는 시도는, 서울의 오래된 균형 문제에 새로운 해법을 제시할 수 있다.

임성은 서경대 공공인재학부 교수·前 서울기술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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