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韓 산업, 반도체는 맑음·자동차는 흐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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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행정부가 부과하는 상호관세가 미 동부 현지시간 7일 0시 1분(한국시간 7일 13시 1분)부터 본격 시행됐다. 자동차의 경우 한미 협상을 통해 현행 25%에서 15%로 품목별 관세를 낮췄으나 관세협상에서 인하에 실패한 철강·알루미늄 관세는 현행 50%가 유지된다. 경기 평택시 평택항에 철강 제품이 쌓여 있다. 평택=이동근기자 foto@etnews.com

올해 반도체가 역대급 수출 호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기대되는 가운데, 내년에는 기저효과로 증가율이 4.7% 수준에 머물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자동차 역시 해외 생산 확대와 미국의 15% 관세 부과 영향으로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부진을 피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24일 산업연구원이 발표한 '2026년 경제·산업 전망'에 따르면 내년 13대 주력산업 수출은 전년 대비 0.5% 감소가 예상된다. 전체 수출을 떠받치는 반도체 수요가 증가하는 흐름 자체는 유지되지만, 미·중 무역 갈등, 미국의 품목별 관세 확대 가능성 등 대외 변수들이 내년 한국 수출의 발목을 잡는 핵심 리스크로 지목됐다.

올해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던 반도체는 내년에도 증가세를 이어갈 전망이다. 산업연구원은 글로벌 AI 투자 확대, 데이터센터 확충에 힘입어 HBM(고대역폭메모리) 과 DDR5 등 고부가 메모리 제품 수출 증가가 이어질 것으로 봤다. 다만 올해 16.6% 급증했던 성장률이 기저효과와 수요 안정화로 내년에는 4.7% 증가에 그칠 것으로 분석했다. 반도체 수입은 6.9% 증가가 예상돼 올해와 유사한 수준의 수입 강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됐다.

미국이 반도체에 대한 관세 부과 가능성을 열어둔 상황이지만, 산업연구원은 그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라고 평가했다. 미국이 한국 반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상대적으로 크지 않고, 대체 제품이 사실상 존재하지 않아 관세가 부과되더라도 가격 전가가 가능하다는 이유에서다.

반도체를 포함한 IT 신산업군 전체 수출은 4.2% 증가가 예상된다. 이 가운데 정보통신기기 수출은 4.9% 증가가 전망됐다. 생성형 AI 확산으로 AI 데이터센터 구축 투자가 확대되고, HDD에서 SSD로의 전환이 빨라지면서 관련 부품 수요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낸드플래시 가격 상승까지 더해지며 수출 증가세를 뒷받침할 것으로 분석됐다.

디스플레이의 경우 IT용 OLED 채택 확대에도 불구하고 중국 패널 기업의 추격과 대미 통상 불확실성으로 2.7% 증가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 제시됐다. 바이오헬스는 견조한 글로벌 수요와 CDMO(위탁생산) 확대에 힘입어 7.8% 성장 가능성이 제기됐다.

반면 이차전지는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업황이 악화될 전망이다. ESS(에너지저장장치) 수요와 유럽 전기차 판매 증가에도 불구하고, 주요 수요국의 현지 생산 확대와 전기차 수요 둔화로 12.0% 감소가 예상된다.

자동차도 내년 부진이 불가피하다. 완성차 수출은 물량 기준 0.3% 증가로 소폭 상승하겠지만, 부품까지 포함한 전체 수출액은 0.6% 감소가 예상된다. 해외 생산 확대로 국내 자동차 생산·수출이 줄고, 부품 조달의 현지화가 가속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조선은 4.0% 역성장이 예상되지만 이는 해양플랜트 수출 감소라는 일시적 요인으로, LNG 운반선과 기자재 수출 강세는 내년에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됐다.

소재 산업군은 전반적으로 7.6% 감소가 예상된다. 섬유가 0.9% 증가로 소폭 반등할 전망이나, 철강(-5.0%), 석유화학(-2.0%), 정유(-16.3%)가 수출 감소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안영국 기자 an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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