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구글이 신청한 축척 1대5000의 고정밀지도 국외 반출에 대해 판단하기 위해 11일 '측량성과 국외반출 협의체' 회의를 개최한다. 업계에서는 이번 판단을 내달 애플 고정밀지도 국외 반출 신청까지 가늠할 수 있는 분수령으로 보고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이번에 고정밀지도 반출이 승인되면 애플은 물론 다른 빅테크들의 요청이 쇄도할 수 있다. 고정밀지도의 경제적 가치 등이 제대로 고려되지 않은 상황에서 성급한 반출 판단은 공간정보 산업 생태계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이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오는 11일 측량성과 국외반출 협의체 회의를 연다. 정부는 지난 2월 구글이 축척 1대5000 수치지형도의 국외 반출을 요청한 건에 대해 2차례 연기한 바 있다. 이번에는 최종 판단을 내릴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정부가 안보를 우선시해 판단한다고 밝힌 만큼 불허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정부가 반출을 허용할 경우 안보는 물론 국내 지도 서비스와 공간정보 산업에 미치는 충격이 상당히 클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부는 축척 1대5000 고정밀지도의 국외 반출은 안보 상 이유로 그간 허용하지 않았지만 안보와는 별개로 산업에 미치는 악영향 또한 만만치 않다는 분석이다.
이번 판단에 따라 다음 달로 예정된 애플의 고정밀지도 국외 반출 여부에도 영향을 미칠지 주목하고 있다. 정부는 구글과 애플의 고정밀지도 신청 건은 별개로 판단할 예정이나, 구글 건의 판단에 따라 애플의 결과도 가늠할 수 있다.
두 기업이 한국 정부의 요구를 완전히 수용하지 않다는 점에서는 비슷한 입장이다. 세부 내용은 차이가 있다. 구글은 국내 보안시설을 가림막으로 처리하는 등 보안 조치를 수행한다고 했지만, 국내에 서버를 설치해야 한다는 요구는 수용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애플 또한 지난 6월 국토지리정보원에 제출한 '지도 등 또는 측량용 사진의 국외 반출 허가 신청서'에서 “보안 우려를 최소화하기 위해 한국 지도 정보가 저장되는 장소를 한국, 미국, 싱가포르에 소재한 애플의 개발용 데이터 센터로 한정할 예정”이라고 밝힌 것 외에는 구체적인 조치사항에 대해 밝히지 않고 있다.
이번에 1대5000의 고정밀지도 데이터를 처음으로 국외로 반출하면 글로벌 빅테크들의 신청이 잇따라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축척 1대5000의 고정밀지도를 전 국토에 구축한 곳은 세계적으로도 흔치 않다. 빅테크 기업이 한국의 고정밀지도 데이터를 무료로 제공받아 인공지능(AI)·사물인터넷(IoT)·빅데이터 등 첨단기술을 결합해 첨단 공간정보 산업의 테스트베드로 삼을 수 있다.
업계에서는 고정밀지도 반출을 허용하지 않더라도 장기적으로 고정밀지도 반출에 대해 공간정보법에 근거를 더 세밀하게 반영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고정밀데이터 국외 반출을 허용하더라도 글로벌 기업의 후속 조치를 관리·감독하고, 유료화가 필요하다면 가치 산출 등 작업이 선행돼야 한다는 분석이다. 또 이번 판단을 계기로 후속 논의가 이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업계 관계자는 “고정밀지도 반출에 대한 명쾌한 조항이 있으면 좋지만 (현재는) 그조차도 부족하다”면서 “(이번 반출 판단 이후로) 입법부 차원에서도 움직임이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변상근 기자 sgbyun@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