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EC 2025] 李 대통령 “위기일수록 연대”… 다자무역 복원·AI 혁신·공급망 협력 강조

Photo Image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CEO 서밋이 29일 경북 경주시 경주예술의전당에서 열렸다. 이재명 대통령이 개회식에서 특별연설을 하고 있다. 경주=이동근기자 foto@etnews.com

이재명 대통령이 29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CEO 서밋에서 다자무역 복원, 공급망 협력 강화, 인공지능(AI) 혁신 등을 축으로 한 연대 구상을 제시했다. 보호무역주의와 자국 우선주의가 확산하는 가운데, 한국이 글로벌 책임국가로서 협력과 신뢰의 연결고리를 회복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전 경주 예술의전당에서 특별연설을 통해 “20년 전 APEC에서 단결된 의지를 모아냈던 대한민국이 다시 의장국으로서 위기에 맞설 다자주의적 협력의 길을 선도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그는 2005년 부산 정상회의에서 발표된 '부산 로드맵'이 자유롭고 개방된 무역체제를 지지한 역사적 전환점이었다고 상기시키며, 20년이 지난 지금 APEC이 다시 연대의 정신을 되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보호무역과 자국 우선주의가 재확산하는 국제 질서 속에서도 APEC이 위기 극복의 연대 플랫폼이 되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경주의 역사적 상징성에도 의미를 부여했다. 삼국시대 패권 경쟁과 외세 압박 속에서도 개방과 교류를 멈추지 않았던 신라의 정신을 언급하며, 분열을 넘어 통합을 이룬 경험이야말로 오늘날 APEC이 추구하는 '연결·혁신·번영'의 가치와 맞닿아 있다고 평가했다.

이 대통령은 연대의 핵심 수단으로 공급망 협력을 제시했다. 그는 “한국은 APEC 최초로 공급망 지속가능성을 주제로 한 민관 합동 포럼을 개최해 민간의 참여 기반을 마련했다”며, 2023년 공급망 안정화법을 통해 위기 대응 체계를 구축했다고 밝혔다. 그는 경주의 전통 기와 '수막새'를 비유로 들어 “서로 다른 기와를 이어 하나의 지붕을 완성하듯, 인적·물적·제도적 연결이 APEC의 성장과 번영을 위한 든든한 지붕이 되어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혁신의 동력으로 인공지능(AI)을 지목하며 “대한민국은 이번 정상회의에서 AI 이니셔티브를 제안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AI가 산업 발전을 이끄는 동시에 책임 있는 기술 활용을 위한 규범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하며, “모두를 위한 AI 비전이 APEC의 새로운 기준이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번영의 의미를 '미래세대와의 약속'으로 규정했다. APEC이 무역과 투자 자유화의 선봉에 서며 역내 성장을 견인해온 만큼, 이제는 그 성과를 지속가능한 발전과 공동번영으로 확장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이 2005년 주도해 설립한 'APEC 중소기업 혁신센터'와 개도국 역량 강화 사업, 원산지 규정·통상 분쟁 해결 지원 등은 포용적 성장의 기반으로 소개됐다.

그는 또 지난 9월 채택된 '제주 이니셔티브'를 통해 발족한 'APEC 스타트업 얼라이언스'를 언급하며, 역내 창업 생태계 활성화와 기술 혁신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청년 세대 지원을 위한 '미래번영기금' 설립과 100만 달러 출연 계획을 소개하며, 지식 교류와 디지털 역량 강화, 창업·기술훈련 등 다섯 개 중점 분야를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신라의 화랑 제도를 미래 인재 육성의 비유로 들며, “젊은 인재가 국가 통합의 주역이 되었듯, APEC 미래인재육성 프로그램이 지속가능 성장과 공동번영의 초석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끝으로 그는 “위기와 불확실성의 시대일수록 연대가 미래를 여는 힘”이라며, 4개 대륙 21개 경제체가연결된 APEC이 협력과 신뢰를 기반으로 새로운 번영의 시대를 열어가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번 연설은 한국이 의장국으로서 제시한 첫 경제 비전이자, 다자무역·공급망·AI·미래세대라는 네 축을 중심으로 한 국제 협력 전략으로 평가된다.


최호 기자 snoop@etnews.com

브랜드 뉴스룸