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솥과 정수기는 물론 냉장고와 세탁기까지 제품 종류를 불문하고 '미니 가전' 열풍이 불고 있다.
1~2인 가구가 늘고 원룸 등 좁은 집에 사는 가구가 늘자 가구원 수와 공간 효율성을 높인 가전이 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미니 가전'은 공기청정기, 음식물처리기, 밥솥 등 소형가전이 이전보다 작아진 제품과 대형가전의 용량과 부피를 줄인 제품을 통칭한다.
이전보다 작아진 소형가전과 소형화된 대형가전 모두 공간 활용도를 높여 좁은 집에서도 쉽게 설치하고 사용할 수 있다.
미니 가전 열풍은 국내 중견·중소기업 입장에서도 침체된 가전시장에서 돌파구나 다름없다. 삼성전자·LG전자와 맞대결을 피하면서 새로운 수익 확보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전보다 작아진 소형가전, 주방가전에서 두드러져
소형가전이 이전보다 작아지는 트렌드는 주방가전에서 두드러지고 있다. 주방은 집이 작아질 때 가장 크게 줄어드는 공간 중 하나로, 가전을 둘 공간이 없으면 소비자가 구매를 포기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코웨이·SK인텔릭스·교원웰스는 가로 폭을 대거 줄인 초소형 정수기로 경쟁하고 있다. 버튼 갯수를 줄이고 버튼간 간격을 좁혀 부피를 최소화했다.
교원웰스가 지난해 16㎝ 크기 슬림원 정수기를 출시한 데 이어 SK매직도 비슷한 크기의 정수기를 내놨다. 코웨이는 얼음 추출 기능까지 탑재해 20㎝ 얼음정수기로 맞불을 놨다.
음식물처리기 시장에서도 가구원수가 줄어드는 점을 감안해 용량을 줄인 음식물처리기를 출시하는 흐름이 포착된다.
스마트카라는 기존에는 5ℓ 음식물처리기를 주요 제품으로 내세웠지만, 올해 단단한 뼈까지 처리할 수 있는 모터 기술력을 적용하면서도 용량을 2ℓ 로 줄인 '스마트카라 400 프로 X'를 선보였다.
미니 가전 수요를 잡기 위해 미니 가전 전문 브랜드도 늘고 있다.
앳홈은 '집 안 숨겨진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철학 아래 미니 가전 '미닉스'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다. 용량을 2ℓ 로 과감하게 줄인 음식물처리기가 핵심 제품이다.
위닉스는 소형가전 전용 브랜드로 '무스' 카테고리를 운영하며 헤어드라이어, 스팀다리미, 에어프라이어, 제습기 등 라인업을 확대하고 있다.

◇대형가전도 작아져, 공간 한계 넘는다
세탁기, 건조기, 냉장고 등 대형가전의 소형화도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위닉스는 건조용량이 4㎏, 미닉스는 3.5㎏의 미니건조기를 판매한다.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소형건조기는 9~10㎏이다. 기존 제품 대비 절반 이상 부피를 줄였다.
미니 가전으로 빠르게 성장한 미닉스는 39ℓ의 미니 김치냉장고로 영역을 확대했다. 제품 하단에 바퀴를 탑재해 자유롭게 이동하고 배치할 수 있다.
6인용 이상이 대부분인 식기세척기 시장에서도 3인용 식기세척기 제품이 늘고 있다. 쿠쿠와 미닉스는 무설치 무타공으로 좁은 공간에서 사용할 수 있는 식기세척기를 판매한다.
루컴즈전자도 지난해 처음으로 100ℓ의 소용량 김치냉장고를 출시한 데 이어 슬림한 형태의 상냉장 하냉동 냉장고, 68ℓ 미니 와인냉장고 등을 판매한다.
기존 대형가전보다 컴팩트한 용량과 저렴한 가격이 강점이다.
위닉스와 미닉스의 미니건조기는 30만원대, 미닉스의 김치냉장고는 40만원대, 쿠쿠 미니 식기체척기는 30만원대, 루컴즈전자의 와인냉장고는 20만원대에 구매 가능하다. 일반적으로 대형가전 한 개당 가격이 수백만원 이상을 호가하는 것을 고려하면 소비자 가격 부담이 낮다.
◇미니 가전의 전망은
글로벌 시장조사기관(Spherical Insights & Consulting)에 따르면 국내 소형가전 시장 규모는 지난해 약 3조2000억원에서 2035년 약 5조4000억원으로 성장할 전망이다.
통계는 통상 일컫는 토스터기, 공기청정기 등 소형가전에 국한된 수치로, 용량을 줄인 대형가전 제품까지 포함하면 성장세가 훨씬 가파를 것으로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가전의 크기가 작아지면서 깔끔하고 미니멀한 디자인이 늘어나 디자인에 차별화를 두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부피가 작아져 브랜드의 특색을 디자인에 담아내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소비자 수요가 꾸준한만큼 기존 제품에 못지 않은 성능을 내는 제품력으로 경쟁력을 높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쿠첸이 올해 초 조사한 소형가전 선호도 현황에 따르면, 최근 소형가전은 1인 가구 외에 다인 가구에서도 수요가 많다. 1인 가구가 83.9%로 가장 높은 수요를 보였지만 3~4인 가구(77.7%), 5인 이상 가구(71.4%), 2인 가구(70.3%)에서도 수요가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김신영 기자 spicyzero@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